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교수의 독서법은 독특하다. “어릴 때부터 소설 읽을 때 줄거리에는 관심이 없었다. 대신 주인공의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에 관심이 갔다. 왜 저런 상황에서 저런 고민을 할까? 주인공의 판단과 선택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지,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회사를 경영할 때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져 있었다. 책에 대한 고민이 치열하다보니 조직 생활을 많이 안 했음에도 리더십 발휘가 가능했던 것이다. 수평적 리더십은 타인에 대한 이해의 기반에서 나오는데 책이 그 역할을 했다.” 안 교수의 책 읽는 원칙 세 가지. 첫째, 책 읽은 시간만큼 고민 시간을 할애한다. 책은 지식이 아니라 깨달음을 얻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요약본도 읽지 않는다. 둘째, 한 권의 책 내용만 믿지 않는다. 저자는 정답이 아니라 자신의 시각을 담는다. 그래서 한 주제에 관한 책을 여러 권 본다. 셋째, 마음에 드는 책만 읽지 않는다. 자기가 옳다는 증거를 찾기 위한 독서는 자기 주변에 벽돌을 쌓는 것과 같다.
바쁘기로 치면 악 소리 날 사람들. 안 교수는 연중 2000건 강연 요청을 받고 인터뷰, 원고 청탁, 강의 요청 메일에 거절 회신을 하는 데만 매일 한두 시간을 보낼 정도다. 박경철 원장도 그에 못지않다. 매일 아침 방송 진행에, 오후에는 ‘전국구 강연’을 돈다. 비행기로 울산 찍고 KTX로 대구 돌아 서울에서 자정을 넘기는 식이다. 그런 박 원장이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 건 직선이 아닌 ‘곡선의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란다. “쓸데없는 망상이나 의미 없이 흘려보내는 자투리 시간을 잘 다듬이질하면 한 시간이 1m가 될 수도 있고 1km가 될 수도 있다.” 이동 중에, 화장실에서, 심지어 밥을 먹다가도 책을 읽는 그는 짬짬이 그렇게 책과 ‘종일 놀기’를 즐긴다. “편안한 독서는 독이다. 독서는 익숙하지 않은 세계를 염탐하는 것이다. 고2 때 니체의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호의’라는 말을 보고 뒤통수에 벼락을 맞은 느낌이었다. 책을 보면서 익숙하지 않고 불편해야 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편치 않은 사람, 곤혹스럽고 나를 인정해주지 않는 사람과 관계 맺기를 하라. 지금 이 순간, 내가 읽기에 조금 불편한 책, 조금 버거운 책을 보면 좋다. 너무 힘들면 아예 자버릴 테니까(웃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