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 만신, 소리꾼, 춤꾼, 예기(藝妓) 등 온몸으로 놀았던 이들의 구구절절한 사연과 놀이에 대한 일종의 감상이 사진 자료와 함께 펼쳐진다. 동래입춤 명인 문장원의 춤사위 한 자락을 포착한 사진 밑에 저자가 써놓은 추임새 말은 이렇다. “첫 발짝을 떼는 춤이고 일생을 송두리째 바쳐 완성해가는 춤이다. 그의 입춤은 텅 비운 몸으로 나아가 여백과 만나는 한 폭의 ‘세한도’다. 걷노라면 자연스레 밟히는 엇박은 관객의 허리를 곧추 세우고 남은 폐활량을 한데 모아 추임새를 뱉게 하니, 보라! 마지막 동래 한량이다.”
무(武)와 무(舞)와 무(巫)와 무(無). 이렇게 4무에 사무친 저자 진옥섭은 책머리에서 ‘이 책에 출연하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했다. 그 출연하신 분들과 이 책이라는 무대를 만든 저자에게 기립박수를 보내는 건 독자들의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놀라운(?) 사실 하나. 이 책은 연출가인 저자가 전통 예술 공연 홍보를 위해 쓴 보도자료를 고쳐 쓴 것이다. 보도자료라는 것에도 품(品)과 격(格)이 있나 보다.
대중문화·예술 분야는 광범위하다. 우선 미술. 미술 평론가 반이정씨는 〈1900년 이후의 미술사〉(세미콜론) 〈한국의 미, 최고의 예술품을 찾아서〉(돌베개) 〈미술시장의 유혹〉(아트북스)을 추천했다. 반이정씨에 따르면, 첫 번째 책은 20세기 초입부터 현재(2003년)까지 미술 100년사를 10년 단위로 나누어 시기별 대표 미술운동과 주요 사건, 키워드 등을 심도 있게 풀어나간다.
다음은 사진. 대중문화 평론가 김봉석씨는 〈현장에서 만난 20thC〉(마티)을 추천했다. 이 책은 ‘모든 것이 패션과 스타일로 되어버린 지금도, 순간을 포착하는 보도사진이 왜 가장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가를 보여주는 책’이다.
세 번째, 클래식. 음악 칼럼니스트 정준호씨는 〈잃어버린 시간 1938- 1944〉(휴머니스트)를 높게 평가했다. 음악학자인 저자 이경분 박사는 애국가의 작곡가 안익태가 제2차 세계대전 시기에 독일에서 활동할 때 숨겨진 비화를 직접 발로 찾아나섰다.
마지막으로 대중음악. 대중음악 평론가 김작가와 출판 평론가 표정훈씨가 함께 추천한 책이 있다. 전기 〈쳇 베이커〉(을유문화사 펴냄)이다.
차형석 기자 추천인:김봉석(대중문화 평론가) 김작가(대중음악 평론가) 반이정(미술 평론가) 정준호(클래식 칼럼니스트) 표정훈(출판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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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와 성찰의 샘’에 빠져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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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형석 기자
얼마 전 일본의 대표적 출판사 이와나미쇼텐에서 40년 동안 일했던 편집자 오쓰카 노부카즈 씨를 만났다. 그는 일본 젊은 세대의 ‘활자 이탈’ 현상을 우려했다. 활자 문화가 붕괴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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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시일까? 갸웃거리다 ‘매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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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호 (문학 평론가)
시인 황병승은 2000년대 한국 시의 가장 불온한 아이콘이다. 그의 두 번째 시집 〈트랙과 들판의 별〉은 그 불온성이 다시 한번 폭발하는 장관을 연출한다. 첫 시집 〈여장 남자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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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을 너무 쉽게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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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울 (문학 평론가)
어떤 세대는 가질 수 있지만 다른 세대는 가질 수 없는 기억이 있다. 내 가난한 기억의 페이지를 만지작거리며 내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을까, 쓸쓸히 되묻는. 그가 그 시대를 너무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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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여전히 희망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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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연 (성공회대 교수·정치학)
‘열망에서 절망으로 진행하는 혼돈의 시대와 희망 부재의 사회.’ 내가 생각하는 오늘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다. 이런 고통과 위기의 시대에 민주주의란 말이 여전히 우리 시대의 희망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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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전태일을 읽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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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하 (만화 평론가·청강문화산업대학 교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는 2007년 12월의 대한민국. 인간답게 살기 위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전태일을 만나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전체 5권으로 기획되어 어린이 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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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사건’ 추적한 과학다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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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식 (과학문화연구소장)
황우석 신화는 끝났으나 검찰에서 ‘과학계의 성수대교 붕괴’라고 비유한 황우석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사건의 전말을 기록한 ‘황우석 백서’가 편찬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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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환경문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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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상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언제나 그렇지만, 황우석 사기극이 터졌을 때 특히 그랬다. 98 대 2라는 놀라운 열광을 등에 업은 연구자가 제 사기극을 애국으로 위장할 때, 답답한 마음은 어디 문학인이 없나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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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은 국문학을 어떻게 이용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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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원 (서평가)
‘국문학과 민족 그리고 근대’ ‘한문학 연구와 일상’ ‘한문고전의 활용 - 대중화의 전제조건’ 이렇게 세 장으로 구성된 〈국문학과 민족 그리고 근대〉를 일관하는 정신은 전복이다.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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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귀엽고 귀여운 의인 동화
너무나 귀엽고 귀여운 의인 동화
원종찬 (아동문학 평론가·인하대 교수)
〈건방진 도도군〉은 장편 의인 동화다. 개성적인 동물 캐릭터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배경을 지녔기에 짤막한 우화와는 쉽게 구별된다. 의인 동화도 역동적인 서사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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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들이 본 올해 출판 지형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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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형석 기자
편집 책임자들의 설문 조사를 통해 2007년 출판계 흐름을 탐색했다. ‘출판 최전선’에 있는 이들은 ‘올해의 책’으로 〈88만원 세대〉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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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은 스스로 움직인다”
“좋은 책은 스스로 움직인다”
노순동 기자
30대 초반의 젊은 북 디자이너 이석운씨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는 북 디자이너가 백발이 성성할 때까지 작업하는 일본의 출판 문화가 부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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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출판계의 구글이 되고 싶다”
“한국 출판계의 구글이 되고 싶다”
차형석 기자
출판사 편집 책임자들은 2007년 가장 두각을 낸 출판사로‘웅진’을 꼽았다. 웅진은 지난 2년 동안 ‘임프린트제’를 통해 급성장했다. 최봉수 웅진 대표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