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한향란정동영(왼쪽 두 번째)·문국현(왼쪽) 후보가 김대중 전 대통령 내외와 자리를 함께했다.
출사표를 던진 12명의 후보 중 투표일까지 살아남을 후보는 몇 명이나 될까. 대선 막판에 후보 간 합종연횡이 본격화하고 있다. 다자 구도로 치러지는 선거여서 볼 수 있는 현상이다. 합종연횡은 일종의 선거연합이기 때문에 성공할 경우 2~3위 후보가 한순간에 1위로 올라서는 극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리스크가 크지만 그만큼 기대 이익도 큰 전략이다.

이번 대선이 어느 대선보다 유동성이 크다는 점도 합종연횡이 잦은 이유 중 하나다. 이명박 대세론에도 불구하고 이회창 출마로 보수 내전이 벌어졌다. 범여권의 후보 단일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BBK 수사 발표 이후 진보·보수를 넘나드는 반(反)이명박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이런 점들로 인해 대선 구도가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정동영·문국현 후보의 단일화가 성공한다면 침묵하는 진보 성향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낼 수 있다. 보수 진영이 분열되어 있기 때문에 진보 진영의 극적 역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동영·문국현 단일화 여부가 마지막 변수

이명박 후보는 정몽준 의원,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와의 연대를 통해 세 굳히기를 시도하고 있다. 반면 정동영, 문국현 후보 등 범여권 후보와 이회창 후보는 자력으로 대선 승리가 어렵기 때문에 합종연횡을 통해 반전을 시도하고 있다.

이명박·정몽준 연대는 중도 보수 및 실용주의 세력의 연대라는 의미를 지닌다. 현재 이명박 후보 지지층의 약 3분의 1이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를 찍었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노·정 후보 단일화 전까지 정몽준 후보를 지지했던 이들이다. 이·정 연대는 2002년 대선 때 정몽준 지지를 거쳐 노무현 후보에게 투표했으나 현재 ‘반노’로 돌아선 이들을 담아내려는 시도다.

이회창·심대평 연대는 대선보다 총선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볼 수 있다. 충청이라는 지역 기반, 보수층이라는 이념 기반, 반이명박이라는 정서적 공유를 통해 대선에서 최소 2위 자리를 지켜내고 내년 총선에서 충청과 영남을 교두보 삼아 자신들의 정치 공간을 확보하려는 시도다.

합종연횡 중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정동영·문국현 후보 단일화의 성공 여부다. 다른 합종연횡이 현재완료형인 데 반해 정·문 단일화는 현재진행형이다. 극적인 후보 단일화로 범여권의 구심이 만들어진다면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부동층으로 빠진 ‘진보 냉담층’이 가세하면서 대선 구도가 흔들릴 수 있다. 그럴 경우 단일 후보의 지지율은 30~35%까지 가능할 것이다.

물론 정·문 후보 단일화가 어떤 과정을 거쳐 얼마나 효과를 발산할지는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 양쪽이 치열한 토론을 벌이면서 BBK 정국을 후보 단일화 정국으로 전환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이회창 출마, BBK 정국 등으로 한동안 뉴스의 중심에서 비켜서 있던 범여권이 정국 주도권을 다시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후보 단일화 협상이 결렬된다면 범여권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 단일화에 대한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면서 기존 지지층마저 빠져나갈 수 있다. 특히 문국현 후보는 정당 기반이 전무하기 때문에 지지도가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 문 후보는 정동영 후보가 끌어안지 못했던 수도권 30~40대 개혁 성향 유권자들의 기대를 모으면서 대중적 진보정당의 가능성을 열었지만, 그 의미마저 퇴색할 수 있다.

현시점에서 냉정하게 전망해보면 전자보다는 후자의 가능성이 크다. 선거연합 등 정치 협상은 양쪽 모두 어느 정도의 양보와 기득권 포기가 전제되어야 하지만, 어느 쪽도 양보할 기색이 없다. 독자 노선을 지키는 것도, 선거연합을 꾀하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두 후보 모두 단일화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공멸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대선이 10여 일도 남지 않았다. 대선이 중도실용주의 세력의 굳히기로 끝날지, 민주개혁 세력의 극적 뒤집기로 이어질지, 또 보수 세력의 버티기가 성공할지 두고 볼 일이다. 특히 2002년에 이어 또다시 후보 단일화 시도를 하고 있는 범여권이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지가 2007년 대선의 마지막 남은 관전 포인트다.

기자명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연구실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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