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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양시 고봉산 자락에 위치한 전통도검제작소. 한국 제일의 전통도검 명인의 작업장 치고는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그러나 작업장 한 편에 시선이 이르자, 유리 진열장 안에서 천년의 시간을 넘어 되살아난 선조들의 화려한 보검들이 상서로운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전통도검 명인 홍석현씨(53)가 옛 방식대로 검을 재현하기 위해 이곳에 든 지도 8년째. 이곳에 터를 잡은 첫해에 그는 전통 검의 최고봉인 백제무령왕릉 용문 환두대도를 재현해냈다. 일본인들조차 일본 검의 원류이자 현존하는 최고의 걸작품으로 치는 이 용문 환두대도에 대해 홍석현 명인은  “신의 솜씨가 아니고는 나올 수 없는 검이다”라고 극찬한다. 손잡이의 화려한 금속 문양이랄지, 접쇠 기법을 통한 칼날의 제작 기술 등은 1500년 전에 어떻게 이런 기술이 가능했을까 할 정도라는 것이다.

그 이후 가야 시대 단봉 환두대도, 2003년 그에게 전승공예대전 대통령상의 영예를 안겨준 조선 시대 사인검 등 옛 보검 30여 점이 그의 손끝을 통해 새 생명을 얻었다. 홍 명인에 따르면, 전통 검은 우리 민속공예의 모든 기법이 아우러진 종합 예술품이다. 우리 검은 처음부터 멋스러운 장식과 위용을 중시했다. 14세부터 시작해 30세에 이르기까지 나전칠기 기법을 익혔던 홍석현 명인 같은 이가 아니면 엄두도 내기 힘든 일이었던 것이다.

그가 심혈을 기울여 재현해낸 전통 보검 20여 자루가 2007년 11월17일부터 12월17일까지 서울시 문화재과 주선으로 남산골 한옥마을 초청 전시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전시회에는 전통 검 애호가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기자명 남문희 전문기자 다른기사 보기 bulgo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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