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정희상노무현 대통령의 후원 기업인과 부산상고 동창생이 주도해 땅을 매입·개발하는 봉하마을에 ‘노무현 타운’ 논란이 일고 있다.
뙤약볕이 내리쬐던 9월7일 한낮,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노무현 대통령 생가 주변은 요란한 불도저 소음 속에 개발이 한창이었다. 마을 한가운데 자리한 방문객 주차장은 마을 주민이 수확한 깻단과 붉은 고추를 말리는 자리가 돼 있었다. 주차장 옆 관광안내소 안내원은 지도를 꺼내주며 “노 대통령 생가에는 다른 사람이 살지만 김해시에서 지원을 해주므로 조용히 견학해도 된다”라고 귀띔했다.

생가 입구에는 방문객을 환영하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고, 바로 위쪽 노송이 우거진 산 아래에 새로 짓는 노 대통령 사저 부지는 높다란 철제 차단막으로 둘러쳐져 있다. 틈새로 들여다보니 널따란 사저 터에는 단층 건물 두 동이 거의 다 지어졌고 외부 단장만 남은 상태였다. 생가 바로 아래 3백여 평 부지에는 불도저들이 5m 정도 깊이로 땅을 파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경호실 자리라고 전했다.

이곳과 주차장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곳이 경호원 숙소 부지였는데 역시 불도저들이 굉음을 내며 터파기 공사를 벌이고 있었다. 주민 5가구가 사는 외딴 봉하마을은 노 대통령 퇴임을 앞두고 말 그대로 ‘개벽’을 맞고 있었다. 길가에서 만난 이 마을 주민은 “대통령이 내려오시면 마을이 활기를 띨 것 같아 기대가 크다”라고 말했다.

신축 중인 사저 터는 본산리 산 9-1 일대 4천3백㎡인데 뒷산의 노송들과 어우러져 경관이 빼어났다. 등기부를 살펴보니 사저 신축 부지와 주변을 둘러싼 임야 14필지 3만9백89㎡(9천3백74평)는 노 대통령의 오랜 후원자인 박연차 부산 태광실업 회장이 이사로 있는 ㅈ건설사 대표 정 아무개씨가 지난해부터 올해 2월 말까지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회장은 지난 대선 때 안희정씨를 통해 7억원의 불법 대선자금을 전달한 혐의로 옥고를 치른 바 있다. 정씨는 이 땅 가운데 일부인 1천3백 평을 2억여 원에 노 대통령에게 사저 터로 팔았다.

노 대통령 생가와 딸린 밭 1천6백여㎡(4백60평) 역시 올해 2월 강 아무개씨가 9억원에 사들여 매매를 예약한 가등기 상태였다. 창원에서 자동차 부품회사를 운영하는 강씨는 노 대통령의 부산상고(현 개성고) 동창이다.

노 대통령 사저를 둘러싼 임야는 노송들이 자리한 풍치 좋은 곳으로 박연차 회장이 노 대통령 퇴임 후에 대비해 오래 전부터 ‘노무현 타운’ 조성용으로 사들였다는 주장이 꼬리를 물었다. 박 회장은 봉하마을 근처에 있는 한 골프장도 개발해 진입로까지 말끔히 닦아두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고향에다 중세 귀족의 성을 쌓는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런 지적에 청와대는 지나친 비난이라며 해명에 나섰다. 천호선 대변인은 9월10일 정례 브리핑에서 “동기생끼리 모여, 다른 대통령 생가는 잘 보전되어 있는데 이 땅은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으니 우리 친구들이라도 돕도록 하자고 의견을 모아 생가 복원을 염두에 두고 우정 차원에서 구입한 것일 뿐이다”라고 밝혔다. 이어서 대통령이 ‘퇴임 후 귀향해 살기 좋은 농촌 만들기의 모범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고 수차례 말했다는 점을 들어 ‘노무현 타운’ 운운하는 것은 지나친 비난이라고 주장했다. 

기자명 정희상 기자 다른기사 보기 minju518@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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