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선택의 예술이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 그것도 아니면 ‘최악이 아닌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 바로 정치다. 그렇다면 선택하지 않는 것으로 자신의 정치적 의사 표현을 할 방법이 있을까? 17대 대선을 코앞에 앞두고, 네티즌 사이에서 ‘후보를 선택하지 않고 정치권에 불만을 표하는 법’이 화두다.

먼저 제시되는 방법은 투표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에는 한계가 있다. 기권표는 적극적으로 해석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기권한다면 그것은 ‘결과가 뻔한 선거라 참여율이 저조했다’라고 해석되고 말 것이다.

다음은 투표에는 참여하되 무효표를 만드는 것이다. 기호 13번을 쓰고 자기 이름을 적어 넣는 방법이 제안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렇게 해봤자 무효표로 분류될 뿐이다. 개표할 때 유효 투표 외의 것은 통계처리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가장 황당한 후보’에게 투표하는 방안이 제시되기도 한다.

어떤 방법이 좋을까? 1998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포르투갈의 작가 주제 사마라구의 〈눈뜬 자들의 도시〉가 힌트를 줄 것 같다. 〈눈뜬 자들의 도시〉를 보면 투표에는 참가하나 투표용지에 아예 표기를 하지 않은 유권자가 80% 이상에 이르면서 위정자들이 당황하는 모습이 나온다. 투표장에 나오지 않는 ‘소극적 기권’이 아닌 이런 ‘적극적 기권’의 방법으로 무효표를 만든다면 정치인들이 국민의 실망감을 알아볼 수 있을까?

기자명 고재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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