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넬·프린스턴·하버드 대학등 아이비 리그 대학은 늘 미국 대학 순위의 상위권을 차지한다. 이들 대학은 일반 대학에서 상상할 수 없는 액수의 후원금을 거둬들이고 있다.
미국의 시사 주간지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가 최근 발표한 내년도 최상위 10개 대학을 보면 서열은 큰 변동이 없다. 하버드·예일· 프린스턴 대학 등 이른바 ‘빅3’가 순위만 바뀔 뿐인데, 올해는 프린스턴, 하버드, 예일 대학 순서로 나타났다. 뒤이어 스탠퍼드 대학, 펜실베이니아 대학, 칼텍, MIT 대학, 듀크 대학이 각각 4위에서 8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 컬럼비아 대학과 시카고 대학(공동 9위), 다트머스 대학(11위), 워싱턴 대학과 코넬 대학(공동 12위)에 이어 브라운·노스웨스턴·존스홉킨스 대학이 공동 14위로 나타났다.

프린스턴, 지난해 기부금 9000억원 거둬

이 순위 조사는 학생들의 고교 성적과 입학 성적은 물론 평판도와 교수 대 학생 비율, 재정도 등을 따져 매겼다. 조사 결과를 보면 부동의 사실이 하나 발견된다. 최상위 명문을 통칭하는 ‘아이비 리그’ 대학이 어김없이 상위에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다. 1954년 지리적으로 근접한 미국 북동부의 8개 대학이 연합해 풋볼 대회를 개최한 데서 유래한 아이비 리그는 지금은 최고 엘리트 대학군을 통칭하는 대명사가 되었다. 요즘은 이들 8개 대학에 스탠퍼드 대학과 MIT를 합쳐 ‘아이비 플러스(Ivy Plus)’라고 부르기도 한다.

오랜 역사를 통해 굳어버린 아이비 리그의 지위를 놓고 요즘 미국 사회에서 말이 많다. 가장 똑똑한 학생이 이들 대학에 몰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해도 기부금까지 넘쳐 흐르면서 그렇지 못한 절대 다수의 여타 대학과 갈수록 격차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제 주간지 〈비즈니스 위크〉는 최신 호에서 최상위권 대학이 재정적으로나 학문적으로 날로 번창하고 있지만, 대다수 다른 대학은 도저히 따라가지 못해 대학 간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깊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학 재정 양극화 현상을 걱정한 것이다.

프린스턴 대학
현재 미국내 4년제 대학 수는 2500여 개. 이 중 아이비 리그 소속 대학생은 1%도 채 안 된다. 아이비 리그 대학은 막대한 기부금으로 천문학적 돈이 들어가는 연구 건물을 신축하고, 최정상 교수진을 확보한다. 학급 규모도 축소하고 저소득 학생을 포함해 일반 재학생에 대한 후생복리를 강화하고 있다. 비교적 재정이 좋다는 주립 대학들조차 아이비 리그의 이런 추세를 따라가기는 불가능하다.

실제로 이들 최상위 10개 대학이 받은 기부금은 지난해 미국 전체 대학의 기부금 증가액 가운데 절반을 차지했을 정도다. 특히 스탠퍼드 대학은 지난해 9억1100만 달러를 기부금 등으로 거둬들여 기부금 모금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아이비 리그 중에서도 재정 사정이 가장 좋다는 하버드 대학은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기부금 총액을 운용해 지난 한 해 벌어들인 투자 순익이 무려 57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다른 5개 아이비 리그 대학을 포함한 6개 대학을 제외한 나머지 미국 전체 대학의 기부금 총액과 비슷하다.

