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녘 서울 명동성당에 봄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봄비에도 아랑곳없이 성당 들머리에 하나 둘씩 사람들이 모였다. 하루 종일 봄비가 내린 날이다. 흰색, 파란색, 노란색 우비를 입고 모인 사람들은 7시30분 되자 200여 명으로 불어났다. 4월26일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천주교연대)’의 첫 명동성당 미사가 시작됐다. 빗줄기는 점점 거세졌지만 부산, 광주, 안동 등 전국에서 올라온 사제와 신도들은 한 시간 동안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 날을 시작으로 천주교는 4대강 사업이 중단되는 날까지 무기한 미사에 들어갔다.
미사에 앞서 집행위원장을 맡은 서상진 신부는 “정치인들이 많이 오셨지만 우리가 모인 건 정치가 아니라 정의 때문이다. 정의로운 정치가 될 수 있게 잘 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미사에는 이강래, 천정배 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정동영 의원이 참석했다. 서상진 신부는 “도둑에 협조하는 것은 같은 도둑이다. 들어온 거 알면서도 모른 척 한다면 방조다. 참되게 예수를 섬기는 자라면 4대강 사업에 반대해야 한다. 무분별한 개발로 단기간의 이익 얻으려다 창조주가 몇 만 년 일군 것을 송두리째 없애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두물머리에서 직접 흙을 밟고 농사를 짓는 농민들도 미사에 참석했다. 이들은 빗속에서 진행된 미사 도중 두 손 모아 “평화를 빕니다”라며 평화의 인사를 함께 나눴다. 하지만 이들은 10개월 째 4대강 사업으로 평화가 깨진 두물머리에서 지난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한 참석자의 눈에는 눈물인지 빗물인지 알 수 없는 물방울이 떨어지기도 했다.
천주교 연대는 2월22일 낙동강 함안보 공사 현장을 시작으로 매주 4대강 사업 공사 현장에서 미사를 진행했다. 팔당 유기농 단지에서 시작된 릴레이 단식 기도회는 100일을 넘겼고 수녀들은 낙동강 을숙도 하구에서 안동 상류지역을 순례했다.
천주교 신부들이 명동 성당 들머리를 미사 장소로 택한 이유에 대해서도 김 신부는 설명했다. “명동 성당은 우리에게 느티나무와 같은 곳이다. 생명을 파괴하는 시대의 압제에 맞선 사람들이 모여들어 다시 희망을 품게 해준 그늘 넉넉한 느티나무였다. 우리 사회의 큰 느티나무이자 신앙과 희망의 상징인 이곳에서 기도할 것이다”
김 신부는 “정부에게 4대강 사업 관련 TV 공개 토론의 장을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 온 국민이 4대강 사업을 바르게 판단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마련해 달라”며 정부에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천주교 연대는 매일 저녁 7시30분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생명 평화 미사를 계속할 작정이다. 미사 뒤에는 밤샘 기도회도 이어갈 예정이다. 5월10일에는 4대강 사업 중단과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제2차 사제, 수도자 선언’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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