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조단 보고서 오류 분석
그러나 이러한 조사 결과가 정면으로 반박됐다. 10월12일 언론 3단체(한국기자협회·한국PD연합회·전국언론노동조합)로 구성된 천안함 조사 결과 언론보도 검증위원회(검증위)는 〈더 이상 버블제트는 없다〉라는 제목의 86쪽짜리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보고서는 민간 최초로 천안함 흡착물질에 대한 독자 분석을 실시한 결과를 담았으며, 합조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에 나타난 오류를 분석하고 있다. 보고서에서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합조단 조사 결과 발표 이후 최대 쟁점이었던 흡착물질 분석에 관한 부분이다.
검증위는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함체와 어뢰의 흡착물질 시료 분석을 양판석 박사(캐나다 매니토바 대학 지질과학과 분석실장)에게 의뢰했다. 양 박사는 합조단이 조사에 사용한 X선 회절분석(XRD)·에너지 분광분석(EDS) 외에도 적외선 분광분석(FT-IR)·레이저라만(Laser Raman) 분광분석 등 다양한 분석기법을 통해 9월24일~10월7일 분석을 실시했다. 또한 전자현미분석(EMP)을 통해 구성 원소 간 결합비를 밝혀내는 정량분석까지 실시했다. 이에 따르면 흡착물질은 상온이나 저온에서 생성되는 수산화물인 ‘비결정질 바스 알루미나이트’로, 어뢰 폭발과 같은 고온 환경에서는 나올 수 없다는 결론이 내려진다. 1번 어뢰와 천안함을 연결시켜주었던 가장 강력한 고리가 끊긴 셈이다.
검증위 보고서는 폭약 성분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국방부는 천안함에서 TNT·RDX· HMX 세 종류의 폭약 성분이 검출됐다고 했다. RDX는 옛 소련제 어뢰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고, 그렇기 때문에 북한의 소행이라는 추정이 가능했던 대목이다. 그러나 국방부 보고서에 따르면 어뢰의 주요 폭약 성분 중 RDX는 6~7군데에서 발견된 반면, HMX는 28군데에서 발견됐다. 또한 HMX가 들어간 어뢰는 ‘미국 등’에서 제조되고, 아군 무기에도 장착된다고 밝히고 있다. 검증위는 주 폭약 성분인 HMX가 북한 무기에 쓰였다는 근거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 군함에서 세 가지 폭약 성분 모두 폭발과 무관하게 검출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천안함 사건의 원인이 아군 내부에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핵심 의문 중 하나는 폭발 원점의 위치였다. 천안함은 폭발 원점에서 북한 어뢰의 공격을 받아 1~2초 사이에 두 동강이 났다고 알려져 있다. 이후 천안함은 3노트(시속 5.5~ 7.4㎞)에 이르는 빠른 남동 조류를 따라 떠내려가다 침몰했다. 폭발 이후 표류와 침몰 과정은 TOD(열상감지장비)에 담겨 있다. TOD 카메라가 피사체를 바라보는 각도의 변화를 대입해보면, 천안함이 폭발 직후부터 어느 정도 이동한 뒤 침몰했는지를 계산할 수 있다. 합조단은 6월29일 공개설명회에서 폭발부터 함미 침몰까지 약 7.5°의 변화가 있다고 밝혔다.
천안함은 남동 조류 따라 북서진?
이 각도를 지도에 대입하면 폭발 원점과 함미 침몰 지점은 500m 정도 차이가 난다. 그러나 검증위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특정해놓은 폭발 원점과 함미 침몰 지점 사이의 거리는 200m 차이에 지나지 않았다. 오차를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300m의 차이가 설명되지 않는 셈이다. 이 밖에도 TOD에 나타난 폭발 직후의 천안함이 폭발 원점의 북서쪽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도 모순으로 지적된다. 어뢰 격침에 의해 두 동강으로 절단된 천안함이 빠른 남동 조류를 거슬러 북서진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검증위는 이번 보고서가 “지진파와 음파, KNTDS(한국해군전술지휘통제시스템), TOD 등의 자료를 기본적으로 신뢰한 상태에서 작성됐다”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증위 보고서는 흡착물질·폭약성분·폭발원점의 위치 등, 정부 보고서의 오류를 짚어냈다. 노종면 검증위 위원장은 “이번 보고서의 가장 큰 의미는 정부의 조사 결과가 잘못됐다는 점이며, 그렇기 때문에 국정조사를 열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