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두려운 것은 ‘뜬장 속 누렁이’만이 아니다. 식용견이 아닌 애완견에게도 여름은 잔인한 계절이다. 다시는 집에 돌아오지 못하게, 기르던 개를 먼 곳에 내다버리는 매정한 주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매년 여름 휴가철, 고속도로 휴게소와 관광지는 피서객들이 잃어버리거나 버린 개들로 몸살을 앓는다. 지난해 9월 경남 통영시 욕지도에서 일어난 사례가 대표적이다. 여름 피서객들이 떠난 이 섬에 ‘유기견’이 최소 50마리가 남았다. 이들은 섬 안 폐가에 방치되거나 마을 주민에 의해 식용으로 이용됐다. ‘로드 킬’당한 유기견의 사체가 도로에 그대로 방치되기도 했다.

욕지도만이 아니다. 피서객이 많이 찾는 다른 지역도 유기견 문제는 큰 골칫거리이다. 강원도 원주시에서는 매달 50~60마리의 유기 동물(고양이 포함)이 발생하지만, 휴가철인 7~8월이면 발생 건수가 10%가량 증가한다. 동해시 유기동물보호소 관계자는 “7~8월에 피서객이 버리고 간 개들이 떠돌아다니다가 나중에 주민 신고로 포획되는 경우가 있어 9월까지도 유기 동물 수는 계속 증가한다”라고 말했다.

ⓒ뉴시스광주동물보호소 치료실에 보호된 병든 유기견.
고성군은 지난해 7월27일부터 8월18일까지를 아예 ‘유기견 집중 포획 기간’으로 설정하고 단속반을 꾸렸다. 제주도도 사정이 비슷하다. 제주시 청정축산과의 지난해 통계 자료를 살펴보면, 5월까지 매달 40~50건이던 유기 동물 발생 건수가 6·7·8·9월에 각각 71·89·64·77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유기견들은 특히 보양식 수요가 늘어나는 여름철에 식용으로 쓰이기도 한다. KBS 〈소비자 고발〉은 2008년 7월과 2009년 8월 두 차례 방송을 통해 병들거나 버려진 애완견이 개고기나 개소주로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동물보호 시민단체 ‘카라’의 양정화 간사는 “훈련소에 맡겨놓고 찾아가지 않는 개 중 상당수도 개고기 업자에게 넘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유기견을 ‘구조’해 ‘보호’한다는 민간 위탁보호소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2007년 포항의 한 전직 유기견보호소장은 “시 공무원들의 요구로 수차례 보호 중인 개들을 식용으로 제공했다”라고 털어놓았다. 2008년에는 인천의 한 유기동물보호소장이 식용견 농장을 함께 운영하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 소장은 크기가 큰 유기견은 보호소가 아닌 농장으로 보내는 식으로 두 시설을 함께 운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명 양정민 인턴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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