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도 과학적인 증거를 가져와 말하세요.” 지난 9월29일 경기 남양주시에서 열린 세계유기농연맹(IFOAM) 기자회견에서 한 경기도 공무원은 팔당 농민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유기농이 발암물질을 생성하고 수질에 악영향을 미친다”라고 허위 홍보했다며, 최근 팔당 농민들이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수원지검에 고발한 뒤였다. 경기도가 홍보 자료 등을 통해 이런 주장을 펼친 주된 근거는 한국농어촌연구원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각각 펴냈다는 논문 두 편이었다. 그런데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논문 작성자가 최근 “유기농이 발암물질을 생성한다고 언급한 일이 없다”라고 한 데 이어, 한국농어촌연구원이 경기도 홍보 책자에 언급된 논문(〈유기농법이 수질에 미치는 영향 분석〉)을 펴낸 일 또한 아예 없다는 사실이 〈시사IN〉 취재 결과 드러났다(이에 대해 경기도는 홍보 자료 작성자가 해외 출장 중이어서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유령 논문’까지 등장한 유기농 유해 논쟁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한국을 방문한 우르스 니글리 세계유기농연맹 이사(사진·스위스 유기농업연구소장)에게 물어보았다.

ⓒ시사IN 백승기
유기농이 수질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를 들어본 일이 있는가? 21년간 유기농 관련 연구를 해왔지만 그런 말은 처음 듣는다. 오히려 유기농법이 수질을 개선시킨다는 연구 결과는 많이 나와 있다. 유기농법을 하면 살충제를 관행 농법의 4% 정도밖에 쓰지 않는다. 더욱이 화학물질이 아닌 천연물질로 만든 살충제다. 그래서 현재 대부분의 나라가 수질 보전 구역에서는 유기농 경작만 가능하도록 허가하고 있다. 유기농은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고 환경·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지난 20~30년간 이런 내용을 담은 논문이 세계적으로 500여 편 넘게 발표됐고, 이 중 10~15%는 〈네이처〉 등 유수 과학 저널에 실렸다. 유기농에서 쓰는 퇴비가 물로 유출되면 질소·인이 증가하고 이것이 정수 과정에 쓰이는 염소 등과 결합해 발암물질 생성 가능성을 높인다는 게 경기도 주장이다.
그것은 단지 추측(specu– lation)일 뿐이다. 자연 상태에 존재하는 모든 물은 유기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당연히 그 안에 발암물질도 있을 수 있다. 자연 상황에서의 피해는 늘 있게 마련이다. 한국 정부는 팔당 유기농지에 공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어느 쪽이 수질에 더 도움이 될까? 만약 공원을 관리하는 데 제초제 같은 걸 쓴다면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런 논란이 계속되면) 강 주변에서는 아예 아무것도 할 수 없게 하자는 주장도 나올 수 있다. 물론 열대우림처럼 가만히 놔두는 것이 자연을 보존하는 가장 좋은 방식일지 모른다. 그렇지만 열대우림은 인간에게 필요한 식량을 생산할 수 없지 않나. 유기농은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기자명 김은남 기자 다른기사 보기 ke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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