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미디어(트위터)와 스마트폰(아이폰) 그리고 스트리밍 서비스(유튜브)가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무명의 예비 스타를 단번에 유명 스타로 바꾸는 ‘요술망치’ 노릇도 하고 있다. ‘3S’가 바꾼는 연예 지형도를 살펴봤다. 글 싣는 순서
1)타이거 JK, “나를 세상에 취하게 한 트위터” 2)무명 뮤지션을 세계적인 스타로, 유튜브의 힘 3)SM, JYP 넘어설 스타사관학교 3S 4) 3S로 무장한 스타들의 미디어 용병술
 

2004년 서비스를 시작한 마이스페이스는 처음부터 음악인들에게 최적화된 도구였다. 자신의 음악을 스트리밍으로 제공할 수 있었고 ‘친구맺기’라는 방식으로 부담 없이 팬들과 소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 등 다른 범주의 예술인들이 마이스페이스에서 텍스트를 통한 소통만이 가능했던 반면, 자신의 창작물을 직접 선보일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었다.

ⓒReuter=Newsis유튜브는 이제 최고의 온라인 음악채널로 자리잡았다. 위는 U2의 유튜브 공연 모습.
스타급 음악인들이 앞다퉈 자신의 페이지를 개설했다. 당연히 자신의 데모 음원을 올리는 무명 뮤지션도 많았다. ‘런던 걸’을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성장한 릴리 앨런도 그중 한 명이었다. 플로럴 아티스트였던 그녀가 2005년 11월 마이스페이스 계정에 ‘Smile’을 올리기 전까지, 그녀는 평범한 유저이자 취미 뮤지션이었다. 옛 남자 친구에 대한 애증을 담은 솔직한 가사가 흥겨운 스카 리듬과 독특한 멜로디 라인에 얹힌 이 노래는 마이스페이스에서 입소문을 타고 한 달 만에 조회수 120만을 기록했다. 그리고 메이저 음반사와 계약하고 이듬해 데뷔 앨범 〈Alright, Still〉을 냈다. 이 앨범은 영국 차트 2위에 올랐고 총 90만 장이 팔렸다. 평범한 플로럴 아티스트였던 그녀가 마이스페이스 덕에 1년도 되지 않아 스타덤에 오른 것이다.

뮤지션이 직접 음원을 공개하고 그게 입소문을 타며 화제가 된 사례가 릴리 앨런이었다면 역시 영국의 여성 싱어송라이터인 샌디 톰은 인터넷의 특성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한 경우다. 인디 레이블 소속의 무명 가수였던 그녀가 스타덤에 오른 것 역시 마이스페이스 덕이었다. 이미 음원을 공개하고, 이를 통해 자신을 홍보하는 건 일반화된 상황. 샌디 톰은 여기에 ‘라이브’라는 개념을 더했다. 즉, 자신의 작업실에서 웹캠을 통해 촬영한 라이브 영상을 마이스페이스 계정에 올린 것이다. 그것도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데일리 이벤트로.

역시 입소문은 금방이었다. 새로운 미디어를 적극 활용한 그녀의 프로모션 방식은 금세 언론의 눈길을 받을 수 있었다. 일간지부터 BBC까지 이 온라인 스타를 다뤘다. 그런 유명세를 바탕으로 샌디 톰슨 역시 무명 생활을 청산하고 2006년 메이저 데뷔 앨범을 발매했다. 음원에 비해 유저들에게 훨씬 친근감을 주는 공연이라는 형태를 온라인에 접목함으로써 얻은 성과였다.

팬들이 소셜 미디어 활용해 스타 만들기도

온라인은 무명의 스타를 배출했을 뿐만 아니라 묻힐 뻔한 음악도 발굴했다. 2007년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 참가해서 우리에게도 친숙한 오케이 고가 그 대표적인 예다. 2002년과 2005년, 메이저 음반회사를 통해 앨범 두 장을 발표했지만 음반사의 홍보 부족으로 밴드의 생명은 위기에 놓였다. 그들이 주목한 건 유튜브였다. 유튜브에서 화제가 되는 건 쉬웠다. 재미있는 영상을 만들어 올리면 온라인의 각종 게시판과 블로그 등에 퍼지기 때문이었다. 한 대의 카메라 앞에서 자신들이 직접 짠, 코믹 댄스를 췄던 ‘Million Ways’의 뮤직 비디오는 삽시간에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온라인으로 퍼졌다.

ⓒReuter=Newsis마이스페이스·유튜브 등으로 스타덤에 오른 뮤지션들. 밴드 오케이 고·릴리 앨런·샌디 톰(맨 왼쪽부터).
음원과 공연, 그리고 UCC. 온라인에서 음악이 회자되어온 순서에 각각 릴리 앨런과 샌디 톰, 오케이 고가 있었다. 새로운 미디어가 탄생할 때마다 이를 잘 활용한 스타들이 등장해온 거다. 이 모든 것을 활용한, 아니 덕을 본 최고 스타는 영국 록 밴드 아크틱 몽키스일 것이다. 셰필드 출신의 시골 소년들이었던 아크틱 몽키스는 밴드의 자발적 노력 보다는 철저하게 팬들이 만들어낸 스타다.

2003년부터 공연을 시작한 그들은 데모 CD를 팬들에게 나눠줬고, 팬들이 CD를 리핑해서 파일을 마이스페이스에 올렸다. 또 다른 팬은 그들의 공연 사진을 활용해서 뮤직 비디오를 만들었다. 밴드는 이런 사실을 알지도 못했다. 그러나 그들의 음악은 영국 젊은이에게 폭발적 인기를 얻었고 데뷔 앨범이 나오기도 전에 음악 팬 사이에 가장 많이 회자되는 밴드가 됐다. 음반사와 계약을 맺은 후 2005년 10월에 발매한 데뷔 싱글 ‘I Bet You Look Good on the Dancefloor’는 첫 주에 영국 차트 1위에 올랐다. 슈거 베이브스, 로비 윌리엄스를 누르고 이뤄낸 성과였다. 영국 언론이 앞다퉈 이 시골 청년들의 성공 스토리를 다뤘다.

아크틱 몽키스는 어떤 것도 제시하지 않았다. 자신들의 마이스페이스 페이지가 있는 줄도 몰랐을 정도다. 몇몇 팬의 노력이 입소문을 만들어냈고, 그 입소문이 바야흐로 대대적으로 퍼지면서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스타덤에 오른 것이다. 결속력과 전파력을 핵심으로 하는 웹 2.0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르는 이야기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이제는 스마트폰과 트위터가 그 중심에 있다. 접속의 용이성과 더욱 강력한 전파력으로 대변되는 이 새로운 무기를 정복하는 자, 인터넷 스타덤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릴 수 있으리라.

기자명 김작가 (대중음악 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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