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릭 러핀 제공기름 유출 사고 이전에 이미 서해안은 플라스틱·스티로폼 쓰레기 등으로 오염되어 있었다.
경포중학교 교사인 릭 러핀 씨는 지난 12월16일부터 태안 기름 유출 사고 현장에서 봉사 활동을 했다. 러핀 씨는 현지 활동 중 느꼈던 점을 〈시사IN〉에 기고해왔다. 그는 한국인의 기름 제거 청소 캠페인의 가려진 이면을 말하고 있다.

파도리 마을까지 버스로 우리 일행을 안내했던 릭 웨이크먼 교수는 “한 시간씩 일할 때마다 휴식을 취하고 마스크를 써라”고 당부했다. 나쁜 공기 속에 오래 있으면 폐에 좋지 않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나는 마스크를 거의 쓰지 않았다. 사람들이 말하는 것에 비해 기름 유출 상황이 그렇게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태안리 해변에는 자원봉사자 인파 수백 명이 바위에 붙은 기름을 긁어내고 있었다. 그런데 해변가 한쪽에는 스티로폼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한 자원봉사자 여성에게 스티로폼에 대해 물으니 그녀는 “아, 우리는 그건 치우지 않아요”라고 답했다. 그래서 내가 직접 치우기로 했다.

근처 갯벌과 모래를 뒤집으니 플라스틱 병과 스티로폼 부유물이 깊게 쌓여 있었다. 해초가 두껍게 감싸고 있는 것으로 봐서 꽤 오래 기간 축적된 듯했다. 난 기름을 제거하는 대신 이 쓰레기를 치웠다. 플라스틱 물병, 스티로폼 부유물, 나일론 낚싯줄, 나일론 끈, 고무 샌들, 신발, 알루미늄 캔, 양철 캔, 기름 드럼통, 그물, 유리병, 검은 비닐 봉지 등이 나왔다. 그 쓰레기 중 90% 이상이 플라스틱과 스티로폼이었다. 해변은 기름이 아니라 플라스틱으로 덮여 있었다.

지난 12월7일의 기름 유출 사고는 한국에서 역사상 최악의 재앙이라는 식으로 보도된다. 하지만 해석은 관점에 따라 달라진다. 환경단체 ‘버즈 코리아’를 이끄는 니알 무어 씨라면 아마도 한국 역사상 최대 재앙은 새만금 간척 사업(풍요로운 갯벌 4만 헥타르를 파괴한)이라고 말할 것이다.

기름 유출 사고 이전에 이미 서해안은 오염되어 있었다. 플라스틱 쓰레기의 해악은 때로 기름보다 더 심각하다. 오늘날 PVC, 폴리스티렌, 나일론, 폴리프로필렌과 같은 플라스틱 쓰레기 수천t이 매일 버려진다. 폴리머 같은 물질을 태우면 온갖 유해물질이 공기 중에 퍼진다. 그 중 하나는 유독 물질인 다이옥신이다. 다이옥신은 발암물질이며 성호르몬을 교란하는 능력도 있다. 한국에서는 플라스틱을 태우는 모습이 정말 쉽게 눈에 띈다.

기름 제거 캠페인이 야기하는 문제들

내가 태안 해변에서 주운 낚시줄과 노끈, 그물 조각 역시 위험하다. 이것들은 바다 짐승과 새 수백만 마리의 몸을 감아 꼼짝못하게 한다. 버려진 그물은 사람에게도 위험하다. 플라스틱 봉지는 마치 해파리처럼 보여서 바다거북 등이 먹곤 한다. 봉지가 소화기관을 막아 결국 죽게 된다. 이런 플라스틱을 덜 쓰고 재활용하는 일이 필요하다. 플라스틱 물건의 생산과 판매를 철저히 규제해야 한다. 지금 버려진 플라스틱은 10만 년이 지난 미래에도 썩지 않고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태안에서 벌어지는 기름 제거 캠페인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 못지않게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 청소 작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고무 장갑이나 마스크와 같은 일회용 용품을 쓰고 있다. 현재 수만 명이 이 청소 작업을 하는데 엄청난 쓰레기가 양산된다. 필자는 해변을 청소하면서 전날 일했던 사람들을 위해 쓰인 빈 물병과 스티로폼 그릇을 치우는 데 상당한 시간을 보냈다.

물론 기름 유출 사고는 비극적인 사태다. 하지만 기름 유출은 몇 년에 한 번 있는 일이지만 쓰레기 유출 사태는 매일 벌어진다. 태안 기름 유출 사고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어쩌면 환경을 살리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그냥 자연 그대로 두는 것일지도 모른다. 

기자명 태안=릭 러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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