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2월, 영화지 〈씨네21〉은 ‘20세기 충무로의 마지막 여배우 트로이카’로 세 명의 여배우를 꼽았다. 심은하·전도연·고소영. 이 가운데 심은하는 ‘시집갔다’. 요즘은 이회창 후보를 돕는 한 참모의 아내로만 가끔 호명될 뿐이다. 고소영은 오랜만에 영화와 드라마로 복귀했으나 ‘쪽박찼다’. 마지막으로 전도연. 문화 분야 올해의 인물이다. 2007년은 영화 〈밀양〉으로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해이다.
〈밀양〉은 고통스러운 영화였다. ‘2시간20분 동안 화면에서 기뻐하다가, 얼이 빠지기도 하다가, 신을 미친 듯 믿으며 빛나다가, 신에게 버림받은 감정과 실망으로 분노하는’(리베라시옹의 평) 전도연의 연기를 보고 있자면, 관객의 가슴에 답답한 체증이 응어리지게 만들어버린다. 고통을 전염시키는 영화, 보는 이로 하여금 입 안이 타들어가게 만드는 연기였다.
돌이켜보면 이 여배우가 이렇게 긴 호흡으로 연기 생활을 할 것이라고 짐작하기는 어려웠다. 1995년 텔레비전 드라마 〈젊은이의 양지〉에서 전도연은 처음 ‘배우’로 등장했다. 탄광촌의 문학소녀, 늘상 책을 끼고 다니는 빈곤층의 자녀 같은 이미지는 그 자체로 인상적이었지만, 가뜩이나 소녀 이미지가 강했던 전도연을 그대로 ‘문학소녀’ 이미지로 가두어둘 것만 같았다. 그러다가 1997년 영화 〈접속〉으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눈물이 마른’ 여인2 역할의 전도연은 이어질 듯 이어질 듯한 감정선으로 건조한 도시 남녀의 멜로를 표현했다. 이어서 〈약속〉으로 ‘멜로’ 연속타를 쳤다.
10년 동안의 필모그래피를 떠올리면, 전도연만큼 다양하고 넓은 캐릭터 소화력을 가진 여배우를 찾아보기 어렵다. 〈접속〉 〈내 마음의 풍금〉 〈약속〉 〈해피엔드〉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피도 눈물도 없이〉 〈스캔들〉 〈인어공주〉 〈너는 내 운명〉. 연기 변신을 거듭하면서 연기 폭을 늘려나갔다. 그리고 〈밀양〉에서 만개했다.
대중음악계에서는 원더걸스가 두각 나타내
영화지 〈씨네21〉에서 전도연은 “굉장히 오래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인터뷰에서 이처럼 말한다. “〈해피엔드〉를 통해 ‘아, 나는 배우구나’라는 사실을 스스로 발견하고 인정했어요. 촬영 전 노출 장면이 있다는 사실을 미리 어머니께 말씀드리던 중에 ‘엄마 난 배우고, 딸 시집 잘 보내려고 배우시킨 거 아니잖아’ 하는 말이 저도 모르게 튀어나왔어요. 평소에 준비한 말도 설득할 요량도 아니었는데 그 이야기하고 내 방에 돌아와 얼마나 대견하던지!”
원더걸스는 전도연과 함께 문화 부문 올해의 인물로 많이 거론되었다. 원더걸스의 ‘텔미’는 불황기 한국 대중음악계의 히트 상품이었다. 대중음악 평론가 김작가의 평을 따르자면, 원더걸스는 ‘문근영 이후 한국 대중문화계에서 잘 팔리는 코드인 로리타 콤플렉스를 자극하는 최초의 소녀 그룹’ 이다. 게다가 1980년대 스타일의 복고 사운드는 아이돌 시장과 거리가 먼 30~40대까지도 브라운관 앞으로 불러모았다. 가수 박진영 또한 원더걸스의 프로듀서로 주가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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