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비위 사건을 바라보는 비영리단체(NPO) 활동가들의 심경은 착잡하다. 이들은 다른 곳은 몰라도 시민의 자발적 기부로 운영되는 단체의 간부가 그런 일을 저질렀다는 데 놀라는 한편, 이제 막 꽃피기 시작한 한국 기부 문화의 뿌리가 흔들릴까 봐 걱정이다.

활동가들은 먼저 단체의 ‘투명성’을 한 계단 더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금도 아름다운재단 등 몇몇 단체는 임직원 윤리 헌장·모금 헌장 등 내부 규약에 투명성을 명시한 것은 물론 활동가 개인의 급여 내역까지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외부’ 회계사에게 감사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일부 단체의 경우 홈페이지 등에 ‘가슴 찡한’ 후원 사례를 열거하는 데 열심인 반면, 모금액이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곳도 있다. 작은 단체의 경우 그럴 여력이 없는 탓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투명성에 대한 이해가 아직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아름다운재단비영리단체 활동가에게 ‘투명성’은 최고 과제 중 하나다. 사진은 지난해 열린 NPO 콘퍼런스 모습.

기부 꺼리는 까닭 “기부처 불신”

이와 더불어 기부자의 ‘신뢰’를 이끌어낼 수 있는 운영 방안도 마련되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황선미 아름다운재단 간사는 “조사를 해보면 사람들이 기부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기부처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막연히 감성에 호소해 어려운 이들을 도와달라고 할 것이 아니라, 내 기부가 어떤 성과를 거뒀는지 기부자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예컨대 빌게이츠 재단의 경우 에이즈 예방을 위해 아프리카에 모기장 지원 사업을 펼치면서 모기장 1만 개가 에이즈를 몇% 예방했는지 구체적 지표를 제시한다. 이런 ‘사회적 영향’(social impact)을 설명하는 것이 곧 ‘온전한 투명성’이라는 것이다.  

 

마침 우리 사회의 기부 문화를 되돌아보고 비영리단체의 활동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아름다운재단은 창립 10주년을 맞아 ‘기빙코리아 2010’ 심포지엄 등 행사를 연이어 개최한다(왼쪽 표 참조). 기빙코리아 행사에서는 한국인의 ‘개인 기부지수’를 발표한다. 이를 통해 평균 기부액 추이, 한국적 특성 등을 알 수 있을 전망이다. 이승규 카이스트 사회책임경영연구센터장은 기부의 사회적 영향을 어떻게 측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 강연한다.

‘나눔에 관한 질문’ 콘퍼런스에서는 도법 스님·안철수 카이스트 교수·조한혜정 연세대 교수·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등이 강연자로 나서 ‘거리 동냥인에게 돈을 주어야 할까’ ‘미래에는 어떤 나눔이 필요할까’ 따위 흥미로운 질문을 던지고 참석자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다.

기자명 이오성 기자 다른기사 보기 dodash@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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