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후보는 서울시를 봉헌하고 하나님과 빅딜했다.’ 요즘 여의도 정가에서 회자되는 유머다. 이 후보에게 불리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대형 사건이 터져 묻혀버렸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각종 말실수와 쏟아지는 의혹에도 지지율이 고공비행하는 이 후보는 ‘신이 내린 후보’라 불리기도 한다.
이 후보가 경선과 대선 캠페인을 거치는 과정에서 고비마다 대형 이슈가 터졌다.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건, 신정아-변양균의 권력형 스캔들,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비자금 계좌 폭로, 서해 기름 유출 사건까지 대형 사건이 줄줄이 터지면서 이 후보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이슈가 되는 것을 막았다.
12월5일, 검찰의 BBK 주가조작 사건 수사 결과 발표에서도 천운은 이 후보를 비켜가지 않았다. 검찰로부터 주가조작 사건 개입 의혹에 대한 면죄부를 받은 이 후보는 목표를 대통령 당선이 아닌 득표율 50% 달성으로 즉각 수정했다. 범여권에서는 BBK 특검 카드를 빼들었지만 대세를 되돌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득표율과 함께 이 후보의 또 다른 관심 사항은 당선 이후 로드맵이다.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이후 범여권이 BBK 특검으로 이 후보를 흔들 것이 예상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책이 절실하다. 이회창 후보가 총선용 정당을 창당해서 유의미한 정치 세력을 형성할 경우 국정 운영에 두고두고 짐이 될 수 있어서 이를 견제할 필요도 있다. BBK 특검이 힘을 받으면 자칫 당선되자마자 절름발이 대통령이 될 수 있고, 이회창 신당이 충청과 대구·경북(TK) 지역에서 선전하면 국정 운영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는 과반 의석 달성이 힘들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가 BBK 특검을 무력화하고 총선 과반을 달성하기 위한 필승 카드로 ‘삼성 특검’을 적절히 활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 특검’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 축하금 의혹과 이회창 후보의 대선 잔금 관련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시켜 친노 세력과 이회창 주변 세력을 무력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미 이회창 후보의 2002년 대선 잔금 및 자금 관련 문제는 검찰의 수사가 시작된 상황이다.
이런 한나라당의 ‘총선 필승 시나리오’가 실현되려면 삼성과 검찰의 출혈이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삼성이 비자금 조성 사실을 인정하되 그 책임을 정치권에 떠넘기고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을 희생시키는 정도로 정리하는 한편, 검찰은 이미 의혹이 제기된 검찰 간부 정도를 희생양으로 삼고 자정 선언을 하는 것으로 ‘삼성 특검’을 일단락 지을 수 있으리라 정치권에서는 보고 있다.
김용철로 김경준을 제압하는 ‘이김제김(以金制金)’에 나설 듯
김용철의 ‘삼성 특검’으로 김경준의 ‘BBK 특검’을 극복한다는 ‘이김제김(以金制金)’ 전략에 물갈이 공천을 보태 당선 이후 쏟아질 비난을 잠재우고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달성할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더하는 것은 이명박 후보의 최근 언행이다. 이 후보는 12월12일 춘천 거리유세에서 “이 정권이 지난 5년간 많은 일을 저질렀다. 아마 정권이 바뀌어 조사해보면 별일이 다 있을 것이다”라고 말하며 노무현 정부에 대한 비리 조사 의지를 밝혔다.
한나라당이 ‘삼성 특검’을 놓고 거친 정치 투쟁을 진행하는 사이에 이명박 후보는 다양한 국정 청사진을 내놓음으로써 언론이 새 대통령 당선자에게 배려하는 ‘허니문 효과’를 최대한 만끽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캠프 스태프 중 일부는 이 정국 청사진을 가다듬는 일을 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명박 후보가 당선될 경우 가장 관심을 모을 내용은 ‘대통령직 인수위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이다. 이 후보는 인수위 구성 등 ‘대선 이후’에 대해 함구령을 내려놓은 상황이지만 이미 인수위 구성을 위한 인선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알려져 있다. 인수위를 조기에 구성해 이슈 주도권을 가져야 할 필요가 크기 때문이다.
인수위 인선과 관련해서는 크게 3개 라인이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단 정두언 전략기획팀장과 이재오 의원 라인이 전반적인 인수위 구성을 기획하고, 최시중 고문과 이상득 국회 부의장 라인이 각계 의견을 반영해 이를 보완하고, 김원용 교수 등 외부 자문그룹이 인수위 구성과 관련해 별도 보고서를 제출한다는 것이다.
서울시 출신 참모와 부산 출신 참모들이 계속 실세 그룹 형성할 듯
캠프 관계자들은 인수위가 구성되어도 현재 대선 캠프의 핵심인 하이서울팀(서울시 출신 참모들) 멤버와 부산팀(부산 지역 출신 참모들) 출신 측근이 계속 실무를 장악하리라 본다. 이들이 인수위원과 전문위원을 맡는데, 분과 간사보다 오히려 영향력이 더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본선 캠프에 뒤늦게 합류한 교수 수백명과 기자 수십명은 인수위에 갈 수 있는 자리가 많지 않아 피 튀기는 내부 투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역 의원들은 인수위에 들어가는 것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 취임식과 함께 장관 업무를 시작하려면 인수위 간사나 위원이 장관을 맡을 가능성이 큰데 이 경우 2008년 총선에 출마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역 의원들은 1기 내각보다 국회의원 당선 이후 2기 내각으로 들어가는 것을 선호한다.
인수위원장으로는 5선인 박희태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같은 5선 의원이지만 이상득 의원은 친형이기 때문에 마땅하지 않고 김덕룡 의원은 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았던 전력이 있어 어렵다는 것이다. 안병직 뉴라이트재단 이사장 겸 여의도연구소 이사장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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