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에서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75)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그런데 조 목사의 건강이 좋지 않다. 지난해에는 위독했다고 한다. 11월3일 열린 〈국민일보〉 회장 겸 발행인 취임식에서 조용기 목사는 “지난해 성도들의 기도, 좋은 약, 안마사 그리고 무엇보다 집사람이 잘 돌봐줘 건강을 다시 찾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조 목사의 장남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은 〈국민일보〉 노조 관계자에게 “2006년 12월에 조 목사님이 파킨슨병으로 진단받았다. 내가 잘 아는데 이 병은 5년이 지나면 휠체어에 앉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안희태〈국민일보〉에서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75)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이 같은 이유로 최근 〈국민일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내홍을 주변에서는 ‘조 목사 이후를 위한 포석’이라고 본다. 조 목사 부인인 김성혜 한세대 총장(68)과 아들 조희준·조민제·조승제 씨 간의 재산 분할이 핵심이라는 분석이다. 김주탁 〈국민일보〉 경리팀장은 9월3일 〈국민일보〉 인사위원회에서 “목사님이 살아계실 때 재산 정리를 해놓아야 시끄러워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김성혜) 총장님의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노사 공동비상대책위원회는 특보에서 “김 총장이 여의도순복음교회 당회의 투표로 선출한 이영훈 담임목사 체제를 무시하고, ‘부부 세습’ 또는 ‘부자 세습’을 노리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개혁을 주장해온 구교형 목사는 “김성혜씨와 조희준씨의 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사돈인 노승숙 〈국민일보〉 회장을 사퇴하게 하고, 차남인 조민제 〈국민일보〉 사장까지 물러나게 하려는 시나리오다. 조용기 목사가 부인 편을 들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사태의 발단은 지난 7월 조 목사의 장남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45)이 움직이면서부터다. 7월13일 조 전 회장은 노승숙 〈국민일보〉 회장(조 목사의 사돈. 조 목사의 차남 조민제 〈국민일보〉 대표이사 사장의 장인)을 방문해 사퇴를 종용했다. 조 전 회장의 측근들은 8월4일 노승숙 회장을 배임 등의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고발한다. 8월28일에는 김성혜 총장이 나서서 노승숙 회장에게 사퇴를 요구한다. 결국 9월17일 노승숙 회장은 자리에서 물러난다. 9월27일 국민문화재단(〈국민일보〉 주식 100% 소유) 이사회에서 조용기 목사는 김성혜 총장을 〈국민일보〉 회장 겸 발행인으로 추천했다. 하지만 이사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그 뒤 조용기 목사가 〈국민일보〉 회장 겸 발행인에 선임되며 〈국민일보〉 사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좌파 신문 바로잡으려 한 것”

〈국민일보〉 주변에서는 일련의 사태가 조희준 전 회장의 컴백을 위한 수순 밟기라며 긴장하고 있다. 조희준 전 회장은 1997년 〈국민일보〉 사장에 취임해 〈스포츠투데이〉 〈파이낸셜뉴스〉 등을 창간하는 등 계열사를 16개까지 늘렸다. 2001년 그는 세금 25억여 원을 포탈하고 회사 자금 180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다. 2005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0억원의 형이 확정됐다. 하지만 조 전 회장은 벌금을 내지 않고 일본으로 도피했다. 2007년 12월 일본 사법당국에 체포됐고 벌금 50억원을 납부한 뒤 풀려났다. 조 전 회장은 2008년 8월 특별사면을 받았으며, 지난 8월 조용기 목사가 설립한 재단법인 사랑과행복나눔의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시사IN 안희태김성혜 한세대 총장(위 왼쪽)과 조민제 〈국민일보〉 사장. 오른쪽은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

여의도순복음교회 한 목사는 “순복음 주변에는 조희준씨에게 〈국민일보〉를 되돌려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조 회장도 사회적 기반을 잡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다른 관계자는 “탈세·횡령이 무슨 문제인가. 같이 감옥 간 〈조선일보〉 방상훈이랑 〈중앙일보〉 홍석현도 신문사에서 떵떵거리고 있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국민일보〉에서는 노사 공동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조희준 전 회장의 〈국민일보〉 입성만은 막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일보〉 노조는 ‘조희준씨에게 경고한다!’ ‘조희준씨, 정신 못 차렸나?’ 등의 성명을 내놓았다. 또 10월7일에는 조희준 전 회장을 조세 포탈 및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그러자 조용기 목사가 직접 나섰다. 10월20일 여의도순복음교회 대성전에서 열린 수요예배에서 조 목사는 “자기 교회를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비난하고 공격하는 글을 쓴 그런 것은 머리에 털 나고 처음 봤다. 나도 칼을 못 써서 안 쓰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11월3일 〈국민일보〉 회장에 취임한 조 목사는 임원들에게 “저쪽(김성혜 총장 측)에서는 〈국민일보〉를 좌파 신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것을 바로잡으려) 〈국민일보〉에 오려고 한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조 목사는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일보〉 사태’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발언도 덧붙였다고 한다.

이를 전해 들은 전국언론노동조합 〈국민일보〉 지부(지부장 조상운)는 조용기 목사를 〈국민일보〉 회장에서 해임하라는 성명서를 내놓았다. 조민제 사장과 노승숙 전 회장은 이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조용기·김성혜·조희준 대 조민제·노승숙·〈국민일보〉’라는 묘한 역학 구도가 형성된 셈이다.

‘교회 바로서기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교회개혁실천연대(공동대표 오세택·백종국 목사)도 성명서를 내고 “모든 책임은 조용기 목사에게 있다. 조 목사 스스로 〈국민일보〉 및 순복음선교회 관련 공직에서 스스로 물러나라”고 주장했다. 남오성 개혁연대 국장은 “이번 〈국민일보〉 사태의 원인은 조 목사 친·인척들 간의 자리다툼에 있다. 조 목사와 친·인척의 전횡이 언론 독립을 송두리째 망가뜨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구교형 목사는 “형제간 자리싸움과 줄 대기가 처음부터 문제였다”라고 말했다.


〈국민일보〉는 그동안 조 목사의 가계 기업처럼 운영되었다. 조용기 목사의 동생 조용우씨는 〈국민일보〉 초대 사장을 지냈고, 이후 장남 조희준씨가 사장과 회장을 역임했다. 다시 차남 조민제씨가 〈국민일보〉 사장에 올랐다. 〈국민일보〉 회장 취임식에서 조용기 목사는 “내가 우리 자식을 〈국민일보〉에 세운 거지, 자식에게 (〈국민일보〉) 재산을 넘겨주려고 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11월3일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의 〈국민일보〉 회장·발행인 취임식은 국민일보 빌딩 12층에서 열렸다. 취임식이 끝나자 김성혜 총장이 보디가드의 호위를 받으며 취임식장을 빠져나갔다. 출입문 근처에서 “김성혜 총장님, 하나님 믿으면 회개하세요”라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소리를 막으려고 몰려들었다. “이 자식아. 어디라고 입을 함부로 놀려.” “저런 놈들을 그냥 둬? 조심해라 인마.” “힘으로 한번 해볼까.” 욕설과 몸싸움이 이어졌다. 큰 소리로 욕을 하던 사람에게 함께 욕하던 노인이 “아이고, 목사님 그냥 가십시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럽시다. 장로님”이라고 말했다.

기자명 주진우 기자 다른기사 보기 ac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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