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은 호남의 젖줄이다. 영산강은 길이 115.5km, 유역면적 3371㎢로 전남 담양군 용면 용추봉에서 발원해 담양·광주·나주·영암 등지를 지나 영산강 하구둑을 통해 목포 쪽의 황해로 흘러든다. 하여 영산강은 호남, 특히 전남 사람들에게는 역사와 삶이 한데 어우러져 흐르는 강이며 강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흐르는 강물처럼’이라는 영산강 답사 길에는 곧 장맛비가 쏟아진다는 일기예보를 비웃듯 7월의 태양이 작열하고 있었다. 중학생부터 5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업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답사에 함께했다. 영산강과 황룡강이 합수하는 지점이 첫 방문지였다. 건너편 공사장에서는 쉴 새 없이 중장비가 움직이고 있고 둔치 한가운데 커다란 나무는 공사로 밀어놓은 흙더미 속에 외롭게 서 있다. 저 나무를 이식할지 뽑아버릴지 알 수 없지만 그 나무의 모습에서 영산강의 미래가 오버랩되는 것은 과민한 탓인가?

두 번째 방문지인 승천보에 도착했다. 여기는 보 옆으로 샛강을 만들고 반원형의 유원지를 만든다고 한다. 그런데 유원지를 만들 예정인 그 땅은 미나리꽝으로 유명한 곳이다. 지역 환경단체 관계자에 따르면 이곳에서 생산되는 ‘불미나리’라는 특산물은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 전량 판매되어 이 지역이 인근에서 보기 드문 고소득 마을이라는 것이다. 아직도 미나리꽝이 드문드문 남아 있고 그 옆에는 공사 지점을 가리키는 붉은 깃발이 피를 흘리듯 줄지어 꽂혀 있었다.
 

영산강 승촌보 건설 현장의 낡은 다리를 건너는 주민.

죽산보는 비교적 하류에 속해 있어서 강폭이 상당했다. 우리를 감시하기 위해 나온 듯한, 안전화에 헬멧을 착용한 공사 관계자에게 먼저 인사를 하니 알아보고 어색한 악수를 청해온다. 보 설치와 준설이 한창인 강 한가운데서 커다란 새 한 마리가 물고기 사냥에 여념이 없다. 그 전과 다르게 공사로 인해 흐려진 강물에서 저 새는 주린 배를 제대로 채울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면 저 새는 내년에도 여기로 다시 날아올까?

영산강 하구둑. 이번 영산강 답사의 마지막 방문지이다. 하구둑 너머 바다 쪽은 볼 수 없었지만 영산강 쪽의 영산호는 잿빛이었다. 영산강이 영산호로 바뀐 지 19년, 영산강이 썩었음을 상징하는 곳이다. 목포환경운동연합 임창옥 사무국장의 조리 있는 설명을 들으며 다시 바라본 호숫가에 커다란 물고기 한 마리가 배를 뒤집고 죽어 있다.

저 영산호 밑바닥에는 20년 가까이 도시에서 흘러온 온갖 것이 오니라는 이름으로 켜켜이 쌓여 있다. 그 바닥에 있는 ‘저층수’를 하구둑 너머 목포 앞바다로 퍼내는 것도 영산강 사업에 포함되어 있다. 그 때문에 목포 지역의 수산 관계자를 포함한 단체들이 들고일어나 목포가 난리라고 임창옥 국장이 들려준다. 

답사 마무리를 위해 들른 전남도청 정문 옆에는 ‘영산강 지키기 광주·전남지역 시민행동’의 천막 농성장이 진을 치고 있었다. 곳곳에 박준영 지사를 규탄하는 플래카드와 팻말이 보인다. 박준영 지사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재선되면서 정부의 영산강 살리기 사업을 더욱 맹렬히 추진하고 있다. 박준영 지사는 2006년 지방선거에서 영산강을 정화해 수질을 개선하고 뱃길을 만들어 그 옛날의 황포 돛대를 다시 띄우겠다고 했다. 그때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강을 살리고 돛단배가 다니는 맑고 운치 있는 강을 만들겠다는데 누가 찬성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담양시를 관통하는 담양천이 반나절의 집중호우로 범람했다. 영산강으로 빠져나가는 물이 줄어 둔치까지 잠긴 것이다.

