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 주 포트 루이스에는 세 스트라이커 전투 여단이 주둔한다. 두 개 여단은 아프간에서 귀환했고, 나머지 한 개 여단은 이라크에 마지막까지 주둔했던 전투 여단으로 이제 막 복귀했다. 1999년 미국 육군 전략계획지침서에 따르면, 스트라이커 부대는 21세기 전략적 요구에 부응하고 전방위 대처 능력을 확보하며 전 세계를 작전 지역으로 삼으려고 창설했다. 포트 루이스는 선진화된 스트라이커 부대의 중심지이다.

이 부대 가족들은 남편과 아들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돌아오기를 오랫동안 기다렸다. 지난 7월 제5 스트라이커 전투 여단 2대대가 복귀 환영식을 가졌다. 타코마 시의 한 호텔에서 열린 환영식에는 퍼플 하트(Perple Heart) 훈장을 단 병사가 유난히 많았다. 심지어 그 훈장을 세 개나 받은 군인도 있었다. 퍼플 하트는 전투 중 전사하거나 부상한 군인에게 수여하는 훈장. 그래서인지 훈장을 단 군인 중에는 의족 부상자가 많았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도로 매설 폭탄(IED)에 부상을 당한 것이다.

ⓒAP Photo제4 스트라이커 전투 여단 소속 군인이 8월19일 환영회 도중 마중 나온 여성과 키스하고 있다.

다리를 잃었더라도 돌아온 군인들은 그나마 행복하다. 2대대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모두 65명이 부상하고, 22명이 전사했다. 그중 A중대는 중대장과 중대 간부 등 6명을 한꺼번에 잃었다. 매트 상병(22)은 그날의 사건을 기억하는 것조차 힘들어했다. “작년 8월 아프간에 파병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중대장 홀렛 대위(30)와 의무 장교 제킨스 대위(30)가 스트라이커를 타고 부대로 복귀하던 중 폭탄사고를 당했다. 스트라이커가 뒤집히고 불이 났다. 우리는 상황실에서 뒤집힌 스트라이커 속에서 중대장이 ‘불이 났다!’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결국 우리가 구조하러 가기도 전에 중대장과 스트라이커에 탑승한 전원이 사망했다. 그날은 우리 중대에게 악몽 같은 날이었다”라고 그날의 사고를 돌이켰다.

“길만 봐도 공포스러웠다”

중대장을 잃고 귀국한 그들에게는 돌아온 기쁨보다 돌아오지 못한 이들에 대한 슬픔이 더 큰 환영회였다. 이들은 지난 2월 아프간에서 대대적으로 전개된 마르자 전투에도 참가했다. 해병대와 함께 마르자를 직격할 당시, 이들은 무려 한 달 넘게 야전에서 탈레반과 전투를 벌였다. 마르자에서 가장 힘든 경험이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 그들은 서슴없이 도로 매설 폭탄에 대한 공포라고 대답했다. 매더걸 상병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언제 어디에서 터질지 모르는 공포는 숨이 막힐 정도다. 심지어 길만 봐도  공포스러웠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공포는 병사들에게 심각한 뇌손상을 가했고, 이는 범죄로 이어졌다. 포트 루이스 소속 스트라이커 여단 병사 열두명이 아프가니스탄 남부 칸다하르에 주둔하며 저지른 전쟁범죄 기록이 9월8일 공개되어 전 세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 사건은 지난해 11월 캘빈 깁스 병장(25)이 칸다하르 램라드 전초 기지로 전입해오면서 시작되었다. 깁스 병장은 동료들과 ‘킬 팀(kill team)’이라는 조직을 만들어 무고한 아프가니스탄 민간인들을 살해했다. 지난 1월 깁스와 제러미 몰록(22), 앤드루 홈스(19)는 라 모하메드 칼라이 마을의 양귀비 밭을 순찰하는 임무를 수행하던 중, 굴 무딘이라는 아프가니스탄 주민을 붙잡아 벽에 몰아세웠다. 몰록은 깁스에게서 수류탄을 받아 겁에 질린 무딘 곁에 던졌고, 홈스가 총격을 가해 무딘을 죽였다. 그리고 다음 날 몰록은 홈스에게 아무 죄책감 없이 “아프가니스탄 사람을 죽이는 게 재미있었다”라고 말했다.

ⓒAP Photo아프가니스탄의 한 지역에서 미국 육군 그림자기동대 군인들이 폭발물 공격으로 부상당한 해병대원을 긴급히 헬리콥터로 이송하고 있다.

그들은 2월에도 마라치 아그하라는 아프가니스탄 민간인을 단지 재미로 사살했다. 5월에도 다른 민간인을 비슷한 방법으로 살해했다. 이들은 희생자들의 시신에서 손가락과 다리 뼈, 치아를 빼내 기념으로 보관하고 있었으며, 한 병사는 아예 두개골을 갖고 있었다.

사건의 전말은 지난 5월 한 동료 병사가 이들이 대마초의 일종인 ‘해시시’를 피운다며 상부에 보고한 뒤, 군 당국이 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임무를 마치고 본국으로 귀환하던 깁스와 몰록, 홈스 등 다섯명은 아프가니스탄 민간인 세명을 살해한 혐의로 쿠웨이트에서 긴급 체포되었다. 나머지 일곱명은 이 사실을 은폐하거나, 동료 병사를 구타한 혐의 등으로 기소되었다.

도로 매설 폭발물 공격으로 뇌 손상?

