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는 1000개가 넘는 언어가 존재한다. 언어보다 수백 배 많은 종족이 있다. 아프리카 사람 대부분은 국가관이 없다. 대신 자신의 부족에 충성한다. 나이지리아 속담에 ‘정부의 일은 누구의 일도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아프리카 정치인들은 다른 종족에 대한 증오심을 부추기는 방식으로 정치를 한다. 하지만 차별과 증오 그리고 종족과 인종을 넘어서 아프리카 사람들이 유일하게 한목소리를 내는 때가 있다. 바로 국가대표팀이 골을 넣었을 때다. 아프리카에서 축구는 공용어이자 종교다. 가난을 잊어버리고 벗어버릴 해방구이기도 하다.

전 세계인의 축제 월드컵이 모든 것이 시작된 곳 아프리카에서, ‘무지개의 나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다(‘무지개의 나라’라는 표현은 아파르트헤이트가 끝나고 흑백을 포함한 모든 인종이 다양한 문화 속에 조화롭게 살아가는 나라라는 의미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데스먼드 투투 대주교가 처음으로 사용했다). 사실 아프리카는 월드컵을 치를 만한 역량이 조금 부족하다. 교통과 숙박시설이 상대적으로 열악하고, 치안도 불안하다. 아프리카는 아직도 내전과 기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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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프리카 사람들은 축구에 대한 경외감과 열정으로 이를 상쇄한다. 주한 남아공 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아프리카에서 축구는 희망의 통로다. 남아공이 아프리카의 염원을 대표해서 월드컵을 치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니 조던 남아공 월드컵 조직위원장은 “이번 월드컵은 아프리카 전체의 월드컵이다. 아프리카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월드컵 특집호에서 사람들이 왜 월드컵에 열광하는지, 한국의 꿈은 이루어질 것인지 심도 있게 다루었다. 더불어 축구로 읽는 아프리카의 문화와 역사에 많은 페이지를 할애했다. 검은 편견의 밀림을 넘어서면 환상적인 아프리카 문화와 아름다운 이야기가 기다린다. 축구를 넘어 월드컵을 보자! 월드컵을 넘어 아프리카를 보자! 국가대표팀 성적에 대한 집착을 조금만 벗는다면 월드컵이 10배 더 즐거워진다. 이번 월드컵은 축구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의 역사와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축제다. “검정은 다채로운 색깔을 갖는다. 검정은 장님한테만 어둡게 보인다.” 아프리카 민요의 한 대목이다.

기자명 주진우 기자 다른기사 보기 ac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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