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일터로 돌아갈 기회는 있었다. 회사는 그에게 노조를 탈퇴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주겠다고 회유했다. 하지만 동료들을 버리고 돌아갈 수는 없었다. 그는 코스콤(옛 한국증권전산) 자회사에서 15년 동안 일해왔다. 코스콤 직원들과 한 사무실에서 똑같은 일을 했지만, 자회사 직원이라는 이유로 그의 월급은 절반밖에 안 되었다. 코스콤 동료들이 회사로부터 간식비까지 받을 때, 그는 지갑을 털어 굶는 자회사 동료들의 밥을 샀다.
비정규직법 시행 직전인 지난 5월, 코스콤이 칸막이 하나로 코스콤 직원과 자회사 직원을 가를 때까지 그는 자신이 불법으로 파견된 자회사 비정규직 직원이라는 것을 몰랐다. ‘조금만 기다리면 코스콤 직원과 똑같이 대우해 주겠다’는 코스콤 측의 말을 믿었던 것이다. 박성오씨는 “한 일터에서 똑같은 일을 하는데도 자회사 직원,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이가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밥을 짓는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