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디자인은, 신문 디자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디자이너 개인의 주관이 많이 반영될 수 있어 마음에 들었다. 그곳에서 6년 동안 일했고, 이후 출판사인 웅진지식하우스에서 1년6개월가량 일했다. 출판사에서의 생활은, 독립된 디자인 회사 때와는 다른 경험을 제공했다. 책이 잉태되고, 만들어지고, 팔리는 과정을 압축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이다.
2005년 9월 독립한 그는 현재 석운디자인연구소를 차려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올해 그의 손을 거쳐간 책은 70여 종. 〈유토피아 이야기〉(갤리온), 〈영남대로〉(휴머니스트), 역사비평사의 현대사 20권짜리 현대사 기획 시리즈 1, 2권인 〈이승만과 제1공화국〉 〈박정희와 개발독재시대〉, 〈지도박물관〉(웅진지식하우스) 등이 기억에 남는다.
“저는 ‘저자 울렁증’이 있어요”
그가 추구하는 것은 ‘과감하면서도 시간을 견디는 디자인’이다. 오랫동안 서가에 꽂혀 있어야 할 책이라면 첫눈에 쏙 들어올 뿐 아니라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아야 한다. 작업을 하다 보면 책의 제목을 듣는 순간 ‘파팍’ 하고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책이 있고, 그때부터 막막한 책이 있다. 작업이 뻑뻑할 경우 일찌감치 손을 드는 편이다. 경험의 소산이다. 몇 년 전 한 출판사와 작업하면서는 표지 시안을 무려 열두 번이나 낸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러고도 서로 만족하지 못해 결국 손을 들었다. 그때의 경험 탓에 그는 시안을 두어 번 냈을 때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아예 다른 디자이너를 찾으라고 말한다.
그는 편집자뿐 아니라 저자의 개입도 꼭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출판사에 소속되어 있을 경우에는 간혹 저자가 표지 디자인에 관심을 표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씨는 그때마다 당황스러웠다고 한다. 그는 편집자에게 “나는 ‘저자 울렁증’이 있으니 제발 저자를 데려오지 말라고 사정하곤 했다”라며 웃었다.
그는 자신을 ‘사파’(邪派)라고 부른다. 디자인을 전공한 이들과 비교하면 적자는 아니라는 자각인 셈. 장점도 있다. 관습과 전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어서이다. 실제로 1세대 북 디자이너로 평가받는 정병규씨는 불문학 전공자이고, 왕성한 활동력을 보이는 오필민씨도 국문학을 전공한 편집자 출신이다.
소장파에 속하는 이석운씨의 바람은 의외로 백발이 성성한 일본의 북 디자이너처럼 되고 싶다는 것이다. 국내 편집자들의 안목이 변하고 있는 만큼 가능한 일이 아닐까. 그는 조심스레 낙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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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들이 본 올해 출판 지형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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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출판계의 구글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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