최근 아프가니스탄(아프간)에서 제일 바쁜 사람을 꼽으라면 와히둘라 샤라니 광산부 장관이다. 그는 지난여름부터 아프간 자원 홍보를 위해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 대륙을 종횡무진 날아다니고 있다. 런던에서는 외국 투자자 모집을 위해 대규모 로드쇼까지 개최한 바 있다. 연일 기자들을 몰고 다니는 그의 행보는 아프간이 이제 이 같은 자원들로 인해 ‘아프간 셀프 시큐리티’를 이룰 수 있음을 역설한다. 이 말은 아프간이 10년 이내에 자원 수출국이 되면더 이상 외국의 원조를 받지 않고 자급자족하는 나라가 된다는 것을 뜻한다.

‘아프간 셀프 시큐리티’ 전망이 등장하게 된 배경은 〈뉴욕타임스〉 보도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6월 이 신문은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아프간에서 그간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의 광물자원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그 규모가 자그마치 1조 달러(약 1130조원)에 달해 그동안 들어간 아프간 전쟁 비용과 재건 비용 합산치를 상회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보도는 자원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제사회의 지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더군다나 아프간에 묻혀 있는 자원이 희토류·리튬 등 적은 양이라도 고효율이며 최첨단 소재에 많이 들어가는 종류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주목도가 더 높아졌다.

ⓒReuter=Newsis
이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제일 흥분한 쪽은 아프간 정부이다. 전쟁이 길어져 국제사회로부터 원조 자금을 받지 않으면 국가 재정을 충당할 수 없는 아프간 정부로서는 엄청난 기회이다. 현재 아프간 정부는 10년 안에 경제적 자립을 하겠다는 꿈에 부풀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아프간 정부는 외국 회계법인을 고용했다. 내년에 있을 철광석·구리 광산, 천연가스 매장층 입찰 매각을 위해서이다. 현재 미국뿐 아니라 유럽·캐나다·중국·인도의 자원 개발 기업들이 속속 이 입찰에 참여하려고 발 빠른 행보에 나섰다. 미국은 아프간의 경제개발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으로 현지 광물을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며 다각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실제 국방부 관계자는 “아프간 경제발전을 지원하고, 이들 광물자원의 효과적이고도 책임 있는 개발을 촉진하려고 미국 지질조사국(USGS) 등과 실무 작업에 나섰다”라고 말했다. 지질조사국은 현재 아프간 광물자원 개발 자금을 조성하고 조사 훈련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프간에서 광산을 개발하려면 수년이 걸리겠지만, 확보할 수 있는 자원 잠재량이 워낙 큰 만큼 미국 당국과 업계 관계자들은 대규모 투자를 유치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방부가 특별팀을 구성해 아프간 광물 개발과 관련한 협상 시스템 구축을 지원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얼마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하필 이 자원들이 묻혀 있다는 곳이 탈레반이 장악하고 있는 파키스탄 국경과 인접한 남동쪽이다. 말하자면 미군이 하루가 멀다 하고 죽어가는 헬만드나 칸다하르 주변에 희토류와 리튬이 묻혀 있는 것이다. 탈레반이 이들 광물의 가치를 모를 리 없다. 막대한 자원이 묻혀 있는 이 지역을 차지하려고 탈레반이 공세를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래서 값비싼 천연자원의 발견은 오히려 탈레반으로 하여금 더욱 치열하게 싸우도록 이끌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이 되면 지난 전쟁 10년의 기록을 갈고도 남을 만큼 엄청난 전쟁의 회오리가 아프간을 뒤덮을지 모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프간 광산을 개발하려는 외국 업체들의 표정이 떨떠름한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Reuter=Newsis와히둘라 샤라니 광산부 장관(왼쪽)은 요즘 아프간에서 가장 바쁜 사람이다.
철도 부재, 불안한 치안이 개발 가로막아

