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이라고 선입견을 가지면 안 된다. 덥수룩한 장발에 티셔츠·반바지 차림. 여차하면 무대에 올라 록음악을 연주하는 열정도 불사하는 40대 중반의 이 남자가 ‘세 개와 심한개의 인문학교(세심교)’를 제안한 심한기씨이다. 올해로 18년째 강북·도봉구 일대에서 ‘품 청소년문화공동체’를 일궈온 그를 만나보았다.

ⓒ시사IN 백승기심한기 품 청소년문화공동체 대표.
본래 청소년 문화운동을 해오던 분이 갑자기 인문학교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무엇인가?
처음에 청소년 운동을 할 때만 해도 학교는 없어져야 한다는 과격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게 다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됐다. 공부에 대한 생각 또한 바뀌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주체적으로 놀 수 있는 해방구를 마련해주면 되겠다 싶었고, 그래서 추락(秋樂) 축제도 매년 기획하게 된 건데, 시간이 흐를수록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보면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나 자신도 성장한 거다.

기성 체제를 못 견뎌하는 아이들에게는 대안학교나 탈학교가 좀 더 근본적인 대안 아닐까?
학교를 포기하거나, 경제적 부담이 가는 대안학교를 선택하지 않고도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일까? 세심교는 그런 고민 끝에 나왔다. 요즘 이곳저곳에 청소년 인문학교라는 게 많이 생겼다. 그런데 대부분이 유명 강사 불러다 강의 한번 듣고 끝내는 식이다. 부산 인디고서원 같은 훌륭한 사례가 드물게 있긴 하지만 거긴 참여하는 아이들의 지적 수준이 높다. 그에 비한다면 우리 아이들은 정말 평범한 강북의 보통아이들이다. 이런 아이들도 인문학을 통해 삶을 통찰하고, 자기 안의 내적인 힘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자기 아이가 대학을 포기한다면 누구나 아찔할 것이다. 다른 길을 상상하기 쉽지 않다.
사실 부모님들이 가장 문제인 것 같다(웃음). 아이를 믿고 기다려주지 못한다. 인문학을 접하며 아이들 스스로 공부하고 싶은 욕구가 차오르기까지 최소 1년 이상은 걸린다. 그런데 그 시간을 못 기다리고 한 달 만에 성과물이 나오길 바라는 식이다. 교육 사이클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아이들도 거기 애완견처럼 적응한다. 5년 전만 해도 학원 땡땡이 치고 축제 준비하겠다며 오는 애들이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자기가 먼저 “학원에 가야 한다”라며 선을 긋는다.

세 아이의 미래가 궁금하다.
나도 궁금하다. 어떤 선택들을 할지. 이번에 보니 세 아이의 후배들, 그러니까 중학생·고등학생이 이들의 논문 발표를 보며 엄청 감동하더라. 세심교에 이어 최근 ‘청년 인문학교’를 개설했는데, 여기에다 청소년 인문학교까지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렇게 되면 세 아이가 후배들의 교사이자 멘토 구실을 하며 새롭게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

기자명 김은남 기자 다른기사 보기 ke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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