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앞은 수시로 ‘유행 쓰나미’가 덮치는 곳이다. 그런 유행의 파고에 홍대 앞 카페들이 맞서는 힘은 바로 개성이다. 가게 이름부터 남다른 것이 많았다. ‘출입문은 계단 밑에’ ‘합정동 벼레별씨 골목안 커피집’ ‘나비도 꽃이었다 꽃을 떠나기 전에는’ ‘내가 빠진 강, 그대(문닫음)’ ‘게이와 품절남’ ‘모두가 사랑한다 말한다’ ‘창밖을 봐, 바람이 불고 있어 하루는 북쪽에서, 하루는 서쪽에서’ 따위 시적인 이름도 많다.

테마 카페도 많다. 고양이 놀이터(지오캣), 애완견 카페(바우하우스/써니네), 카페 병원(제너럴닥터), 규방공예(손끝세상), 금속공예(소노팩토리), 여행카페(딩동/카페1010) 등 특이한 카페가 즐비하다. 북카페도 특징이 있어야 환영받는다. 토끼의 지혜(신간), LEA/정글(디자인서적), 공간ㅎ(타이포그래피), 그림책상상(그림책), 시연(헌책), 한잔의 룰루랄라/용다방(만화책), 잔디와 소나무(문방구) 등이 북카페로 인정받는 곳이다(70~71쪽 지도 참조).

ⓒ시사IN 안희태혼자서 노트북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고객이 많기 때문에 홍대 앞 카페들은 무선인터넷을 열어두고 전기콘센트를 충분히 준비해둔다.

가난한 예술가들도 카페 전쟁에 숟가락을 얹었다. 예술은 돈이 안 되니 예술을 하기 위해 돈을 먼저 벌자는 것이었다. 문화예술 종사자들이 운영하는 바와 카페가 줄지어 등장했다. 신광웅씨의 재즈바 ‘문글로우’, 미대생 동기 세 명이 운영하는 ‘사다리’, 영화감독 김동빈씨의 막걸리바 ‘부르주아 피그’, 배우 김경범씨가 운영하는 바 ‘가제트술집’, 밴드 ‘불타는 화양리 쇼바를 올려라’ 멤버가 운영하는 ‘NOK’ 등 일일이 손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벌써 성공 신화를 쓴 곳도 있다. 밴드 머스탱스의 드러머 류광희가 운영하는 ‘레게치킨’은 ‘카레치킨’을 히트시키며 계속 뻗어나가고 있고, 밴드 허클베리핀의 리더 이기용씨가 운영하는 바 ‘샤’는 ‘한라산소주 언더락’을 유행시키며 분점을 내는 데 성공했다. 〈8월의 크리스마스〉 등 영화의 미술감독으로 활약했던 김진한씨는 ‘어머니와 고등어’ ‘며느리 밥풀꽃’ ’나물 먹는 곰’까지 연타석 안타를 쳤다.  

그러나 그늘도 있다. 예술을 하기 위해 시작했는데 역설적으로 예술로부터 멀어진 것이다. 김헌수씨는 “Vynil 같은 곳은 아직도 코코어 베이시스트 김재권씨가 운영하는데 정작 밴드 활동은 개점휴업이다. 대박이 나서 2호점까지 차린 레게치킨의 사장도 밴드 활동은 그만두었다”라고 지적했다. 생업이 웃으면 예술이 울었다.

기자명 고재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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