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천부적 뉴스 메이커다. 집권 5년 동안 한시도 언론의 레이더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노 대통령은 여론의 성감대를 안다. 집권 전의 ‘노풍’이나 집권 후의 ‘탄핵 역풍’에서 그의 동물적 여론 조타 능력을 볼 수 있었다.
그렇다고 노 대통령을 파퓰리스트로만 생각하면 안 된다. 그는 오히려 신념가에 가깝다. 그의 확신은 정적들을 자주 분노케 만들며, 가끔은 열렬 지지자들마저 헤집어놓는다. 노 대통령에 대한 양극단의 평가 이면에는 그의 고집과 국민의 ‘오해’가 반반씩 섞여 있다.
올해의 인물을 묻는 100인 자문단 설문에서 노 대통령에 대한 극단의 호불호를 다시 확인했다. 다수의 자문단 멤버들이 그를 올해의 정치인으로 꼽았다. 이들 대다수는 남북 정상회담 성사를 이유로 들었다. 역사학자 이이화씨와 황상익 서울대 교수, 강수돌 고려대 교수, 김철환 아주대 교수, 과학 저술가 이인식씨,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가 여기 속한다.
보수주의자이며 노골적 ‘반노’ 인사인 소설가 복거일씨도 노 대통령을 올해의 정치인으로 추천해서 눈길을 모았다. 복씨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높이 평가하면서, “자신의 지지 기반이 반대하는데도 필요한 일을 해낸 (노 대통령의) 추진력”을 추천 이유로 들었다.
이필렬 방송통신대 교수는 “쉬지 않고 시끄러운 소음을 유발하는 정치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라는 이유로, 또 이근태 LG경제연구원 거시경제팀장은 “2007년도에도 술자리에서 가장 욕을 많이 먹었을 것으로 생각해서” 노 대통령을 올해의 정치인으로 추천했다.
노 대통령을 올해 최악의 인물로 뽑은 이들 또한 여럿 있었다. 이유는 서로 다르지만, 뉴라이트 성향의 박효종 서울대 교수(교과서포럼 대표)뿐 아니라 송기호 변호사,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 홍종학 경원대 교수 등 이른바 개혁 성향 인사도 노 대통령을 최악의 인물로 들었다. 노 대통령에게 가장 아픈 코멘트를 던진 이는 경제개혁연대 소장을 맡고 있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다. 김 교수는 “마지막 순간까지 한국의 개혁과 진보에 장애물로 작용했다”라며 노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쏟아진 말들은 ‘제대 말년’의 대통령에 대한 관심치고는 유별나다. 호불호를 막론하고 여전히 뜨거운 관심을 받는다는 점은 현역 정치인으로서 유복하다고 할 만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그의 퇴임이 그의 ‘은퇴’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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