영산강을 살릴 것인가, 박준영을 살릴 것인가

그러던 2009년 11월, 4대강 사업을 둘러싸고 정부와 여론의 줄다리기가 팽팽한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이 호남을 방문한다. ‘영산강 살리기 희망선포식’이라는 행사에서 이명박 대통령보다 더 주목받은 사람이 두 명 있었으니 박준영 전남지사와 박광태 광주시장이었다. 이명박 대통령 처지에서는 대운하를 안 하겠다고 두 번이나 굴욕적인 대국민 약속을 해도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여론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민주당 소속의 광역단체장들이 찬성을 해주니 천군만마를 얻은 형국이었다. 그래서 4대강 사업 중에서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은 영산강에서 탈출구를 삼고자 요란한 행사와 더불어 박준영 지사와 박광태 시장을 한껏 치켜세운 것이다.

따가운 비난 여론이 민주당과 민주당 소속의 두 단체장에게 쏟아지자 난감해진 민주당은 징계·출당 등을 거론하며 두 단체장을 압박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러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스스로 출마를 포기한 박광태 시장은 그렇다 치더라도 박준영 지사에게 다시 공천을 주었다. 4대강 사업의 하나인 영산강에 대한 박준영 지사의 견해는 단순하다. ‘1981년 영산강 하구둑을 건설하면서 조류의 영향으로 나주까지 농토가 유실되거나 범람하는 피해를 막을 수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해수와 유통이 단절되면서 강이 하류에서부터 썩어가고 있다. 거기에다 광주라는 대도시에서 계속 오수가 유입되어 심각한 상황이다. 그래서 강바닥에서 오염된 오니를 걷어내어 수질을 개선하고 보를 설치해 수량을 확보하면 오염된 물이 정화(희석)되어 강이 맑아질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살리기 논리와 한 치도 어긋남 없이 일치한다.

 

 

영산강 건설 현장에 걸려 있는 현수막.

하지만 전문가의 식견을 빌리지 않더라도 광주지역과 도시로부터 지속적으로 오수가 유입되는 것을 근원적으로 차단하지 못한다면 잠시 수질개선 효과가 있더라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강은 다시 썩어갈 것이다. 그래서 영산강 살리기 사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 될 수밖에 없다.

예산 면에서 보면 이 문제가 좀 더 분명해진다. 정부가 영산강 살리기 사업에 배정한 예산이 2조6451억원이다. 그런데 광주시가 10여 년 전부터 영산강을 살리기 위해서는 광주천 생활하수 처리시설이 반드시 필요하고 여기에 필요한 예산이 2조5860억원이 소요된다는 계획을 세웠다. 광주시가 수년간 정부에 예산을 요청했지만 묵묵부답이라는 것이다. 근원적이고 지속적인 영산강 살리기 대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2조6451억원이라는 엄청난 국민 혈세를 몇 년 지나면 도로 제자리가 될 보 설치에다 쏟아붓겠다는 것이다.

 

 

 

 

영산강 주변 농지는 모두 준설토를 쌓아놓는 적재장으로 변했다. 위는 죽산보 건설 현장 부근의 모습이다.

빗방울이 비치더니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는 가운데 우리는 준비한 기자회견문을 읽었다. 제목은 ‘민주당, 4대강을 살릴 것인가? 박준영을 살릴 것인가?’였다. 지난달 중순,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4대강 살리기 연석회의에서 수장될 각오로 4대강 사업을 막아내겠다고 했다. 과연 그렇게 하고 있는가?

열흘 전쯤 지율 스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낙동강사업에 투입된 청강부대라는 군부대가 강 둔치에 주둔하고 있는데 그곳은 홍수가 나면 범람하는 곳이라 위험하다는 것과 뭔가 대책을 빨리 세워야 한다고 했다. 떨리는 스님 목소리에 덩달아 마음이 급해진다. 다음다음 주 낙동강을 답사하기 전 스님 계신 곳에 한 번 다녀와야 할 것 같다.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전남도청 앞 단식 농성장을 찾아 지지 연설을 하는 조승수 의원(위 마이크 든 사람).

 

 

기자명 사진·이상엽 (사진가)/글·조승수 (국회의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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