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정동의 새터교회에서는 매주 금요일  ‘신나는 청춘 음악대학’이 열린다. 탈북자(새터민) 출신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노래 교실이다. 교회에서 하는 탈북자 대상의 어떤 프로그램보다 출석률이 높다. 10월15일, 어김없이 할머니 15명이 모였다.

평일 오후인데도 출석률이 좋은 건 수강생이 탈북자 할머니들이기 때문이다. 수업도 수업이지만 친목 도모에 의미를 둔다. 연로한 데다, 탈북 과정에서 몸이 상해 대개 일을 할 수 없어 기초생활수급을 받고 있다. 복지관을 비롯해 탈북자 노인을 위한 프로그램을 다니는 걸로 적적함을 달랜다.

한 어린이가 어버이날을 맞아 탈북 노인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주고 있다(사진은 기사와 무관).
입국한 지 한 달이 채 안 된 김정자씨(72·가명)에게 ‘그 연세에 왜 이리 험난한 길을 선택했느냐’고 물었다. “오고 싶어서 왔겠나. 죽을 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자식이 가자니까 그냥 따라왔지.” 김씨뿐 아니라 다른 할머니도 입을 모았다. “살면 얼마나 살겠다고. 자식들 배만 안 주렸어도 북한에 있었을 거다.” 자녀를 따라나섰지만 북한에 있는 나머지 자녀 생각에 힘들 때가 많다. 김서향씨(70·가명)는 딸 내외와 몽골 사막을 헤매다 감옥에 갇혀 두 달 가까이 노린내 심한 양고기를 억지로 먹어야 했다. 노인의 몸이라 더 고되었다.

 이미경 의원이 지난해 발표한 〈북한이탈주민 여성 1만명 시대 삶의 현장〉 보고서에 따르면 60대 이상 노인은 탈북자 중에서도 가장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 계층이다. 취업이 안 되는 것은 물론이고, 남한의 문화를 흡수하기에는 늦은 나이이기 때문이다. 집단에 어울리지 못하고 집에서만 지내는 노인도 있다.  

건강도 문제이다. 탈북 노인들은 기초생활수급자로서 소득 인정액 기준에 따라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1개월에 6000원으로 한정되어 외래 치료 4회만 받으면 나머지는 본인 부담이 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탈북 노인에게 남한과 똑같은 복지법이 적용되다보니 자식이 있어 4대 보험에 가입하고 있으면 부모가 기초생활수급자에서 제외된다. 일자리가 없는 노인이 생활비마저 단절된 상황에서 월세와 관리비를 충당하기 어려운 현실인 것이다.

기자명 임지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tot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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