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에서는 대대적 개혁이 추진 중이다. 지난해 12월 말, 수많은 학과의 통폐합을 예고한 구조조정 본부안이 발표되었다. 다음 달, 학교는 기존에 총학생회가 진행하던 새터(새내기 새로배움터) 폐지를 통보했다. 일방적 개혁을 추진한 학교 본부에 대한 중앙대생들의 저항은 거셌다. 교정에는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대자보와 플래카드가 넘쳐났다. 구조조정 대상이 된 학과들은 본관 앞에 천막을 쳤다. 교정에서 촛불을 밝히고, 삼보일배를 올렸다.

학생들은 일방적 개혁에 대한 대항책을 모색했다. 민주적 의사수렴 절차가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그에 대한 학교 본부의 대응 방법은 간단했다. 학생들의 행위를 모두 ‘불법’으로 규정해버리면 될 일이었다. 학교는 개혁 과정에 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합법적’ 방식은 열어주지 않는 대신, ‘학칙’이라는 잣대로 모든 학생 활동을 ‘불법화’해갔다.

학생들의 활동 모두 ‘불법화’

2월 중 단독 새터를 추진했던 자연대 학생회장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소집되었다. ‘기타 학생의 본분에 어긋난 행위를 한 자’는 징계 대상에 해당된다고 명시된 학칙이 그 근거였다. 누가 봐도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는 규정이다. 중앙대생은 표현의 자유도 없다. 이제 허가받지 않은 학생들의 목소리는 불법이다. ‘중앙대 집시법’ 또한 제정됐다. 바로 3월16일에 게시된 ‘시위방식에 관한 공고’가 그것이다. 이 공고는 ‘수업을 방해하거나 학사행정에 지장을 초래한 자, 학교 건물에 무단 침입하거나 점거하는 행위를 한 자, 허가받지 아니하고 무단으로 홍보물을 게시한 자’ 등은 엄중 처벌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앙대 학생들이 학내 활동을 제한하는 학교 당국의 행태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지난 1월, 비판적 논조를 이유로 예산이 전액 삭감된 교지 〈중앙문화〉 또한 예외일 수 없었다. 이후 〈중앙문화〉 편집위원회는 학내 구성원과 지지자들에게 ‘1인 광고’를 받아 모금으로 무제호 발행을 준비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도 학칙이 문제였다. 〈중앙문화〉 무제호는 중앙대학교 학칙 제65조 ‘학생단체 또는 학생의 모든 정기 또는 부정기 간행물은 지도교수의 추천과 총장의 승인을 받아 발행하며…’에 위배된다는 것이었다. 학생지원처 측은 “지도교수나 학생지원처장을 통해 총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학칙 위배 시, 징계를 줄 수 있다”라는 방침을 밝혔다. 〈중앙문화〉는 “무제호에는 〈중앙문화〉 제호가 들어가지 않는다. 학생단체로 볼 수 없다. 또한 이와 관계없이 언론·출판의 자유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다”라고 하자, 학생지원처는 “배포 시에도 학생지원처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또한 책 내용에 따라 재단이 명예훼손 소송을 걸 수 있다”라고 엄포를 놓았다. 헌법도 중앙대학교는 비껴간다.

중앙대에는 학교와 학생이 소통할 수 있는 ‘합법적’ 제도가 없다. 이 전제에서 학생들의 모든 행동이 ‘불법화’되는 것은 당연하다. 중앙대 학칙은 학생 활동의 모든 범위를 포괄적으로 규정해놓고 자의적으로 해석한다. 현행법을 규율하는 명확성 원칙, 포괄적 위임입법 금지 등 어떤 원칙도 찾아볼 수 없다.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예사로 무시한다.

하지만 ‘중앙대제국’이 아닌 이상 사립학교의 학칙이 현행법과 헌법의 상위에 있을 수 없다. 중앙대 학칙이야말로 규정의 불명확성과 위헌을 근거로 한 ‘불법’이 아닐까.

기자명 구예훈 (중앙대 법학과 3학년·〈시사IN〉 대학기자상 특별상 수상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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