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한향란
그녀가 진행하는 프로(〈서울에서 평양까지〉)에 게스트로 출연하며 늘 의아했다. 저토록 ‘재기발랄한 사람’이 이토록 진중하고 심각한 프로그램과 화목할 수 있을까. 아니나 다를까, 몇 번의 개편을 거쳐 자신의 끼에 걸맞은 프로그램을 맡았다 싶더니, 사고를 쳤다. 〈김어준의 저공비행〉에서 ‘의원님께서는 지금 삼각팬티를 입고 계신가요, 사각팬티를 입고 계신가요’ 류의 ‘상상초월’ 질문을 천연덕스럽게 생산해내 순식간에 방송가의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곧 몇 차례에 걸친 방송위원회 경고, 급기야 프로그램 중도하차. 그래도 그녀는 꿋꿋이 〈공지영의 아주 특별한 인터뷰〉라는 서정적인 인물 인터뷰 프로그램을 연출하며 변신을 꾀했다. 

CBS 정혜윤 PD (38). 그녀의 재기를 엽기라 해야 할지 재치라 해야 할지 여전히 아리송할 따름인데, 난데없이 책까지 냈단다. 책을 보니 방송과는 또 다른 끼와 열정을 마치 폭포수처럼  쏟아 부었다. 〈침대와 책〉이라는 책 제목과 ‘지상에서 가장 관능적인 독서기’라는 부제와 달리, 내용은 발랄하면서도 깊고 치열하다. ‘꽃 같은 그대가 울고 있을 때’ ‘우울한 다음 날 술 한잔 딱 걸치고 돌아오는 길’ ‘거침없는 하이킥을 날리고 싶은 아침’ 등 갖가지 일상에 대한 처방전을 책에서 구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맛집 안내하듯 단순 소개에 그친 것은 아니다. 인터넷 서적 예스24에서 최다 조회 수를 기록하며 뭇 독서광들을 열광케 할 정도의 화려하고 감각적인 글발에 광범위한 독서 편력이 녹아 있어, 인문 교양서로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기자명 남문희 전문기자 다른기사 보기 bulgot@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