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다음으로 등장한 것이 자유주의 이론으로 유럽에서 태동한 후 주로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적용되었다. 권위주의를 지원하는 이론가들이 인간의 본성에 비관적이었던 것과는 달리 존 밀턴 같은 사상가들은 “인간은 이성을 통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으며, 이런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사상에 무제한으로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자유롭고 공개된 회의에서 자신을 주장하는 것이 허용돼야 진리를 찾아낼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언론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언론’ 택하는 까닭
존 밀턴보다 조금 뒤늦게 같은 17세기를 살았던 존 로크는 언론의 천부적 자유권을 주장함으로써 미국 헌법에 절대 영향을 끼쳤는데, 그 유명한 1791년의 미국 수정헌법 1조는 ‘미국 의회는 언론 및 출판의 자유를 침해하는 어떤 법률도 제정하지 못한다’고 못 박고 있다. 그로부터 9년 뒤 미국 3대 대통령이 된 토머스 제퍼슨의 “언론 없는 정부보다는 정부 없는 언론을 택하겠다”라는 명언은 이를테면 자유언론 철학에 대한 기념비적 헌사다.
그리고 훗날 언론 자유의 역할을 좀더 도드라지게 구체적으로 풀어낸 이는 존 스튜어트 밀이다. 그는 “한 사람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같은 의견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그 나머지 한 사람의 의견을 침묵하게 한다면 이것은 권력을 소유한 한 사람이 나머지 전체를 침묵시키는 것에 비하여 정당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만일 그 의견이 옳다면 사람들은 오류를 진실과 비교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고, 만일 그 의견이 틀린 것이라면, 그들은 오류와 대비됨으로써 발생하는 진실에 대한 더욱 명확한 인식과 생생한 인상과 같은 커다란 혜택을 잃어버린 것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자유주의 체제 속의 언론이라 해서 늘 무제한의 자유를 누려온 것은 아니다. 저널리즘에서 가장 자주 내세우고 있는 미국 수정헌법 1조도 수많은 판례에서 보듯 그 해석이 다양하다. 수정헌법 1조를 해석할 때 예외를 두지 않는다는 절대주의적 관점에서부터, 입법부가 필요할 경우 언론 자유를 제약할 수 있다는 상대적 관점에 이르기까지 격렬한 법적 논쟁이 이어져온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실 수정헌법 1조는 ‘가장 극단적인 가설’로 불리기도 한다.
물론 미디어가 주장하는 ‘언론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 그리고 ‘국민의 알 권리’ 등은 그 미디어가 속한 시장 경쟁 체제의 소산일 수도 있다. 즉, 자사의 이익을 위해 ‘자유’와 ‘알 권리’를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주장에 상당 부분 희생이 따른 경우도 많다면, 꼭 색안경을 쓰고만 볼 일도 아니다. 미국 수정헌법 1조에 대한 판례가 많다는 것도 그만큼 언론 자유를 위한 갈등이 많았다는 것이고, 이건 다시 말해 정보 공개보다는 정보 통제에 의한 폐해가 더 크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실증적 연구가 축적돼왔다는 것이 아닐까?
언론과의 대립 끝에 결국은 정보 통제 쪽을 택한 노무현 정부의 다음 정부가 어느 쪽을 택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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