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 한가운데에 ‘햄버거 2.0’을 표방하는 가게가 문을 열었다. 웹의 등장과 함께 2.0 이야기가 많이 나왔지만, 햄버거에 2.0을 붙이니까 어쩐지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전통산업에 웹 2.0 철학이 결합된 사례가 점점 많아지면서 인터넷에서 시작된 혁신 철학이 일반화하기 시작할 것이다.

이 회사는 일단 건강한 햄버거 가게를 표방하면서, 다양한 조합의 햄버거를 인터넷을 통해 판매한다. 가능한 조합의 수가 1억4000만 가지에 이르는데, 주문을 하기 위해서 일반적인 방법으로 카운터에 줄을 서서 종업원을 상대로 주문할 수도 있지만 인터넷을 통한 주문도 가능하며, 가게에 가서 앉아 있으면 종업원들이 돌아다니면서 주문을 받거나 가게에 비치된 아이패드를 활용해 주문할 수도 있다. 

재료가 많아서 다양한 조합이 가능한 것인데, 예를 들어 연어를 중심으로 독특한 샐러드를 결합한 연어버거도 있다. 공간은 3층으로 구성되어 있어 모든 좌석에 전원이 공급되며, 와이파이가 공짜로 제공돼 식사를 하고 일도 할 수 있다. 커다란 비디오 스크린과 프로젝터도 있어서 이 공간에서 최근 이뤄진 트위터와 포스퀘어 체크인을 모든 사람에게 보여준다. 아이패드 여섯 대를 빌려 이용할 수 있어서 기다리는 동안 무료함도 없앨 수 있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햄버거 2.0’을 표방하며 문을 연 가게.

소비자들이 직접 메뉴 개발해 입소문내기도

마케팅 전략은 어떻게 할까? 이들은 전통적인 마케팅에 돈을 거의 쓰지 않았다. 매장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입소문, 즉 바이럴 마케팅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특히 고객이 직접 조합한 햄버거 메뉴를 저장해 자신만의 근사한 이름을 붙일 수 있고, 이 메뉴를 좋아한다는 것을 간단히 트위터나 페이스북 심지어 유튜브 비디오 광고에까지 매우 쉽게 나타낼 수 있게 함으로써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입소문을 내도록 했다. 더 나아가 이렇게 저장한 메뉴가 다른 사람들에게 판매될 경우 25센트를 적립해줌으로써 자신의 메뉴를 전파시키도록 독려하고 있다.

기존 요식업체들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측과 소비자를 명확히 구분했다면, 이곳에서는 소비자들이 생산 과정에 개입하거나 직접 마케팅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둔 셈이다. 이처럼 프로슈밍(prosu ming)과 바이럴(viral) 전략을 적극 구현했다는 측면에서 이 가게는 ‘햄버거 2.0’ 사업을 성공적으로 구현했다고 할 만하다.

그러나 문제점도 있었다. 무엇보다 막상 문을 열고 보니 인터넷 트래픽이 과다하게 발생할 경우에 원활하게 대처할 수 없었다. 이미 이들의 새로운 시도가 여러 차례 언론에 소개되면서 맨해튼 가게에는 날마다 많은 사람이 몰려들고 있다. 특히 점심시간에는 최소한 한 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하자, 일찍 몰려든 사람들이 많은 불만을 갖게 되었다. 또한 음식값이 상대적으로 비싸 초기에 기대했던 긍정적인 바이럴보다는 부정적 바이럴도 만만치 않게 퍼지는 점이 큰 부담이다.

이는 인터넷 2.0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전통산업을 추구하는 곳들이 공통으로 직면하는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전통산업은 인터넷처럼 그렇게 간단히 확장하는 방식으로 대처하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해당 산업의 운영 노하우나 이해도가 높은 사람들이 협력을 통해 함께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교훈을, 이러한 초기의 혁신 기업들이 잘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이런 문제점들을 트위터로 꾸준히 접수하고 있고, 워낙 독특한 개념으로 시작된 곳이어서 꾸준한 성장이 기대된다. 벤처캐피털도 이들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이 사업을 확장하면서 시스템을 더욱 잘 갖추어 나간다면 새로운 스타 체인이 탄생할지도 모른다. 국내에서도 이같이 창의적인 시도를 하는 곳이 많이 등장했으면 싶다. 이제는 전통산업의 첨단화에서 기회가 올 것이다. 특히 서비스와 제조·유통 산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자명 정지훈 (관동대 의대 IT융합연구소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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