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사 일색이다. 제품과 서비스의 혁명성에 감탄하고, 경영진의 비전과 철학을 동경하고, 수평적인 기업 문화를 부러워한다. 구글과 애플,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대한 이야기다.

억울한 만도 하다. 잘나갈 때도 좋은 소리 별로 못 들었는데, 미래를 걱정하고 하청업체 신세로 전락할 처지가 된 뒤에도 여전히 조롱거리다. 삼성을 정점으로 한 LG, 네이버, 싸이월드 등의 신세다.

불공평한 것 같기도 하다. 어떤 회사는 사회공헌 하나 안 하는데 이미지도 좋고, 홍보는 사용자들이 알아서 해준다. 어떤 회사는 수천억원씩 사회에 환원하고 이미지 광고에 혼신을 다해도 안티만 늘어난다.

어쩌면 업보다. 변화와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했고, 직원과 인간에 대한 애정과 고민이 부족했으며 모두 함께가 아닌 특수 관계자의 이익만 중시했으니까.

하지만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구글과 애플(물론 트위터와 페이스북도)은 결코 유저들이 꿈꾸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자신들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내어줄 수 있는 사회적 기업이 아니다. 시대의 흐름을 읽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데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는 다국적기업의 하나일 뿐이다. 새로운 라이프스타일과 문화라는 세련된 옷을 입고 있지만, 그 본질은 사주와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존재하는 주식회사다. 현 상황에서 차악일 뿐이지 최선은 아니다.  

ⓒAP Photo애플의 중국 하청업체 팍스콘 노동자들이 자살한 동료를 위해 묵념하고 있다.
중국 내 애플 하청업체 팍스콘에서 발생한 의문의 연쇄 자살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다. 애플 사가 자체 발표한 ‘2010 하청기업 사회적 책임 보고서’에 따르면 근로시간 규정을 준수하고 있는 하청업체는 46%밖에 안 된다. 아이패드와 아이폰의 예상을 뛰어넘는 뜨거운 인기는 결국 하청업체 직원의 노동력 착취로 이어졌다.

상생의 생태계 구축으로 시장의 룰을 바꾸었다고 칭송받는 애플 앱스토어 역시 한 발짝 떨어져 살펴보면 별로 칭찬받을 만한 것이 없다. 결국 개발자와 사용자들은 스티브 잡스가 펼친 새로운 판 위에서 새 세상이 왔다며 춤을 추는 모양새다.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jsjeong3)를 통해 “애플 독점이 우려스러운 이유: MS나 야후와는 달리, 컴퓨터·통신·텔레비전을 하나로 통합하려는 네트워크 구축을 감행하고 있다는 점. 거기에 콘텐츠를 직접 보유하거나 아이튠스처럼 유통 시스템을 장악하거나 제휴하고자 한다는 점. 비슷한 이유로 구글도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매력적이면서 창의적인 세계 정보 지배자. 내 편일 땐 괜찮지만, 남이라면 무서운…”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구글은 세계 정보의 지배자

지메일, 유튜브, 구글어스, 구글 캘린더, 크롬처럼 구글이 제공하는 높은 수준의 무료 IT 서비스를 써보면 구글의 팬이 될 수밖에 없다. 업계 최고 대우를 받는 구글 사 직원들은 꿈을 이야기하며 그것을 팔지만, 구글 사의 꿈은 우리의 그것과 다르다. 삼성 시가총액을 능가하는 구글의 수익 모델은 97% 정도가 광고에 의존한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의 취향을 알고 싶어하고, 정확한 소비자 정보 확보를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뿐이다. 안드로이드와 클라우드 컴퓨팅은 그동안 뿌려놓은 미끼(각종 무료 프로그램)를 이용해 수익모델을 다양화하려는 구글의 꿈 실현을 위한 첫걸음이다.

구글에 호의적인 〈뉴요커〉지 수석 칼럼니스트 켄 올레타(아이패드를 미국 정식 판매 두 달 전부터 사용할 정도로 ‘애플빠’이기도 하다)는 신작 〈구글드:우리가 알던 세상의 종말〉에서 “구글에게 안드로이드는 완벽한 폭풍우를 의미했다.…인터넷에 접속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구글 검색이나 구글 맵스를 사용하는 건수도 많아질 테고 데이터도 더 많이 쌓인다. 그리고 휴대전화에 안드로이드 OS를 쓰는 사람들이라면 컴퓨터에도 안드로이드를 쓸 것이고, 그렇게 되면 그것을 판매할 수도 있고, 휴대전화 광고수입을 나눌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구글과 애플은 스마트폰 플랫폼 경쟁과 차세대 텔레비전 개발 등에서 시장 지배력 확장이라는 본심을 드러내며 등을 돌린 지 오래다. 두 회사는 친소비자적 기술과 서비스로 시장점유율과 자사의 가치를 최대로 높이고, 그런 정보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세상을 지배하려는 ‘뉴머러티(Numerati·넘버+리터러티의 합성어)’의 선두주자일 뿐이다. 한국 유저들이 지금처럼 쌍수를 들고 구글과 애플을 환영해줄 수만은 없는 이유다.

이미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두 회사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 정보 독점, 개인정보 유출, 저작권 침해, 사생활 침해, 노동문제 등 다양한 이유의 각종 소송과 분쟁에 휘말려 있다. 중국에서는 아직까지 구글과 애플 등의 영향력이 미미하다. 중국 자체 IT 서비스와 제품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인데, 중국 정부의 직간접적인 정책 지원 덕을 보는 것이 사실이다. IT산업 관련 협회의 한 관계자는 “구글과 애플 등과 관련한 한국에서의 활발한 성과가 국익에 도움이 되어야 하는데 현재와 같은 상황은 장기적으로 볼 때 국익은 물론 개발자 보호에도 득이 되지 않는 구조다”라고 말했다.  

현 정부의 생뚱맞은 IT정책으로 인해 사생활 및 정보보호 차원에서 인터넷 망명지로 외국 서비스를 택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하지만 구글과 애플이 해답이 될 수는 없다. 구글은 2009년 하반기에만 한국 정부로부터 모두 64건의 서비스 삭제와 44건의 정보공개 요청을 받았다. 서비스 삭제 요청에 대해서는 89.1% 협조했고, 수사당국의 요청에 따른 개인정보 공개 건수는 밝히지 않고 있다.


※필자인 이의헌 인턴 기자는 하버드 대학 케네디스쿨이 시행하는 인턴 프로그램에 따라 두 달간 〈시사IN〉 인턴기자로 근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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