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을 다니다보면 왜 이걸 했을까 싶을 때가 있다. 지난주 한국드라마제작자협의회가 마련한 기자회견이 딱 그 짝이었다.

옳은 말 많았다. “내 작품을 내 작품이라 부르지 못하는 우리는 홍길동인가.” 법률 전문가의 보고서를 보고는 눈을 비볐다. ‘책임은 너희(제작사)가, 잔치는 우리(방송사)가’ 수준의 계약 사항이 즐비했다. ‘쯧쯧. 꼴만 계약서지 거의 노예 문서인데?’

‘삑사리’가 난 건 ‘주연배우 출연료 상한 회당 1천5백만원’이라는 가이드 라인에 눈이 가면서부터. 작가와 배우 몸값이 너무 비싸서 못해먹겠다는 것이다. 잠깐. 그런데 지금 이걸 누가 누구한테 하소연하는 건가? 스타들을 고가에 척척 캐스팅해 드라마를 만든 건 제작사들 아닌가? 아닌가보지?

누군가 수습했다. 책임 인정한단다. 그런데 자기네가 스타 캐스팅에 내몰린 것 또한 방송사 책임이란다. 나중에는 책임이 어디에 있든, 이대로는 못 해먹겠단다. 그래서 스스로 상한을 정하고 솔선수범하기로 결의했으니 알아달라는 거다. 한 기자가 질문했다. “〈태왕사신기〉 배우(배용준) 출연료가 그렇게 묶일 수 있나요?” “음. 그건 좀 다르죠. 그는 해외에서 동원력이 있으니까, 그것을 반영해서 다른 계약을 맺습니다. 그런 배우 극소수입니다.”

글쎄, 극소수 아닌 배우들이라고 그 값 이하로 쓸 수 있을까. 주최측에서 누군가 역주행한다. 배우들 몸값만 탓할 건 아니다. 높을 만한 이유가 있는 경우도 있다고. 매니지먼트업을 겸하는 제작사였다. 중요한 건 기자들 누구도, 그 가이드 라인이 지켜지리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는 사실이다. 그럼, 제작사들은 믿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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