〈비즈니스 위크〉에 따르면, 아이비 리그의 갑부 대학인 프린스턴 대학은 지난 8월 재학생 500명을 위한 10층짜리 초호화판 기숙사를 개설했는데, 건축비만 무려 1억3600만 달러가 들었다. 기숙사 이름은 이 학교 졸업생이자 현재 e베이 회장으로 있는 메그 휘트먼의 이름을 따 ‘휘트먼 칼리지’로 명명했다. 현재 158억 달러에 달하는 기부금을 확보한 프린스턴 대학은 이것도 모자라 지난 11월 앞으로 5년간 17억5000만 달러를 더 모금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이 돈으로 최첨단 공학관과 의학관을 건축하겠다는 것이다. 프린스턴 대학은 또 올해부터 박사 과정 여학생이 출산할 경우 3개월간의 출산 휴가비를 부담하기로 했다. 이 대학이 학생들에게 지급하는 재정 보조액은 5년 전에 비해 2배 증가한 8200만 달러. 전체 학생 중 절반이 좀 넘는 53%가 수혜자다. 수혜자 한 명당 평균 3만2000 달러씩 돌아가는 셈이다. 수업료와 생활비를 포함해 평균 4만5000달러를 부담하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많은 액수다. 일반 대학 같으면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하버드 대학
아이비 리그 대학의 씀씀이는 경비 지출에서도 나타난다. 하버드·예일·프린스턴 ‘빅3’는 지난해 총 65억 달러를 경비로 지출했는데, 이는 10년 전보다 100% 증가한 액수다. 특히 하버드의 경우 지난해 운영비 32억 달러 가운데 49%를 인건비로 지출했다. 하버드의 교수진은 2164명으로 아이비 리그 가운데 가장 많은데, 1990년대 후반에 비해 절반 이상 늘어났다. 그만큼 재정이 넉넉하다.

최고의 대학인 만큼 최고 대우를 보장하는 것은 상식. 미국대학교수협회 자료에 따르면, 현재 다른 4년제 일반 대학 정교수 월급은 평균 10만6500달러이지만 받고 이는 아이비 리그 교수 월급 평균의 78%에 그친다. 1980년대 초 일반 대학의 교수 월급은 아이비 리그 교수의 91% 수준이었다.

이처럼 자금이 넉넉하다 보니 아이비 리그 대학은 우수한 교수진을 확보하기 위해 버클리 소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처럼 비교적 재정이 좋다는 명문 주립 대학조차 꿈도 꾸지 못하는 엄청난 연봉을 제시한다.
통상 아이비 대학이 채용하는 교수는 조교수급이다. 특히 물리·화학 등 과학 분야의 경우 최상급 교수를 채용하려고 고액의 연봉을 제시한다. 이 분야는 통상 연봉에 연구보조금까지 합쳐 150만 달러에서 200만 달러는 줘야 채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액 연봉만이 이적 요인은 아니지만, 일반 대학 교수는 최고의 연구 환경이 보장되는 아이비 리그의 영입 제의에 유혹을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 이를테면 중부 명문 위스콘신 대학의 신예 과학자인 로버트 카픽 조교수는 1년 전 펜실베이니아 대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위스콘신 대학에서 받던 9만 달러보다 고작 10% 정도 더 받고 펜실베이니아 대학으로 옮겼는데, 진짜 이적 요인은 돈보다는 자유로운 연구 활동 보장 때문이었다.

미국에는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이나 버지니아 주립대학 등 명문 주립대학, 나아가 윌리엄스 대학을 비롯한 최고 인문대학과 각 주의 특성화 대학 등 아이비 리그 부럽지 않은 훌륭한 대학이 즐비하다. 그런데도 아이비 리그에 천문학적인 기부금이 몰리고 최고의 학생과 교수가 몰리는 데는 이들 대학 출신 졸업생이 사회 각 분야에서 지도적 위치를 차지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처럼 최고 학생에 최고 교수진, 나아가 최고 연구 시설을 갖춘 아이비 리그 대학의 ‘독식’이 해를 거듭할수록 더해가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불균형을 해소할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데 미국 사회의 고민이 있다.

기자명 워싱턴=권웅 편집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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