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Photo12월5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북한 관리들과 작별 인사를 하는 힐 차관보.
부시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에게 보낸 친서 내용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억측이 많았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은 12월7일자 뉴욕 타임스 보도. 이 신문은 국무부 소식통을 인용해 부시 대통령이 친서에서 ‘그동안 북한이 만든 핵탄두의 수와 무기급 핵물질의 총량 및 어떤 핵물질과 기술을 다른 나라에 이전하고 받았는지에 대한 공개’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친서를 직접 본 국내 한 인사에 따르면 부시의 친서에는 이런 구체적 요구 사항이나 또 그에 상응하는 미국의 조처 등에 대해 일절 언급되지 않았다. 다만 북한이 ‘충분하고도 완전하게 핵 신고를 해주면 미국도 약속을 지키겠다’는 내용이 짧고도 정중하게 언급돼 있다고 한다.

따라서 핵 프로그램 신고 목록의 자세한 내용은 힐 차관보를 통해 직접 전달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여기서 쟁점은 과연 그 요구 목록 중에서 핵 탄두에 대한 것이 들어 있는지이다. 북한 측은 현재, 요구 내용 중 ‘무기급 플루토늄(weapon level plutonium)’이라는 표현을 핵탄두로 받아들여, 이를 어디까지 신고해야 할지 고심 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시사IN〉과 접촉한 미국 측 인사들은 ‘핵물질의 총량을 밝히라는 얘기이지 탄두에 대한 요구는 없다’고 상반된 견해를 보였다.

탄두 문제를 제외하면 미국 측 요구사항은 크게 플루토늄의 양,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의 존재 여부, 그리고 시리아와의 관계 등을 해명하라는 것이다. 여기서 플루토늄의 양은 어차피 나중에 조사 과정에서 다 밝혀지므로 크게 쟁점이 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또 시리아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북한 측의 체면을 고려해, 6자회담 등 공개석상 말고 미국에만 조용히 해명해도 좋다는 식으로 요구 수준이 낮아졌다.

마지막 UEP가 쟁점인데, 최근 러시아 측 정보에 의하면 그동안 북한 측이 없다고 주장해온 UEP를 갑자기 인정하기도 쉽지 않은 만큼, 자신들은 없지만 미국이 있다고 주장하니 조사 목록에 넣겠다는 식의 절충안을 북한이 마련했다고 한다.

북한의 성실 신고를 유도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이 상응 조처의 내용을 분명하게 해주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미국 의회 측이 행정부가 요구한 1억600만 달러의 대북 지원 예산 승인에 협조하겠다고 밝힌 것은 긍정 신호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북한이 그토록 희망하는 테러지원국 해제와 관련해 좀더 분명한 약속을 해줄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기자명 남문희 전문기자 다른기사 보기 bulgo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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