아프간의 여건이 주요 광물업체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에 어려울 정도로 열악하다는 점도 문제이다. 치안 불안에 철도 부재도 걸림돌이다. 아프간은 바다를 끼지 않은 내륙국가이다. 따라서 아프간에서 광물을 수송하려면 먼저 수백㎞에 달하는 철로를 건설해야 한다. 아프간의 경우 철도 시스템을 구축한 전례가 없다. 그러니 자원 개발 이전에 철도나 수송 수단을 먼저 구축해야 한다. 아프간 광산부 장관도 투자 기업 유치를 위한 런던 로드쇼에서 아프간 광산 입찰 조건을 묻는 기자들에게 “아프간에 투자하려는 외국 기업은 우선 전기와 도로, 철도 등 다양한 기반시설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라고 전제 조건을 달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탈레반은 아프간 정부나 미국 편에 서서 들어오는 외국 기업을 적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자원 개발 기업도 공격할지 모른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기업들은 움직일 때마다 값비싼 경호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외국계 용병회사들은 부르는 게 값이다. 입찰차 아프간에 다녀온 한 캐나다 광산업체 관계자는 “아프간 남부에서 탈레반의 총탄을 무릅쓰고 철도부터 건설해야 한다는 사실이 황당했다”라고 말했다. 이 업체는 세계 경제 불황에 허덕이다가 최근 런던에서 열린 아프간 정부의 사업설명회를 듣고 꿈에 부풀어 아프간에 들어갔다. “당시 우리에게는 아프간 정부의 사업 설명이 환상적으로 들렸다. 일반 기업이 아닌, 한 나라의 장관이 나와서 ‘자신들이 보증할 테니 1조 달러가 넘는 광물을 개발하라’고 하는데, 어느 누가 마다하겠느냐”라고 그 관계자는 말했다.

하지만 막상 아프간에 들어서자 아프간 정부는 입찰의 전제로 남부 지역 철도 건설을 요구했다. 설사 아프간 정부가 요구하지 않는다 해도 내륙국가 아프간에서 캐나다까지 광물을 수송하려면 철도가 필수이다. 철도가 아니면 트럭으로 일일이 운반해야 하는데, 아프간의 치안 상황을 고려할 때 이 방법은 엄청난 위험과 고비용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 업체는 최근 아프간의 광산 입찰을 포기했다.

세 번째 걸림돌은 아프간 정부의 부정부패이다. 세계 부패지수에서 항상 첫머리에 등장하는 아프간 정부는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을 비롯해 그의 가족과 내각이 모두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된다. 이 나라 정부 인사들은 서방세계에서 온 원조금을 착복하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지난해에는 샤라니 광산부 장관의 전임자 이델 광산부 장관이 중국에 구리 광산 개발권을 넘겨준 대가로 3000만 달러어치 뇌물을 받아 장관직에서 물러나는 일도 있었다.

따라서 아프간 정부가 광산 개발을 공개 입찰한다고 해도 공정하게 진행될지는 미지수이다. 샤라니 장관은 몇 마디로 이를 일축했다. “우리는 법률을 고쳤고, 인허가 절차도 한층 개선했다. 그 결과 우리는 국제 파트너들로부터 엄청난 지지를 받고 있다. 앞으로는 어떤 계약이 체결되든 정보가 공개될 것이다.” 그는 안전에 대해서도 “처음 입찰하는 광산은 아주 안전한 지역에 있다. 정부 또한 치안력을 동원해 해당 기업을 특별히 보호할 것이다”라며 투자 기업들을 설득했다. 그러나 샤라니 장관은 신뢰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어떤 이들은 세계 여러 나라가 아프간에서 자원 경쟁을 벌이는 모습을 보면서, 주요 열강이 중앙아시아를 두고 패권 다툼을 벌이던 19세기의 ‘그레이트 게임’을 떠올린다. 그만큼 각 나라의 자원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기자명 김영미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