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1군사령관을 지낸 오영우 육사 총동창회장(예비역 대장·사진)을 만나 김훈 중위의 명예회복을 위해 육사 동창들이 팔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선 배경을 들어보았다.

육사 총동창회에서 12년 만에 김훈 중위 사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아버지와 아들이 둘 다 육사 동문인데 그 아버지가 12년간 이루 말할 수 없이 어렵고 힘겹게 투쟁해온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내용을 알고 나니 육사 총동창회가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운영위원 전원 만장일치로 김훈 중위를 순직 처리해달라는 청원서를 내기로 했다. 

육군 1군사령관을 지낸 오영우 육사 총동창회장.
김훈 중위 사건의 진상을 어떻게 보나. 최초 사건 전개나 김척 장군의 명예회복 노력 등을 세세히 모르고 있던 때에는 나도 군 수사기관이 자살 처리한 것을 ‘그런가 보다’ 하고 받아들였다. 그런데 최근 이 사건 진행 경과와 국가기관의 각종 결정 자료를 다시 들여다보고 그냥 넘길 수 없는 문제라고 판단했다.국회 진상조사소위원회, 대법원 판결, 미국 과학수사기관의 탄환 흔적 감정, 최근 대통령 소속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모두 한결같이 김 중위가 자살했다는 군 수사 결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김 중위를 자살자로 대접하면 안 된다는 게 육사 총동창회의 생각이다.

국방부와 육본은 지금도 김훈 중위가 자살했다고 주장한다. 국방부와 육군이 과거 합조단의 조사 결론만 가지고 일방적으로 자살이라고 주장하며 여타 국가기관 결정과 유족을 무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군이 과거에는 잘못 판단했더라도 이제는 이를 재심사해 상식과 순리에 맞게 순직 처리해달라는 것이 육사 총동창회의 청원 사항이다. 이미 권위 있는 국가기관 3곳이 자살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만큼 이것만 갖고도 법률적으로 명예회복과 순직 처리가 가능하니, 사회 각계 저명인사로 구성된 심의를 통해 해결해달라는 것이다. 김태영 장관 등 군 수뇌부는 여전히 김 중위 순직 처리에 난색을 표한다. 나도 전역을 해보니 현역의 사고방식이 상당히 유연하지 못하다는 것을 절감한다. 현직 장관과 참모총장도 참모의 건의와 의견을 중시하겠지만, 김훈 중위 사건만은 군의 미래를 위해 긍정적으로 접근하기를 권한다. 다른 국가기관과 상식 있는 육사 동문들이 다 지켜보고 있다. 김훈 중위의 명예를 회복시키고 순직 처리해 국립묘지에 안장하도록 결정하는 것은 국방부와 육본의 불명예가 아니다. 오히려 군이 정말 용기 있다고 평가받을 만한 일이다.

기자명 정희상 기자 다른기사 보기 minju518@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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