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청수 전 경찰청장보다 정권 실세와 연결된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의 힘이 훨씬 셌다. 경북 영일 출신 김 전 서울청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경찰청 차장(치안정감)으로 승진하더니 4개월 뒤 서울청장에 기용됐다. 그가 언제 경찰청장 자리에 오르느냐만 남은 듯했다. 사람도 그에게 몰렸다. 2009년 1월18일 그는 경찰청장에 내정된다. 1월19일 용산 철거민 32명이 남일당 건물에 오르자, 김 청장 내정자는 1월20일 새벽 경찰특공대와 경찰 1600여 명 투입을 지시했다. 당시 그의 지나친 자신감이 대형 참사를 불렀다는 비난이 일었다. 2009년 2월 김 청장 내정자는 결국 자진 사퇴했다.
강희락 해양경찰청장은 김 내정자의 낙마로 2009년 3월 경찰청장에 오른다. 대구·경북 출신 한 정권 실세는 “경북 출신에 고려대를 나온 것이 고려됐다. 차기 청장에게 부드럽게 자리를 이어주는 게 강 청장의 역할이다”라고 말했다.
관심은 경찰청장으로 가는 길목인 서울청장에 쏠렸다. 김석기 전 경찰청장 내정자, 어청수 전 경찰청장 등도 서울청장에서 총수 자리에 올랐다. 지난 1월 정기 인사에서 서울청장은 이강덕 현 부산청장(48)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됐다. 이 청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동향인 경북 포항 출신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근무했고,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거쳐 청와대 치안비서관을 지낸 ‘성골’이었다. 한 경찰 고위 간부는 “이명박 대통령이 ‘강덕이’ ‘강덕이’ 하며 이름을 부를 정도로 친분이 두텁다. 사실상 경찰 내부 힘과 사람은 이강덕 청장에게 쏠려 있다”라고 말했다. 한 정보기관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정권 말기 청장으로 이강덕을 생각한다. TK 출신인 주상용 서울경찰청장이 옷을 벗은 것도 이강덕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서였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초고속 승진이 부담이었다. 서울청장이 유력하던 이강덕 당시 청와대 치안비서관은 경기청장 하마평에 오르내리더니 결국은 부산청장으로 수평 이동하는 데 그쳤다.
차기 경찰청장, 조현오냐 이강덕이냐
서울청장에는 당시 물러날 것이라는 기사가 이어졌던 조현오 경기청장(55·부산·고려대 정외과)이 오른다. 당시 조 청장은 운이 좋아야 해양경찰청으로 발령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살아남았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한 관계자는 “발표 하루 전까지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결과다”라고 말했다. 경찰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쌍용차 사태를 진압한 점이 높은 점수를 땄다. 막판 고려대 인맥의 집중적인 도움을 받은 것이 주효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지난 3월 김길태 사건을 경찰이 부실하게 대응한 것이 드러나면서 이강덕 부산청장은 경고 조처를 받았다. 옷을 벗을 만한 사항이었다는 게 중론이었다. 청와대와 코드를 맞추고 실적 위주 평가를 도입한 조현오 서울청장이 한발 앞서간 듯했다. 하지만 양천서 고문의혹 사건과 항명 사건으로 서울청장이 타격을 입으면서 차기 경찰청장 구도가 다시 안갯속이다. 한 경찰 고위 간부는 “둘 다 상처투성이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자기 사람이면 무조건 쓰는 스타일이어서 둘 중 하나가 청장이 될 것이다. 지연이냐 학연이냐가 문제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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