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4일, 방영이 한 주 연기됐던 MBC 〈PD수첩〉 ‘4대강, 수심 6m의 비밀’ 편 방송을 몇 시간 앞두고 국회에서 국토해양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렸다. 8시간여 이어진 자리의 뜨거운 감자는 역시 ‘4대강과 〈PD수첩〉’이었다. 민주당 김진애 의원이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에게 운을 뗐다. “방송을 보기도 전에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은 왜 냈나? 청와대 행정관이 참여했다는 4대강 TF팀 회의 자료와 예산 내역을 요청했는데 왜 공개 안 하나?” 정 장관은 “MBC 홈페이지에 적시된 내용을 보니 사실과 달라서 요청했다. 자료는 있지만 요청 자료가 너무 많아 빠뜨렸다”라고 해명했다.

이날 회의에는 당일 〈PD수첩〉 방송분에 등장한 한나라당 백성운·조원진 의원도 참석했다. 백 의원은 지난 1월 ‘친수구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특별법)’을 발의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다. ‘국토해양부 장관이 국가하천 경계로부터 양안 2km 범위 내의 친수 구역을 지정·변경·해제할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이 특별법안은, 4대강 사업 지역 인근의 개발 이권을 겨냥하고 있다. 법안의 취지는 ‘국가하천의 주변 지역을 체계적이고 계획적으로 조성, 이용하여 난개발을 방지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지만 내용적 핵심은 ‘국토부 장관 임의로 친수 지역의 해제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친수 구역은 통상 하천 구역 경계로부터 2km 범위 이내를 비롯해 국토해양부 장관이 친수 공간으로 인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지역을 포함한다.

대구시와 수공이 강정보 인근 수변 지역에 설치를 검토 중인 관광단지 ‘에코워터 폴리스’ 조감도.
〈PD수첩〉 방영 이후, 관심은 바로 이 4대강 사업 지역의 수변 구역 개발사업으로 옮아가고 있다. 요컨대, ‘4대강 사업으로 이익을 보는 다음 타자는 누구인가’이다. 4대강 사업 자체의 이권과 별도로 민간자본이 유입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백성운 의원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에 대비해 우리도 수변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작은 경관 조성으로는 안 된다. 

4대강 사업이 끝나고 이용가치가 올랐으면 정부가 이를 이용해 이익을 내는 게 당연한 거다. 수자원공사(수공)가 투자한 8조원 회수도 당연하다”라며 특별법을 염두에 둔 발언을 했다. 백 의원이 공개적으로 시사하듯, 일각에서는 이 특별법을 ‘수공지원특별법’으로 부른다. 4대강 사업 예산 22조원 중 8조원을 투입한 수공은 현재 다양한 이권 환수의 길을 모색 중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공기업인 수자원공사가 가장 큰 수혜자가 될 확률이 높다.

“특별법, 막개발·환경 훼손 부추길 것”

특별법은 4대강 사업 지역의 막개발과 환경 훼손을 부추길 것이라는 측면에서 환경단체의 거센 저항을 받고 있다. 게다가 특별법이라 기존 법체계를 무력화시키는 힘을 가진다. 야당은 ‘극소수 부동산 특권층만 배불리는 법안’이라며 공세를 퍼붓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여당은 ‘4대강 사업으로 발생한 개발 이익을 공공에서 환수하는 것뿐’이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이처럼 4대강 사업과 세트 법안으로 인식되는 특별법이 10월 중 상임위에 회부되면 여야 간 격렬한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별법이 통과된다는 가정 아래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현재 대구시와 수자원공사·경북도가 검토 중인 ‘에코워터폴리스’ 프로젝트다. 지난해 9월, 대구 달서 한나라당 조원진 의원이 현재 공정 중인 강정보 인근 지역에 20만t급 외국인 카지노 크루즈선과 스포츠 콤플렉스, 수변 디즈니랜드, 박물관, 공연장, 극장 등이 포함된 750만㎡ 규모의 개발계획을 대구시에 제안했다. 민자 6조4000억원을 투입해 친환경 수변 복합관광레저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사행성 사업 조장과 환경 훼손에 대한 근심이 흘러나왔다(〈시사IN〉 제118호 ‘카지노 띄워 4대강 빚 갚겠다는 수공’ 기사 참조). 투자유치단장을 맡았던 조 의원은 투자은행인 프로비던트 그룹과 지난 5월 투자자 유치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낙동강 지키기 부산 시민운동본부낙동강 상풍교 상류 지역에 대규모 준설작업이 펼쳐지고 있다.
〈PD수첩〉이 방송되기 전인 9월23일 대구시는 해당 사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세부안이 아니라 아이디어 수준이지만 수공 등과 함께 논의 중이라는 것이다. 수공은 특별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사실상 참여가 힘들다는 방침을 전했다. 방송이 나간 다음 날 국토해양부는 “크루즈선을 도입해 카지노 호텔을 운영하는 계획은 대구시 자체 검토 결과 현행법상 불가능한 사업으로 판단되어 추진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사업 자체를 접겠다는 것은 아니다. 조원진 의원 측은 “에코워터폴리스 사업은 순수한 지역경제 살리기 사업이며 4대강과는 관련이 없다. 카지노 크루즈를 빼더라도 사업 계획이 방대해 지장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문화부는 보와 보 사이에 유람선을 띄우는 ‘리버크루즈’ 사업의 경우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없다고 발표했다.

국토해양부 발표에 따르면, 현재 4대강 사업의 공정률은 24.1%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부터는 예산 3조1000억원이 투입되는 수변 생태 공간 조성사업에 본격 착수할 예정이다. 생태 복원을 말하지만, 계획 중에는 1728㎞에 이르는 ‘4대강 자전거 길’과 체육시설 등이 포함된다. 4대강 사업 이후를 걱정하는 일각에서는 4대강 전역의 위락단지화를 염려한다. 당장 추가 이권사업에 착수하지 않더라도 현재 수변을 정리해놓으면 나중에라도 개발 수요가 있지 않겠는가 하는 예상에서다.

기자명 임지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toto@sisain.co.kr
Tag
#4대강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