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대학기자상에 236편이 응모했다는 소식을 듣고, 사회 부문에는 다음과 같은 기사가 적어도 몇 편은 있으려니 기대했다. “자신들의 문제일 수밖에 없는 청년실업 또는 비정규직이 넘쳐나는 시대에 ‘체험, 삶의 현장’을 바탕으로 쓴 기사, 정보 청구에 의한 탐사보도 기사, 내러티브 수법으로 쓴 피처 기사, 아니면 내가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의제나 글쓰기 수법을 동원한 참신한 기사들이 심사위원한테 배달되겠지….”
 

깨고 난 꿈은 허망했다. 대학생다운 ‘발칙한’ 기사도 없었고, 일부 매체가 이미 시도한 ‘인권·노동 OTL’ 같은 것을 흉내낸 기사조차 눈에 띄지 않았다. 오히려 저널리즘의 기본조차 갖추지 못해, 2차 심사에 오른 16편 기사 중에도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많았다. 대학 언론이 기성 언론을 답습한다면 한국 언론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배우는 과정에 있는 학생이 쓴 기사라고는 하지만, 가르치는 교수들은 뭘 한 걸까? 자괴감이 앞섰다. 한국 언론의 신뢰성 위기는 이런 대학 언론과 언론 교육의 참담한 현실에서 어느 정도 시작된 것이라고 본다. 

결국 ‘대상’은 저널리즘이 추구하는 가치와 그것을 구현하기 위한 표준에 상대적으로 가장 근접한 작품을 고를 수밖에 없었다. 심사위원 다수가 추천한 ‘특수고용직, 자본이 낳은 기형아’가 바로 그것이다. 특수고용직 문제도 기성 언론이 다룬 이슈이긴 하지만, 사륙배판 13쪽으로 펼쳤는데도 지면 구성에서 낭비요소를 발견할 수 없었다. 첫 꼭지 기사에서 문제를 제기한 뒤, 택배기사와 학습지 교사를 취재해 두 건의 르포 기사를 물리고, 국회의원 인터뷰를 통해 대안을 모색하는 등 의제 설정 노력이 돋보였다. 자만을 경계해 흠을 지적한다면, 어법이 틀린 데가 꽤 있고 기사를 어렵게 썼다는 점이다.
심사 항목은 아니었지만, 〈서울대저널〉이 자치언론으로서 15년째 학내외 이슈를 꾸준히 제기해온 데 격려를 보낸다.

사회 부문 수상작인 〈이대학보〉 기사 ‘강의록 무단공유 저작권법 저촉’은 누구나 느끼면서도 이슈로 잘 떠오르지 않는 사안을 입체적으로 취재해 보도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기성 언론도 흔히 범하는 ‘단일 소스’ 기사에 머물지 않고, 관계자들을 폭넓게 취재하고 영국의 강의록 공유 사이트까지 이메일로 취재한 점이 돋보였다.

그 밖에 서울대 〈대학신문〉의 ‘당신의 배달음식은 안전합니까’, 연세대 〈연두〉의 ‘신촌을 주무르는 마사지 업소’, 〈서울대저널〉의 ‘유통자본의 먹구름, 서울대 주변을 덮치다’, 〈한밭대신문〉의 ‘화려한 도심의 그림자 쪽방’이 2차 심사 대상에 올랐으나 아깝게도 탈락했다. 심사위원들의 말을 요약하면, 취재와 기사 작성은 그런대로 잘됐으나 기존 언론의 문제의식을 넘어서지 못했다는 것이다.

기자명 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사진)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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