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학생 김주식씨(26)는 4월19일 등기 한 통을 받았다. 발신은 중앙대학교였다. 봉투 안엔 징계처분서가 들어 있었다. ‘퇴학’이라는 두 글자가 선명했다. ‘학생 상벌에 관한 시행세칙에 근거하여 퇴학처분을 결정함’이라는 재확인 문구도 있었다. 그는 철학과 졸업을 앞두고 휴학 중이었다.

2006년 총학생회장이었던 그는 현재 총학생회 교육국장을 맡고 있다. 학교는 그를 교직원을 폭행하고 회칙을 어기고 휴학생 신분에도 총학생회 임원으로 활동한 점을 징계 사유로 들었다. 이전에 징계를 받았음에도 개선이 없어 퇴학 처분했다는 것이다. 김지혜 총학생 회장에겐 게시판에 올린 글을 문제 삼아 서면경고 조치를 했다.

ⓒ시사IN 임지영퇴학 처분을 받은 중앙대 학생 김주식씨
2008년 두산그룹이 중앙대를 인수하고 박용성 이사장이 취임한 뒤 일방적으로 구조조정을 밀어붙여 ‘두산대’로 바뀌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대학 본부는 교수와 학생들 반발에도 18개 단과대, 77개 학문 단위를 10개 단과대, 40개 학과로 줄이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대학 본부는 또 지난 3월 학생들의 학내 활동을 모두 불법화하는 시위 방식에 관한 공고, 이른바 ‘중앙대 집시법’을 발표하기도 했다. 학교 본부는 또 지난 8일 한강대교와 교내 신축공사 현장의 타워크레인에서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고공시위를 벌인 학생 3명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본부는 이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고 타워크레인에 오른 학생에게는 공사를 지연시켰다며 피해액 2천5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내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퇴학 처분을 받은 김주식씨를 중앙대 교정에서 만났다.

퇴학 처분을 예상했나?

예상치 못해 당황했다. 하지만 분명히 잘못된 처분이고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철회될 거라고 믿는다. 부모는 평소에 너무 앞장서지 말라고 말씀 하셨는데 이번 일 생겨 걱정이다. 전후 사정을 말씀드리고 잘 될 거라는 걸 납득시켜 드려서 이해하셨다.

ⓒ연합뉴스중앙대 이사장을 맡고 있는 박용성 두산 중공업 회장
퇴학 처분 중 교직원을 폭행했다는 사유가 있다. 
3월23일 ‘학문단위 일방적 재조정반대 교수 학생 공동대책위원회 발족식’이 있었다. 학교 측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행사였다. 행사가 끝날 무렵 마지막 퍼포먼스를 펼치는 상황이었는데 교직원 한 분이 사진기로 학생들 얼굴을 찍었다. 이전에도 사진으로 얼굴을 판독해 징계 내린 적 있었다. 찍지 말라고 하는 과정에서 실랑이가 벌어졌고 교직원이 멱살을 잡았다. 주변 사람들이 말렸고 그 과정에서 그 분이 떠밀렸다. 손 댄 적은 없다.  

그렇다면 그런 적 없다고 학교 측에 주장해봤나.
아직 입장을 정리 중에 있다. 조만간 대응할 예정이다.

휴학생 신분에 총학생회 일을 할 수 없다는 회칙대로라면 임원 자격 없는 것 아닌가.
학생회 회칙에 따르면 휴학 상태면 자격정지라는 내용이 있다. 엄밀히 말하면 총학생회 회원은 아닌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학교가 왈가왈부할 게 아니라는 것이다. 학우들 안에서 문제제기가 있었다면 중앙운영위에서 합의하고 논의하는 게 맞다. 하지만 학교가 개입할 사항은 아니다. 학생회는 학생회칙에 근거에 독립적으로 존재한다.

학내 인터넷 게시판에 들어가 보면 학생들 중 퇴학 지지하는 의견도 있더라.
학우들 일부의 생각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학내 커뮤니티가 전체 여론 반영하긴 힘들다고 생각한다. 익명 게시판이라 교직원들의 생각인지 학생의 생각인지 알기 어렵다. 

학생들 사이에선 최종 구조 조정안을 두고 학교가 많이 양보한 거라는 의견도 있다.
필요하면 구조 조정할 수 있다. 문제 삼는 것은 본부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이다. 참관이나 설명회 형식으로 의견 듣는 자리가 아니라 결정 과정에서 학생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최근 일단락 됐지만 향후 지속적인 구조조정 의사를 밝히고 있기 때문에 계속 관심 가져야 한다.

최근 중앙대는 본부와 학생들 간 마찰로 자주 언론에 오르내렸다. 중앙문화 교비 지원 중단에 대한 반발, 구조조정 반대 학생들의 천막 농성과 삭발 단식, 고공 크레인 시위까지 벌어졌다. 중앙대 측은 이번 퇴학과 경고 조치에 이어 크레인에 올랐던 학생을 두고 상벌위원회 소집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본부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중앙대 학생들.
최근 중앙대 본부와 학생들 간 갈등이 많은 것 같다.
학교가 징계로 문제를 처리하려고 한다. 심지어 도서관 옥상 금연구역에서 담배 피운 학생에게도 징계처리를 했다. 잘못한 것은 맞지만 그렇게까지 해야 할 일인가. 예전 같으면 주의하라고 끝냈을 일이다. 학내에서 천막도 마음대로 못 친다. 총학생회 사업 이행을 위해 천막 치고 행사해야 하는데 허락이 없으면 힘들다. 대자보 붙이는 것도 마찬가지다. 교육적 가치에 대한 고민 없이 징계로 해결하려 한다.

얼마 전 고려대 김예슬씨는 자퇴를 했다. 본인은 퇴학을 당했는데
대자보 글이 요즘 대학생들에게 와 닿을만한 내용이었고 정서를 잘 반영한 글이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이 용기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이 낸 파열음으로 대학 당국이 반성을 했으면 좋겠다. 돈 되는 학문 위주로 재편하고 경쟁으로 몰아가는 것들에 대해서도 아쉽다. 대안을 제시한 것까진 아니었지만 문제제기를 해 공론화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인권위에 진정도 넣을 예정이다. 교육받을 권리가 침해당한 것에 적극적으로 항의하고 학우들에게도 이 사실을 알릴 것이다.

중앙대 총학생회실은 학생회관 2층에 자리한다. 학생지원처 바로 옆이다. 폭행 시비의 당사자인 교직원을 지척에 두고 만나도 서로 아는 척 하지 않는다. 학교 측은 “학생 입장에선 납득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정식으로 학생이 대응한 것도 아니고 공식적인 답변은 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기자명 임지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toto@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