이들 미군 병사들은 해시시와 알코올 중독 상태에서 마치 스포츠를 즐기듯 이 같은 살인을 저질렀다. 더 끔찍한 것은 그들이 아프가니스탄 민간인을 살해한 뒤 신체 일부분을 전리품으로 가지고 왔다는 점이다. 이 사건으로 포트 루이스 기지가 발칵 뒤집혔다. CNN이 입수해 8월27일 보도한 심문 영상에서 피의자 제러미 몰록 상병이 군 조사관에게 진술한 내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영상에서 몰록 상병은 “깁스 병장이 그 아프가니스탄 인을 벽 앞에 세운 뒤 나와 애덤 윈필드 상병을 정조준할 수 있는 위치에 불러 세웠다. 그리고 깁스 병장은 수류탄을 꺼내 던지고는 ‘좋아, 이놈의 털을 벗겨버려. 죽여, 죽여버려’라고 명령했다”라고 진술했다.

공소장에는 마약을 투약한 채로 재미 삼아 민간인을 살해한 병사들의 잔혹한 행위가 묘사되어 있다. 몰록 상병의 변호인 마이클 워딩턴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의뢰인이 놀이 삼아 살인했다는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도로 매설 폭발물의 공격을 받아 뇌가 손상되어 처방약과 대마초를 투약한 상태에서 깁스 병장의 압력을 받아 ‘살인하게 되었다’고 변호했다.

ⓒAP Photo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들(위)은 도로 매설 폭탄이 어디에 묻혀 있는지 몰라 늘 공포에 떨어야 했다.

병사들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뇌가 손상된 채로 임무를 수행했다는 이야기이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깁스와 킬 팀 소속 병사들은 포트 루이스의 제4 스트라이커 전투 여단 소속이다. 이들은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 주에 지난해 7월 파병되어 12개월간 파병 임무를 수행하고, 올해 7월 본국으로 복귀했다. 이들 킬 팀이 아프간에서 주둔한 램라드 전초 기지는 남부의 미군 기지 중 매우 위험한 곳으로 꼽힌다. 기지 사방이 모두 평야여서 길이 없기 때문이다. 탈레반들은 보통 도로 매설 폭탄을 길옆에 묻는다. 그리고는 그 길로 미군 차량이 지나가면 원격 장치를 이용하여 폭발시킨다. 그래서 미군들은 차량으로 이동할 때 길을 유심히 살피며 조심해서 이동하고, 주변에 무인 순찰기를 띄워 사전에 어느 정도 위험한지 확인한다. 하지만 램라드 기지처럼 사방이 넓은 평야여서 길이 없으면 어디에 폭탄을 묻었는지 알 수 없어서 긴장감이 더 커진다.

깁스를 비롯한 킬 팀 소속 병사들도 이 램라드에서 근무하면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극도의 긴장감과 스트레스를 받았으리라 짐작된다. 그리고 깁스의 경우 여러 번 파병 경험이 있어 이미 심각한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PTSD)을 앓았으리라 추정된다. 그래서 그의 변호인 말처럼 뇌손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크다. 깁스와 비슷한 환경에서 더 많은 미군 병사가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을 잃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포트 루이스의 비극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깁스 병장과 같은 부대(제4 스트라이커 여단) 소속 브랜든 베렛 상병(28)은 그의 고향 유타 주 솔트레이크로 휴가를 갔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막 돌아와 고향 집을 방문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곳에서 누구도 상상 못한 일을 저질렀다. 8월28일 오후, 그는 아프가니스탄에서 근무할 때처럼 방탄복과 헬멧을 착용한 채 총까지 들고 솔트레이크 다운타운 한가운데에 나타났다. 그리고 마치 아프가니스탄을 순찰하는 것처럼 시내를 배회했다. 전투복 차림의 총을 든 병사가 갑자기 나타나자 시내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놀란 시민들의 신고를 받고 나타난 경찰이 그를 저지했다. 하지만 그는 마치 탈레반에 대항하듯 소리를 지르며 경찰을 향해 총격을 가했다. 결국 베렛 상병은 경찰의 대응 사격에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미국 시내에서 ‘전투 중’인 병사들

이와 유사한 사건이 연이어 벌어졌다. 워싱턴 주 오쿠보에서도 캘빈 병장이 죽은 베렛 상병과 똑같이 전투복과 총기까지 착용하고 총격전을 벌이다 사망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살아남았지만 병사들은 여전히 전투 중인 것이다.

ⓒReuter=Newsis‘킬 팀’이라는 조직을 만들어 아프가니스탄 민간인들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제러미 몰록(왼쪽)과 앤드루 홈스(오른쪽).
이 모든 일련의 사건들은 포트 루이스에 주둔하는 스트라이커 부대가 단순히 운이 좋지 않아서 겪은 일이 아닐 것이다. 포트 루이스에서 같이 근무해 문제의 캘빈 병장을 잘 안다는 대릭 상병은 “같이 근무하는 동료가 이런 비극적인 일을 벌였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아프가니스탄 파병이 계속되면 우리 모두가 캘빈 병장같이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더욱 무섭다”라고 했다.

미국 병무청 통계에 따르면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퇴역 군인으로 병무청의 노숙자 재활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이들 가운데 45%가 정신질환 진단을 받았다. 4분의 3은 약물중독 상태로 나타났다. 이미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전사자가 1000명을 넘어섰다. 또한 참전 군인 세 명 중 한 명꼴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겪고 있으며, 이로 인한 자살률이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발생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인해 이제 이들 참전 군인이 미국 사회의 잠재적 ‘폭탄’이 되었다.  지난 9년간의 전쟁이 미국에 안겨준 비극적인 대가이다.

기자명 김영미·분쟁지역전문 편집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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