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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은 국문학을 어떻게 이용했나

저자 강명관은 기존 국문학계의 관행이 되다시피 한, 텍스트가 생산된 맥락을 망각한 독해의 위험성을 지적한다.

강유원 (서평가) 2007년 12월 11일 화요일 제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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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학과 민족 그리고 근대’ ‘한문학 연구와 일상’ ‘한문고전의 활용 - 대중화의 전제조건’  이렇게 세 장으로 구성된 <국문학과 민족 그리고 근대>를 일관하는 정신은 전복이다.

저자에 따르면 국문학(그리고 국학)이 근거하는 최고의 이념은 민족이다. 그런데 저자는 ‘과연 국학에서 민족은 부동의 것인가’를 물으면서 ‘국학은 1945년 이후 국민을 ‘제작’하는 장치로서 본격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답을 내놓는다. 일제 식민지 시기를 벗어난 뒤 국가를 되찾은 민족은, 국민과 동일시되면서 여러 원천으로부터 자신의 정당화 기제를 찾아내는데 국학이 그 작업에 철저하게 복무했다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민족주의 국문학은 ‘오로지 민족의 우월성이란 코드로만 역사와 문화를 읽어내는, 최대 모순’에 빠져들고 만다.

   
 
ⓒ연합뉴스
<국문학과 민족 그리고 근대> 저자 강명관씨는 박지원을 포함한 실학자들의 텍스트가 ‘주체적 근대’의 근거로만 이용된다고 지적한다. 위는 박지원의 <열하일기>.
 
 
민족의 우월성을 증명하는 데에 한반도에는 결코 존재한 적이 없었던 서구의 근대가 이념적 준거틀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이 둘은 허균을 재조명하는 데서 단적으로 결합되어 나타난다. 즉 허균을 ‘순수한 국문학의 기원을 이루는 사람이자 주자학이란 중세 이데올로기를 비판한 조숙한 근대인’으로 평가하는 식이다. 저자는 또한 중국 공안파의 절대적 영향력 아래 놓여있던 박지원, 그리고 그를 포함한 실학자들의 텍스트들 역시 ‘주체적 근대’의 근거로만 이용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가 비판하고 있는 ‘텍스트가 생산된 컨텍스트를 망각한 독해’는 대중들의 눈과 귀를 현혹시키는 사극에서도, 광대한 영토에 대한 야욕을 충동질하는 사관에서도 출몰하고 있다. 현재를 위해 과거를 이용하는 저질 목적론이 학문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고 있는 현실을 비판적으로 독해하는 데에도 이 전복적 텍스트가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인문학 위기에 종다양성 ‘만개’

‘인문학의 위기’는 역설적으로 ‘종다양성’의 풍경을 만들어냈다. 적어도 <시사IN> 올해의 책 인문·역사 분야 추천작들에 따르면 그렇다. 
우선 이동철·이택광 교수가 추천한 <만들어진 신>(김영사)을 주목할 만하다. 아프가니스탄 선교단 피랍사건 등 한국 기독교의 근본주의 신앙이 비판의 도마에 올랐던 올 한 해, 이 책은 여러 논쟁거리를 제공했다.  

‘인문학의 위기’는 역설적으로 ‘종다양성’의 풍경을 만들어냈다. 적어도 <시사IN> 올해의 책 인문·역사 분야 추천작들에 따르면 그렇다.  우선 이동철·이택광 교수가 추천한 <만들어진 신>(김영사)을 주목할 만하다. 아프가니스탄 선교단 피랍사건 등 한국 기독교의 근본주의 신앙이 비판의 도마에 올랐던 올 한 해, 이 책은 여러 논쟁거리를 제공했다.  구춘권 교수는 <인권의 문법> <복지 한국, 미래는 있는가> 등 후마니타스에서 펴낸 두 권의 국내 저작을 추천했다.

이상구 편집장이 꼽은 해외 저작들도 올해의 책으로 손색이 없다. 15년에 걸친 ‘집필 장정’에 대단원의 마침표를 찍은 <로마인 이야기 15-로마세계의 종언>(한길사), 사고와 창의성의 근원은 무엇이고 그 ‘기교’는 어떻게 단련되는가를 다룬 <생각의 탄생>(에코의서재)이 그것이다.

이 밖에도 한국 사회 코드 분석이라는 복잡한 주제를 특유의 입심으로 날렵하게 접근한 진중권의 <호모 코레아니쿠스>(웅진), 길을 테마로 조선시대 다양한 삶의 군상을 보여주는 <역사, 길을 품다>(글항아리) 등도 추천작으로 꼽혔다. 

 

이오성 기자

추천인:강유원(서평가·철학박사) 이동철(용인대 교수·중국학) 구춘권(영남대 교수·정치학) 이택광(경희대 교수·영문학) 이상구(도서전문지 <SKOOB>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