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uters=Newsis지난 10월 보스턴 레드삭스와 콜로라도 로키스의 월드 시리즈(위)가 중국에 생중계되었다.
지난 10월22일, 미국 야구 팬의 관심이 메이저 리그 우승팀을 가리는 월드 시리즈에 집중되어 있을 때, 미국 프로야구(MLB) 사무국에서는 흥미로운 보도 자료를 내보냈다. 중국 본토에 월드 시리즈가 처음으로 생중계된다는 내용이었다. 혹자는 이미 한국에서는 몇 년째 생중계해 온 월드 시리즈를 이제야 방송하기 시작한 것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MLB 사업 관련 당사자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MLB가 거대한 중국 스포츠 시장의 문을 노크한 역사적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월드 시리즈는 중국의 Great Sports 채널을 통해 생중계되었다.

미국 스포츠 업계의 중국 시장 진출이 활발하다. ‘스포츠 골드 러시’다. 이미 오래전부터 중국에 발을 들여놓은 미국 프로농구 리그(NBA)를 비롯해 MLB, 그리고 미국 말고 다른 나라에서는 안 본다는 속설이 있는 미식축구 리그(NFL)까지 이 움직임에 동참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어마어마한 중국의 인구 때문이다.  미국의 인구조사 기관에 의하면, 현재 중국의 총인구는 미국의 네 배에 달한다. 게다가 중국의 총인구는 2010년까지 13억6000만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며, 앞으로 30년 후에는 2억명이 추가로 늘어날 것이라는 통계가 나왔다. 

중국의 13억 인구와 급속도로 발전하는 경제력은 엄청난 규모의 스포츠 시장 형성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고, 미국 미식축구 연맹(NFL)의 한 조사는 중국 스포츠 시장이 총 5억 달러 (4500억원) 이상의 규모로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제일의 스포츠 마케팅을 자랑하는 미국 스포츠 업계가 이와 같이 매력적인 시장을 가만둘 리가 없다.

“우리가 주목할 점은 10억명이 넘는 사람이 아직 대부분 미국의 스포츠에 관심을 갖기는커녕, 접해볼 기회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뉴욕 대학교 스포츠 매니지먼트 학과 웨인 맥도낼 교수의 설명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우리가 앞으로 장기적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중국 시장을 공략하느냐이다.”

그 해답은 NBA의 성공 사례에서 엿볼 수 있다. 2002년에 이미 중국 국민 영웅이나 다름없는 올스타 선수 야오밍(휴스턴 로케츠)을 NBA에 진출시키며 중국 사회에서 확실히 자리매김한 미국 프로 농구는 20년에 걸친 착실한 준비 끝에 지난 해에만 중국 시장에서 5000만 달러 (45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데 성공했다. 철저한 사전 조사와 오랜 준비는 NBA를 중국 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리그로 만들었으며, 3억명 이상의 농구인을 양성했다. 올해로 중국 내 TV 중계 20년째를 맞는 NBA는 무려 51개 채널로 생중계를 되며, 총 4개의 사무실을 중국에 두고 있다. 또한 NBA는 지난해 경기당 평균 55만8천100명 시청했으며, NBA 중국 공식 웹사이트 (NBA.com/china)는 하루 평균 1200만명이 다녀간다. 더군다나 11월9일에 있었던 두 중국인 농구선수 야오밍과 이 진리안 간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경기는 2억 5000만명이 시청했다고 하는데, 미국 최대 스포츠 축제인 슈퍼볼의 평균 시청 인구가 9300만명인 것과 비교해보면 이 기록은 매우 경이적이다.

NBA 국제사업부 사장 하이디 유버로스 씨는 “중국은 미국을 제외하고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다. 앞으로 연 30% 이상 성장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더욱 놀라운 점은 NBA가 이와 같은 고도의 성장률을 “아직 시작일 뿐이다”라고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중국 상하이와 마카오에서 있었던 세 차례의 NBA 시범경기 티켓이 순식간에 매진된 사례는 이와 같은 NBA의 인기를 말해준다.

MLB의 중국 진출은 걸음마 수준

반면 MLB의 중국 진출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2007 월드 시리즈의 첫 중계와 더불어 지난 1월에는 MLB의 대표 프랜차이즈인 뉴욕 양키스와 MLB가 공동으로 중국야구협회 (CBA)와 첫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이 합의 아래 CBA는 양키스 구단에 중국인 야구 관계자를 보내 미국의 선진 야구를 배워올 계획이며, 양키스와 MLB는 선수 및 코치를 대거 중국에 보내 야구 발전에 기여하기로 했다. 이에 발 맞춰 MLB는 내년 중으로 중국에 MLB 사무국을 차릴 계획이다. 

한편 MLB와 CBA 사이에서는 2008년 시즌 전에 베이징 올림픽 야구경기장에서 시범 경기를 개최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이 논의 중이다. 이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끝으로 정식 종목 자격을 잃는 야구에 대한 중국인의 관심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풀이된다.  MLB 밥 두페이 사장은 “우리 목표는 중국에서 시즌 개막전을 치르는 것이다. 그리고 일본이 MLB의 홍보에 앞장섰듯, 중국도 같은 일을 해줄 거라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AP Photo중국이 낳은 농구 스타 야오밍과 이젠롄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휴스턴 로키츠와 밀워키 벅스 전을 시청하는 중국인들.
미국인만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미식축구 리그 NFL도 중국 시장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 중이다. 중국인이 아직 풋볼의 기본 규칙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NFL은 3~4년 전부터 상하이, 베이징, 광저우 지방을 중심으로 몇몇 초·중·고등학교에서 풋볼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NFL 사장에 따르면 “중국 시장은 10~15년 후를 바라보는 장기 프로젝트”이며, 축구나 농구의 인기를 따라잡기보다는 풋볼 교육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틈새시장 공략’을 노린다고 했다. 이와 같은 발언은 중국 스포츠 시장의 규모를 고려할 때, 중국 대중 사이에서 최고 인기를 누리지 않더라도 미식축구를 충분히 발전시킬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대리인 한 명만이 중국 내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NFL은 이미 네 명의 중국 선수를 미국에 보내 필드골 전담 키커로 훈련 중이며, 10년 내로 ‘풋볼의 야오밍’이 출현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반면 미국 스포츠 업계가 중국 시장에서 직면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중국 정부의 지적 재산권에 대한 보호가 취약하다는 것이다. 손쉽게 가짜 NBA 셔츠나 유니폼을 발견할 수 있고 이같은 가짜 상품이 해당 스포츠 종주국인 미국으로 역수입되어 판매될 정도다.  중국은 지적 재산권에 대한 관리에 소홀하며, 중국 국민의 인식도 미약하다. 중국 정부의 법적 대처에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미국의 스포츠 리그가 공식적으로 중국 시장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사례는 아직까지 없다. 이와 같은 문제점은 미국 스포츠 업계가 중국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중국 정부와 긴밀한 협조를 통해 보완하리라 예상된다. 하지만 틀림없는 사실은 중국이 미국 스포츠 업계에 매우 매력적인 시장이라는 것이며, 이는 NBA 국제사업부 유버로스 사장 인터뷰를 통해 재확인할 수 있다. “현재 NBA 중국 사무실에는 직원이 총 80명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속도라면 최소한 500명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며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중국 경제를 따라가기도 힘들다는 그의 답변은 중국이 미국 스포츠 업계에 문제점보다는 가능성을 제시하는 시장이라는 것을 입증해준다.

기자명 뉴욕=김의준 (자유기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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