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여, 단결하라’는 말이 가능해졌다. 11월18일 서울행정법원 판결에 따라 백수·취준생(취업준비생)·구직자가 노동자로 인정받게 되었다. 재판부는 “일시적인 실업자나 구직 중인 자도 헌법이 보장하는 단결권의 주체가 된다”라고 판결했다. 국내 첫 세대별 노동조합 ‘청년유니온’이 고용노동부에 노조설립 신고를 세 차례 거부당한 뒤 낸 소송의 결과이다.

올 3월에 출범한 청년유니온은 근로자가 아닌 자가 가입했다는 이유로 노조설립 신고를 못 마쳤다. 그러나 재판부는 고용노동부의 반려 자체는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청년유니온이 노조 설립 신고서에 조합원 수를 잘못 써냈다는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판결 다음 날 김영경 청년유니온 위원장(30)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학원 강의로 한 달 88만원 남짓 번다는 김 위원장은 출근길에 기자의 전화를 받았다. 

ⓒ시사IN 조남진

판결을 접한 소감이 궁금하다. 
2004년 대법원에서도 비슷한 판결이 난 적이 있다. 서울여성노조도 서울시장을 상대로 낸 노조설립 신고 반려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이겼다. 그러나 당시 서울여성노조는 22명 중 3명만 미취업자였다. 이에 비해 청년유니온 소송은 구직자를 노동자로 인정받는 결과를 끌어냈다. 진일보한 판결이다. 다만 본질이 아닌 부분에 발목을 잡혀 황당하다. 결과적으로 재판부는 고용노동부 손을 들어줬는데, 그 이유가 1·2차 노동조합 설립신고 과정에서 조합원 수가 맞지 않아서라는 것이다. 납득할 수 없다. 강력히 대응하겠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가?
항소할 계획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등과 함께 법 개정 작업도 할 생각이다. 노조 설립에 관한 법에 문제가 많다고 느꼈다. 그래도 노동부 덕을 많이 본다(웃음). 언론에 한 번씩 나올 때마다 조합원 수가 늘어난다. 정식 조합비를 내는 조합원이 80명에서 195명으로 늘었다.

청년유니온을 만든 이유는 뭔가?
억울해서 시작했다. 세상은 청년들을 향해 ‘게으르다’ ‘보수적이다’라고 말하면서 구조의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을 안 가지더라. 그게 못마땅했다. 나 또한 학원 강사, 화장품 테스트, 과외 등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며 열심히 사는데도 지난해까지 월세 및 학자금 명목으로 매달 50만원을 갚았다. 인생이 햇빛 하나 안 들어오는 고시원 같다고 느꼈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나만 겪는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시작했다. 우리 이야기는  스스로 하자고.

지난 3월 활동을 시작했다. 한 해가 다 되어가는데, 그간 어떤 일을 했나?
올해 주력 목표는 구직촉진 수당과 청년 고용할당제 도입이었다. 노동 상담과 더불어 구직 상담도 했다. 조합원 중에 직업 상담사가 있어서 구직 활동을 하려는 청년은 누구나 연락하면 된다. 또 조합 내에 세대별 모임을 만들어 10대·20대·30대가 각자 가진 고민을 풀어보려는 노력도 한다. 시작할 때는 이렇게 많은 호응을 받을 줄 몰랐다. 하지만 언론과 지식인층이 보이는 관심에 비해, 청년층으로부터 공감을 얻어내는 데는 부족한 점이 있다. 좀 더 많은 청년에게 다가가겠다.

기자명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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