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서령씨는 최근 단편집을 묶기 위해 예전에 써둔 소설을 고치던 중 ‘촌스러운 장면’에 화들짝 놀랐다. 주인공 남자가 폴더형 휴대전화를 여닫으며 전화를 걸고, 지하철에서 고스톱 게임을 하는 장면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트위터(@titatita74)에 “아! 촌스러워. 스마트폰을 들고 트윗질 하는 장면으로 바꿔야겠다”라고 적었다.

이처럼 스마트폰 보급으로 일상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스마트폰 이용 인구는 5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0% 정도이지만, 영향력만은 압도적이다. 그러나 지난 9월 스위스 손해보험사 수바(Suva)가 미래학자 10여 명을 동원해 조사한 ‘2029년 위험 요소’ 보고서는 스마트폰을 위험 요소 중 하나로 꼽았다. “스마트폰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사람들은 24시간 근무하게 될 것이다. 결국 사무직 근로자들은 전보다 더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릴 것이다.”

이미 “퇴근했다는 기분을 느껴본 지 오래다”라고 말하는 회사원이 늘고 있다. 영업직원 한 아무개씨(31)는 “장소나 시간에 상관없이 업무가 계속된다. 퇴근 후 친구를 만나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회사원 박 아무개씨(29) 역시 “괜히 마음이 조급해진다. 업무량이 늘었다기보다는 업무 부담감이 늘었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업무 부담감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스마트폰으로 바꾸지 않는 사람도 있고, ‘투폰족’을 자처하는 사람도 생겼다. 회사원 정 아무개씨(30)는 스마트폰과 일반 휴대전화를 동시에 쓴다. 정씨는 퇴근 시간이 지나면 스마트폰 전원을 꺼놓는다.

이처럼 근무 영역과 사적 영역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스마트한 시대’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스마트폰인 블랙베리는 미국에서 ‘크랙베리’로 불리기도 한다. 크랙베리는 마약의 일종인 ‘크랙’과 블랙베리의 합성어이다. 회사원들이 블랙베리를 통해 외근 중에도 사무실에서 하던 업무를 처리하는 것은 물론 퇴근 후에도 회사 메일을 체크하는 현상에 빗대 생긴 말이다. 올해 초 진보신당 노회찬 전 대표가 트위터를 통해 “아이폰으로 출퇴근길에도 메일을 확인하는 등 업무를 본다”라고 밝히면서 당 게시판에서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시사IN 조남진출퇴근 시간에 모바일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들. “24시간 근무하게 된다”라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스마트 푸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의 시장이 확대되면서 최신 전자기기를 선호하는 얼리어답터들은 고민에 빠졌다. 기기마다 2년 정도 약정이 걸려 있어 중간에 팔아치우기도 쉽지 않고, 스마트 기기의 기본요금이 일반 휴대전화 요금보다 비싸기 때문이다.

비싼 요금을 감당할 여력이 없어 아예 스마트폰을 구매할 엄두도 못 내는 사람도 ‘스마트 푸어’라고 말할 수 있다. 11월1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0년 3분기(7~9월) 가계 동향’에 따르면 전국 전체 가구의 통신서비스 지출액은 월평균 13만7354원으로 전년(13만815원)에 비해 5.0% 늘어났다. 하락세이던 통신요금은 지난해 11월 아이폰 판매와 함께 증가했고, 올해 6월에는 갤럭시S 출시로 더욱 치솟았다.

일상생활이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또한 스마트폰을 매개로 한 소셜 네트워크는 잘하지만, 휴먼 네트워크는 이루어지지 않아서 오프라인 사회생활에 ‘빨간불’이 들어온 사람도 생겨났다. 얼마 전 회사원 김 아무개씨(27)는 소개팅에 나갔다가 ‘애플 남’을 만났다. 그는 거의 모든 데이트 코스를 스마트폰에 깔린 앱의 도움을 받아 준비해왔다. 대화의 주요 주제도 ‘스마트폰 활용도가 얼마나 높은가’였다.

“차라리 마마보이가 낫다”

그가 맛집부터 막차 시간까지 확인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시간은 김씨와 눈을 맞추고 대화를 나누는 시간보다 길었다. 명함에 적힌 그의 트위터 ID로 접속해본 김씨는 그 뒤 남자와 연락을 끊었다. 그는 김씨와 만나는 중에도 ‘트친’(트위터 친구)들에게 연애상담을 받고, 포스퀘어로 자신이 있는 위치를 찍었다. “만남이 생중계되고 있었다. 기분이 너무 나빴다. 차라리 엄마에게만 상담하는 마마보이가 훨씬 나을 것 같다”라고 김씨는 말했다.

1983년 미국 심리학자 브로드는 새로운 기술 유행에 따라가지 못해 심신이 거부반응을 일으켜 우울증을 유발하는 증세를 두고 ‘테크노 스트레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스마트폰 역시 테크노 스트레스를 주는 주요인이자, 양날의 칼이다. 스마트폰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사람들은 기기를 몸에 지참하지 않을 경우 심리적 불안감을 느끼고, 미사용자들은 사용하지 못한다는 소외감을 느낀다. 스마트폰을 가진 사람과 갖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 발생하는 정보격차 문제 역시 점점 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전망이다.

기자명 장일호 기자 다른기사 보기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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