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에서 35년 공직생활을 하다 노원구청 생활복지국장(서기관)을 마지막으로 퇴직한 전희구씨(65)는 국가에 대한 원망이 남다르다. 60년 전 한국전쟁 와중에 희생된 아버지 사건 때문이다.

ⓒ시사IN 안희태
전씨의 부친은 부산일보 문화부 차장 전임수씨였다. 1950년 8월14일께 부산일보로 출근한 부친은 그날로 부산 지역 일간지 동료 30여 명과 함께 특무대에 끌려가 고문을 받던 중 숨졌고, 사체는 특무대 뒷산에 암매장됐다. 고문치사 이유는 ‘진실 보도’였다. 당시 임시수도 부산에서 전황 보도를 하던 기자들은 도쿄 맥아더 사령부가 보내온 자료를 토대로 낙동강 유역에서 치열하게 전투 중이라고 사실 보도를 했다. 하지만 이승만 정부의 특무대는 ‘북진통일 임박’이라는 자료를 들이대며 그대로 쓰라고 강요한 것. 결국 도쿄발 소식을 보도한 기자들은 모조리 끌려가 고문을 받았는데 그 와중에 부산일보 전임수 차장이 사망한 것이다.

한 맺힌 가슴을 안고 살아온 전씨가 올 들어 국가에 절망한 것은 지난 3월10일. 과거사정리를 위한 진실화해위원회(위원장 이영조)에 찾아가 진상조사를 해달라고 진정을 접수하고 위원장까지 만났지만 이의 신청기간이 지났다며 묵살하더라는 것. 전씨는 “국가가 아무 죄 없는 기자를 잡아다 죽여놓고, 그런 억울함을 벗겨준다고 만든 국가기구조차 이제는 정권 바뀌었다고 묵살하려고 하니 기막히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기자명 정희상 기자 다른기사 보기 minju518@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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