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는 세기가 바뀌어도 여전하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52.7%)이 전·현직 대통령 아홉 명 가운데 가장 신뢰하는 인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을 꼽았다. 박 전 대통령을 지목한 이들은 50대(70.6%)와 자영업자(65.7%), 한나라당 지지층(70.0%)에서 압도적으로 많았다. 박 전 대통령은 호남과 20대, 학생 계층을 제외한 모든 지역과 연령, 직업군에서 가장 신뢰하는 전·현직 대통령으로 기억되었다. 박 전 대통령을 불신한다고 밝힌 국민은 2.4%(6위)에 불과했다.

 

올해 대선 정국을 보면 마치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살아난 듯하다. 한나라당 경선은 사실상 ‘누가 박정희의 적자인가’를 둘러싼 싸움이었다. 이명박 후보는 경제 대통령, 추진력 등 박 전 대통령의 긍정적 이미지를 승계하고 있다. 여권 후보들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후계자임을 자임하는 양상과 비교하면 재미있는 대목이다. 손호철 교수(서강대·정외과)는 “올해 대선은 박정희 계승과 김대중 계승을 둘러싼 대선이 될 것이다. 쉽게 말해 박정희 대 김대중의 대결이다”라고 말했다. 가장 신뢰하는 전·현직 대통령 2위는 김대중 전 대통령(19.0%)이 차지했다. 호남, 20대, 학생층,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 지지자들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신뢰하는 전·현직 대통령 1위로 꼽았다. 김 전 대통령은 불신하는 전·현직 대통령 조사에서 4위(8.3%)를 차지했다.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굴욕적인 결과가 나왔다. 신뢰하는 전·현직 대통령 3위(6.6%)에 올랐지만, 가장 불신하는 전·현직 대통령 순위는 2위(21.2%)였다. 신뢰도보다 불신도가 3배 이상 높다. 임기 말임을 고려하더라도 민심 이반이 상당히 심각하다. ‘신정아 쓰나미’와 정윤재 전 비서관 관련 의혹 등이 터지기 전에 조사한 결과가 이 정도다.

세 사람 다음으로 신뢰하는 전·현직 대통령 순위는 이승만, 전두환, 김영삼, 윤보선, 최규하, 노태우 전 대통령이었다.

가장 불신하는 전·현직 대통령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30.7%)이 압도적이었다. 전 전 대통령에 대한 불신감은 20대(37.2%), 30대(40.0%), 호남(48.1%), 화이트칼라(41.1%) 사이에서 특히 높았다. 하지만 50대와 대구·경북, 자영업 계층은 전두환 전 대통령을 제치고 노무현 대통령을 가장 불신한다고 응답했다.

 

기자명 안철흥 기자 다른기사 보기 ah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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