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입니다. 정부는 오늘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막무가내로 진행한 4대강 사업을 전면 철회하고 지금까지 훼손된 습지, 강, 강변 등을 생태적으로 복원하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정부의 이러한 변화는 생명을 사랑하는 전 국민의 간절한 염원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가톨릭 인천교구 인천주보에 실린 바오로 만평 속 글이다. 제목은 ‘행복한 거짓말.’ 박흥렬 화백(48)의 작품이다. 몇 년 째 주보에 만평을 그리는 박 화백은  최근 4대강 사업에 관한 주제를 다룰 때가 많다. 4대강 사업 공사 현장도 수차례 다녀왔다. 며칠 전엔 경기도 양평의 두물머리에서 4대강 사업에 반대해 단식 중인 가톨릭 사제단을 만나 미사를 올렸다. 현장을 찾을 때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그다.

ⓒ시사IN 임지영‘강은 흘러야 한다’라는 4대강 반대 만화를 그린 박흥렬 화백
그가 보기에 4대강 사업은 전대미문의 크고 복잡한 사업이다. 하지만 그는 주변 사람들한테 신문에 나오는 4대강 문제점을 다룬 기사는 너무 어렵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던 차에 그는 펜을 들었다. 힘 있는 자는 힘으로, 지혜 있는 자는 지혜로, 자신처럼 만화를 그리는 사람은 만화로.  그는 최근 ‘강은 흘러야 한다’라는 만화를 그렸다. 곧 소책자로 나와 배포될 예정이다. 만화는 알기 쉽게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짚었다. 박 화백은 “그림이 내게 주어진 재능이라 이걸 활용해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이야기하는 게 사명이다”라고 말했다.

4대강 만화를 어떻게 그리게 됐나.
이전부터 종교적 관점에서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만화를 그렸다. 시작은 촛불 정국 때 대운하 반대를 내용으로 하는 만화였다. 천주교 신자들에게 알리고 싶어서 그린 만화였다. ‘강은 흘러야 한다’는 내 만화를 눈여겨 본 하천학회 교수들이 의뢰 제작됐다.

작업 기간은 얼마나 됐나.
보름동안 그렸다. 처음 그리는 건 아니라 어렵진 않았다. 잘 정리된 자료가 있어서 도움이 됐다. 4대강 사업 전체에 관한 게 24쪽, 낙동강과 관련한 게 32쪽 총 56페이지를 그렸다. 본업이 있어서 저녁마다 틈틈이 그렸다.

만화는 언제부터 그렸나.
1992년 인천일보에서 시작해 십년 간 만평을 그렸다. 평화신문과 시민의 신문 등 몇 군데에 그림을 연재하기도 했다. 환경 관련 뿐 아니라 민영화, 용산참사에 대한 만화도 그려왔다. 각 단체들이 요청해 오면 그리기도 했다. 인천 주보에 연재하는 바오로 만평은 19년 째 하는 중이다. 

박 화백이 보는 4대강 사업 뭐가 가장 문제점은?
낙동강 함안보에 다녀왔다가 놀랐다. 정말 빠른 시간 안에 많이도 파헤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 토목기술이 놀랍기는 하다. 하지만 일에는 절차와 순서가 있다. 사업 규모가 큰 만큼 반대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게 상식이다. 그런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게 가장 비극이다. 사업은 강행되어도 행정 기록은 남는다. 훗날 책임은 어떤 형태로든 물게 될 것이다. 4대강 사업으로 토건 사업이 최고 정점에 올라 있는 것 같다. 이 시점을 정점으로 장렬하게 산화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박씨는 환경운동과 관련한 일을 계속 해 왔다. 인천에 살면서는 가톨릭 환경연대와 연을 맺고 인천의 환경 문제 해결에 앞장섰다, 2001년엔 강화도로 삶의 터전을 옮기면서는 농사를 지으며 진짜 자연과 가까이 하는 법을 배웠다. 최근엔 두 내외 모두 일이 바빠 내버려운 상태지만 배 농사를 짓는 농사꾼이기도 하다.

환경과 관련해 계속 활동하게 된 계기는?
인천이 환경적 사안이 많았다. 굴업도 핵 폐기장 백지화운동도 있었고 화력발전소 건립문제, 송도 갯벌 매립 등 환경단체가 관심 가질만한 현안이 계속 있었다. 가톨릭환경연대와 연을 맺고 그때마다 힘을 보탰다. 천주교 자체는 1990년대 초반부터 교황이 환경문제에 관심 많았다. 환경은 곧 생명의 문제이기 때문에 종교인이라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박흥렬 화백이 그린 ‘강은 흘러야 한다’만화 한 장면.
강화도 생활은 만족하나.
매우 만족한다. 고등학생 아이는 강화도 대안학교인 산마을 고등학교에 다닌다. 대안학교가 아니더라도 시골이 아이들 교육에도 좋은 것은 반마다 학생 수가 적기 때문이다. 선생님의 영향력이 절대적이고 애정을 가지고 보살필 수 있다. 그런 환경에서 교육 받는 것이 아이들 정서나 학습 면에서도 좋다.  

박 화백은 4대강 사업을 중단하거나 적어도 늦추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의 만화가 국민들이 4대강 사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랐다. 신문 기사보단 쉽지만 좀 더 재밌게 그리지 못한 걸 줄곧 그는 아쉬워했다. 박 화백은 남은 아쉬움을 만화 연재 작업의 원동력으로 삼을 작정이다. 4대강 사업이 지속되는 한 그의 펜 끝도 계속 움직일 것이다.

기자명 임지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tot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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