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인권운동가로 널리 알려진 고상만씨(41)가 걸어온 길은 ‘꼬장꼬장한 조사관’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린다. 천주교인권위원회 간사, 대통령소속 의문사위와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 조사관 등을 연이어 맡으면서 감추어진 역사적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데 발군의 실력을 발휘해왔기 때문이다. 김훈 중위 사건과 장준하 선생 의문사 사건, 진도 간첩단 조작 사건 등이 대표적 사례다.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파헤치는 데 주로 쓰인 고씨의 미세한 현미경은 최근 교육 현장으로 옮아갔다. 서울시내 각급 학교의 교육 비리를 바로잡는 ‘시민감사관’으로 최근 그가 위촉된 것. 시민감사관이란 그간 부정부패와 비리로 지탄받아온 서울시교육을 정상으로 돌려놓겠다는 곽노현 교육감의 의지에 따라 도입된 직제다. 서울시교육청 감사담당관실 소속이다. 종전에도 명예감사관이라는 제도가 있었지만 대부분 일선 교육 관계자들이 순환보직 개념으로 맡다보니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불신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반면 이번에 서울시교육청이 새로 도입한 시민감사관은 교육 현장 비리를 적발하는 데 실질적인 권한과 업무를 부여받고, 조사 역량이 검증된 교육계 외부 인사가 감사관을 맡게 됐다.

고씨는 “교육계 비리 온상을 조사하고 척결하는 모범을 보여, 이 제도가 다른 지역 교육청에도 확대되는 전형을 만들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시사IN 안희태
기자명 정희상 기자 다른기사 보기 minju518@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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