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아이패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사람들은 그 다음 기기가 무엇일까 흥미롭게 얘기한다. 많은 사람이 텔레비전이 그 다음 플랫폼이 될 것이라 말한다. 세계 텔레비전 관련 엔지니어의 50%가 우리나라에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 한국이 미래 텔레비전 개발의 중심 국가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 삼성·LG 같은 대형 전자업체에게는 절대로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그러나 나는 이른바 3차원 텔레비전을 얘기하고 싶지 않다.

지난해부터 내 머릿속에서 늘 생각하는 디바이스(장치)는 PC와 모바일이 아니라 텔레비전이다. 이른바 3-스크린의 마지막 혁명 대상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 집의 벽이 모두 대형 화면이 된다면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을까?’라는 주제로 학생들과 여러 번 토론하기도 했다. 나는 흔히 차세대 텔레비전의 한 모습이라는 IPTV에 가입해서 본다. 국내에 100만명이 넘는 가입자가 있다고 하지만, 개인적으로 셋톱박스를 켜는 일은 별로 없다. 언제든지 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거의 볼 필요를 못 느낀다.

이유가 무엇일까? 경험의 폭이나 질이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 텔레비전과 다를 바 없이 그냥 프로그램만 이리저리 복잡하게 찾아보게 할 뿐이다. 사람들은 그래서 텔레비전과 웹을 연결하는 모습을 많이 상상한다.

ⓒ뉴시스5월13일 부산 콘텐츠마켓 전시장에서 3D TV를 보는 관람객들.
웹·인터넷 TV의 실패가 주는 교훈

초기에 텔레비전은 사회적 기기였다. 많은 사람이 모여서 보고 대화하며 함께 느끼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조금씩 각자의 공간으로 쪼개지고 집에서도 서로 시청하는 시간대나 프로그램이 달라지고, 사회적 기능을 상실하기 시작했다. 과거 텔레비전이 주던 사회적 경험과 공유를 지금 소셜 웹 시대에서 페이스북 친구, 트위터 팔로어, 미투데이 친구, 싸이월드 일촌과 나누게 된다면 다시 사회적 장비로서 텔레비전의 특징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회 상호작용이 강화된 텔레비전을 우리는 ‘소셜 텔레비전’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텔레비전에 현재 활용되는 소셜 웹 응용을 앱의 형태로 탑재하는 것은 1차적일 뿐이다. 더 근본적으로 공동 공간의 특징, 프로그램과 인터랙션의 연계, 사용자 참여방식, 친구들의 프레즌스(Pres ence)에 대한 표현 등과 관련한 UI(User Interface)와 심리적·감성적 연구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3m 떨어진 텔레비전의 경험 기술은 결코 화면 크기의 차이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텔레비전에 사회적 상호작용을 강화하고자 하는 연구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여러 연구소와 대학에서 수행하고 있다. 모토롤라는 작은 공 모양의 인터페이스를 통해서 감성적 부분을 연구했고, 제록스 팔로알토 연구소는 소셜 텔레비전용 소프트웨어가 갖추어야 하는 주요 특징과 가이드라인을 연구했다. 여러 기업에서는 소셜 텔레비전을 위한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선보이고, 미국 버라이존의 IPTV인 파이오스(FiOS) 텔레비전에서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애플리케이션을 탑재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시작일 뿐이다.

여러 기업이 앱스토어를 통한 텔레비전 콘텐츠와 응용 프로그램 제공을 얘기하지만, 콘텐츠의 공급 방식 역시 디지털 음악이나 신문·잡지와는 다르다.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가 심각한 변혁을 겪는 콘텐츠 업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러왔지만 텔레비전 미디어는 아직 그런 위기에 처하지 않았다. 미국 훌루(Hulu) 서비스가 유튜브 못지않게 정착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과거 웹TV나 인터넷TV 등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에서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

큰 관심을 불러왔던 주스트(Joost)가 실패한 것은 텔레비전이 아직도 웹을 흡수하기 어렵고 텔레비전과 웹을 긴밀하게 연결하는 것 역시 쉽지 않음을 방증한다. 그렇기 때문에 소셜 텔레비전은 도전할 영역이고 국내 업체에 기회가 있다. 다른 측면으로 이런 상호작용 데이터가 방송 미디어와 결합되는 콘텐츠가 방송 콘텐츠인가 하는 논의가 필요하다. 기기와 콘텐츠 활용 및 공급 모형, 사회적 상호작용 모델의 연구와 더불어 법적 기반에 대한 준비도 시작할 필요가 있다.

기자명 한상기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