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이 기사는 지난해 4월 시사IN에 실린 기사입니다. 당시 기사에서 심정보 연구원은 2011년  일본 정부가 중학교 교과서에 독도 문제를 싣을 것을 예견했습니다.

천안함이 모든 이슈를 삼켜버린 한 주였다. 독도 문제에 관심이 뜨거운 누리꾼도 이번 한 주는 모두 ‘천안함 침몰 미스터리’를 푸느라 관심 둘 겨를이 없었다. 트위터와 미투데이에서 받은 질문에 기자의 질문을 더해, 동북아역사재단 심정보 연구위원에게 일본 교과서 독도 영토 표기 문제의 전말을 들었다.

어떤 교과서가 어떻게 바뀐 건가?
일본에는 초등학교 검정교과서가 5종이 있다. 이 가운데 지난해까지 1종이 독도를 자국 영토라고 썼고 다른 2종은 지도에서 일본령으로 그렸다. 그러던 것이 이번 초등 교과서 검정 과정에서 5종 모두 독도를 일본령이라고 표기하게 됐다. 일본은 2종의 사회과지도(우리의 사회과부도) 교과서에서도 독도를 일본령으로 표기하고 있다. 이번 검정 과정을 통해 모든 초등 교과서가 독도를 일본령이라고 표기하게 된 것이다.

이번 검정 과정에서 문부성이 개입해 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기하도록 했다던데.
그렇다. 독도 일본령 표기가 정부 방침이라는 의미다. 일본은 고이즈미 총리 시절인 2006년 개정된 교육기본법에 ‘향토애’라는 표현을 집어넣었다. 1960년대 말 이후로는 거의 쓰지 않던 표현이다. 2000년대 이후 일본 국가주의가 강화되는 흐름이 지속적으로 읽히는데, 독도에 대한 권한 주장이 강화되는 것도 이 흐름 위에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08년 7월9일 G8 정상회담 때 있었던 한·일 정상대담에서 후쿠다 당시 일본 총리가 “중학교 교육과정 해설서에 독도를 실을 수밖에 없다”라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말했다.
그로부터 1주일도 안 돼서 7월14일에 그 말대로 됐다. 교과서는 학습지도요령(우리의 교육과정) 해설서에 근거해 만들고, 학습지도요령은 교육기본법에 근거해 만든다. 국가주의적 교육기본법에 근거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한 학습 지도요령 해설서가 나왔고 교과서는 다시 이를 참고해 만들게 되는 구조다. 세 축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지난해 일본은 고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라는 표현을 직접 넣지는 않았다. 우리 정부의 항의 때문이기는 하지만, 내용을 보면 영토 문제는 중학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를 참고하도록 돼 있다. 눈 가리고 아웅인 셈이다.

다음은 뭔가.
내년도(2011년) 중학교 교과서 검정에서도 독도 영토 표기는 계속될 것이다.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문부성 행정지도까지 더해지면 교과서 업체들이 빠져나갈 구멍이 별로 없다.

이번 일로 ‘조용한 외교’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도둑이 마음먹고 도둑질하겠다는데 완전히 막을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는 사실 회의적이다. 교과서는 근본적으로 국내 문제여서 시끄럽게든 조용하게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 정도의 차이야 있지만 어느 나라든 역사 교과서는 자국에 유리하게 기술한다. 우리도 베트남전 학살과 같은 부끄러운 역사는 제대로 교과서에 싣지 않고 있잖은가. 일본의 목적은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만들어서 국제사법재판소로 끌고 가는 것인데, 우리로서는 좋을 게 없다. 분쟁지역임을 인정하는 것 자체가 현 상황보다 못한 것인 데다가, 국제사법재판소에서 반드시 이긴다는 보장도 없다. 로비력이나 인맥에서 많이 밀린다.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정답인가.
공신력이 있는 역사적 근거 자료는 우리 쪽에 유리하다. 일이 터질 때만 “강력 대응”을 외칠 게 아니라, 일본 역사학자나 시민단체 등 일본 내부의 양심세력과 지속적·이성적·논리적으로 교류해야 한다. 한 번에 되는 일이 아니다.

기자명 천관율 기자 다른기사 보기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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