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포토미국 뉴욕에서 〈시사IN〉과 인터뷰 중인 신정아씨.

지난 9월8일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전격 사퇴 이후 뉴욕 특파원들은 ‘신정아 잡기 경쟁’을 벌였다. 신씨가 머물렀던 호텔이 소개되고 가지도 않은 뉴저지 아파트가 방송을 타는 등 오보가 속출했다. 과열 경쟁이 빚어낸 오보였다. 정정 보도는 나오지 않았다. 어떤 특파원은 맨해튼의 호텔을 뒤지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뉴욕과 워싱턴의 한인 화가들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시사IN〉은 서울-토론토-뉴욕을 잇는 인터뷰를 일주일 내내 진행했다. 새로운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서울에서는 내게 질문지를 보냈고, 나는 뉴욕의 신씨에게 물었다. 9월14일 새벽, 호텔을 떠나기 직전에 가진 ‘누드 사진’에 관한 마지막 인터뷰까지 신씨의 답은 서울 〈시사IN〉에 실시간으로 전달되었다.    신씨의 한 지인인 ㅈ씨는 “특파원들이 신씨 때문에 짜증을 많이 냈다”고 말했다. 뉴욕 현지의  주요 뉴스를 업데이트하는 본연의 업무만으로도 숨이 턱에 닿을 지경인데, 왜 하필 신씨가 뉴욕으로 왔느냐며 푸념을 늘어놓았다는 것이다. 어느 특파원은 “신씨가 뉴욕을 빨리 떠났으면 좋겠다”라고도 했다.  신씨를 만나기 위해 한국 언론사들은 총력전을 펼쳤다. A언론사는 사람을 고용해 신씨 지인을 미행하고 며칠간 아파트 앞에 잠복해 “신씨가 뉴저지의 누구 아파트에 있다”라고 보도했다. 오보였다.  B언론사는 “정보를 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다”라고 협박해 ‘아니면 말고’ 식의 가십 거리를 얻어갔다. C언론사는 “인터뷰를 성사시켜주면 사례하겠다. 3만 달러면 되겠느냐? 5만 달러? 우리는 그 정도 여유가 있다”라고 제안했다. D언론사의 뉴욕 특파원은 신씨가 한국에 들어간 지 한참이 지난  9월26일에도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시사IN〉에 미처 쓰지 않은 내용이 있나 싶어 전화했노라고 했다. 

 뉴욕에서 한국 언론의 취재 경쟁을 지켜본 한 동포는 “그러지 않아도 바쁜 기자들이 왜 저 문제에 저렇게 집착하는지 모르겠다. 신정아가 뭐기에?”라며 의아해했다.  신정아씨가 2개월간 머물다 떠난 뉴욕에서는 한국 언론의 취재 열기가 푹 가라앉았다. ‘새우깡’ 같은 가십조차도 더 이상 나올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열성적인 특파원들은 아직도 전화를 해온다. 이삭줍기를 하려는 것 같다”고 신씨의 지인은 말했다.

기자명 토론토·성우제 편집위원 다른기사 보기 sungwooj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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